사회를 듣는 귀

무상 버스에 경기 일으키는 언론, 위협과 공포로 상상력을 막다

너의길을가라 2014. 3. 16. 07:41
반응형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우리는 특정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흔히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은 쉽지만,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 어디 쉬운가? 당연한 말이지만, 발상을 전환하기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는가? 


배수아는 자신의 책,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상상력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참 많이 피곤하다. 상상력이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과 상상력은 어울리지 않는 매치다. 당연한 것 아닐까? 주구장창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우리에게 '상상력'이란 배척해야 할 것이었다. 질문이란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닥치고 외울 뿐! 상상력은 곧잘 '망상'이라는 말로 배격당했다. 고상한 표현일랑 접어두자. '헛소리 하지 마!' 


전직 대통령 중의 한 명은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냐'고 했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인가?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꿈나무들에게 스티브 잡스처럼 되라고 '강요'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사회는 상상력이 거세된 사회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2010년 지방선거의 아픔 때문일까? '김상곤의 무상 버스(?)'에 대한 언론들의 반응은 '경기(驚氣)'에 가깝다. 몇 개의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의 언론들이 일제히 사설을 통해 김상곤의 무상 버스 공약(?)을 공격했다. 아, 이토록 일치된 단합의 힘이라니! 이런 힘을 지난 대통령 선거나 그 외의 선거에서도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드리겠습니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고 주장할 게 뻔한 언론에게 '정말?'이라는 물음을 던져보자. 

 

 

<한겨레>가 명확하게 포인트를 잡아낸 것처럼,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 버스'를 주장한 사실이 없다. 지난 12일, 김상곤 전 교육감은 "버스 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면서 "버스 등 대중교통을 공공에서 운영하면 경기도민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지면, 공약은 '버스 완전공영제'인 셈이고, 이를 통해 차근차근 '무상대중교통'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에서는 이미 '무상 버스'라는 프레임을 가동시킨 채, 아예 대놓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아주 노골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낯뜨거운 어휘를 총동원해서 '까대기' 시작한다. 언론의 '사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열한' 언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 부끄럽다. 조금 무게를 잡은 언론들도 있다. 하지만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헛소리 하지 마'라는 것이다. 각 언론사들의 사설의 몇 문장씩을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한국경제

 

통합신당으로 경기지사에 출마선언한 김상곤 씨의 첫 슬로건이 무상버스다. 무상급식으로 재미봤다는 것인지, 이번엔 무상교통이다. 좌편향의 무상버스론은 사실상 노이즈 선거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서울신문>

 

6·4 지방선거가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짜'를 내세운 달콤한 공약들이 춤을 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무상버스' 공약이다.

 

무상급식에 돈을 쏟아붓다 보니 다른 교육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명예퇴직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명예퇴직자는 대폭 감소했고, 이는 신규 교사 충원의 차질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앙일보>

 

무상교통 같은 조(兆) 단위의 재정이 투입되고, 대중교통체계를 근원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정책 공약을 이렇게 준비 없이 불쑥 내던진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무상이란 언어적 포퓰리즘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 "버스 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無償) 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4년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전면 무상급식' 공세로 재미를 보자 이번에 한술 더 떠 '무상버스'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정치인들의 고질이 여지없이 도지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개발공약은 그나마 양반축에 속한다. 감당을 할 수 없는 '무상 시리즈'가 또다시 등장했다.

 

<헤럴드경제>

 

버스를 공짜로 타게 해 준다는데 마다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시행하려면 연간 1조원 이상의 돈이 든다고 한다. 이 비용을 충당하려면 그만큼 세금을 더 걷거나 다른 예산을 줄이는 방법뿐이다. 자칫 주민들만 세금 폭탄을 뒤집어 쓸 판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버스를 완전 공영화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일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니 무상버스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또 돌아온 모양이다. 표만 얻겠다는 심산으로 재원조달 방안이 없거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무산된 공약들을 들춰내는 것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세계일보>

 

무상대중교통은 무상급식에서 따온 개념이라고 한다. 무상급식으로 얻은 정치 이득만 기억할 뿐 그 부작용과 폐해는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다시 선거가 닥치자 재원 대책이나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 대응 계획도 없는 설익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래서는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세금 덤터기를 떠안기는 경쟁으로 가고 말 것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마치 '쓰나미'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언론들은 스스로 '무상 버스'라는 프레임에 짜놓고, '김상곤 죽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치 김상곤 전 교육감이 당장 '무상 버스'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언론들을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다시 한번 못을 박자면, 김상곤 전 교육감의 공약은 '버스 완전공영제의 단계적 실시'다. 하지만 우리는 언론들의 요구(?)에 따라, 잠시나마 '무상 버스'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로 하자. 그들이 그토록 경기를 일으키는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보자는 뜻이다.


<한국경제>의 사설은 첫 문장부터 '재미봤다는 것인지', '좌편향', '노이즈 선거마케팅'과 같이 상당히 과격한 어휘들이 총동원 됐다. 물론 <한국경제>가 우파적 성격을 지난 경제지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 정도면 균형 감각이라는 말은 꺼내기 민망할 정도가 아닌가? <동아일보>도 '재미를 보자 이번에 한술 더 떠서'라는 표현과 함께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겁을 잔뜩 준다. 아예 상상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사설들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은 '공짜', '포퓰리즘', '세금 폭탄(덤터기)'라는 것이다. '무료'와 '공짜'는 같은 말이지만, 그 뉘앙스가 천지 차이다. 무료라는 말이 중립적인 성격을 띈다면, '공짜'는 보다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다. 보편적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우파들이 주로 꺼내드는 표현이 바로 '공짜'다.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은 어떠한가? 사실 언론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 대선에서 언론들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에 대해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상곤 전 교육감에 대해서만 이처럼 경기를 일으키듯 반응하는 건 조금 우습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버스 완전공영제조차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김 전 교육감은 오는 26일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26일에 나올 것을 보인다. 그 때까지는 '김상곤의 무상 버스'가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확언할 수 없다. 만약 그의 실현 방안들이 허황된 것이라면 그 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의 제안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것들이라면, 그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울 성질의 것이 아니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세금 폭탄(덤터기)'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어나가고 있는 돈을 잘 추스른다고 하더라도 '무상 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증세는 불가피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확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2월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51.5%가 복지확대를 위해 세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3년 9월 17일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서는 37.5%가 '더 낼 생각 있다'고 응답했지만, 2013년 8월 16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50%가 '세금을 1년에 20만원 정도 더 내더라도 현재보다 복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뚜렷한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37.5%가 나왔고, 한국갤럽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는 약 50%가 나왔다. 이처럼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면, 많은 국민들이 '증세'에 응할 의사가 있다. 


게다가 김상곤 전 교육감이 제시할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있어 '증세'가 '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폭의 증세는 아닐 것이 자명하다. 물론 민주당을 나무랄 일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3년 8월 정부 세제개편안을 '세금 폭탄'이라고 몰아세운 적이 있다. 내용적인 부분에는 문제가 없다. 부자 감세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유지하면서 서민들의 돈만 '강탈'하는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의 프레임을 '세금 폭탄'이라고 한 것은 문제였다. 새누리당의 언어로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통쾌함은 있었지만, 이는 곧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 SBS 8시 뉴스에서 발췌 - 


프랑스 '무료 버스' 도시..확 달라진 도로 SBS


무상 버스를 위해선 일정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그 때부터는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생각들을 풀어 놓아보자. 상상력들을 무한대로 발휘해보자. '무상 버스'가 실현됐을 때의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료 대중교통' 정책을 시행하여 성공한 프랑스 중부의 샤토후 시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민들은 반드시 자신의 차를 보유하거나 운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률은 높아졌고, 도로는 평온을 되찾았다. 자동차의 배기 가스가 현저히 줄어들자 대기오염도 완화됐다. 교통 체증이 감소하면 그만큼 시간도 절약된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훨씬 줄어든다. 주차 문제도 상당히 해결될 것이고, 사회적으로 각종 유지·보수비가 감소한다.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결코 생각해본적 없는 비전이나 비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발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한 비전이나 발상들이 순진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기차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내달리면, 대규모의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기차의 속도와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정말로 순진한 것이 아닐까?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문제들은 애초에 그 문제들을 만들어낸 사고 패턴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진로를 바꿀 필요가 있으며, 그러자면 먼저 기차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 하랄트 벨처 - 



이처럼 긍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벌어질 행복한 상상들을 해보자. 그리고 이를 증세와 저울질 해보자. 만약 '무상 버스'가 가져올 변화들이 일정한 세금을 더 내고서라도 갖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것이라면 '무상 버스'는 실현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재원'이 아니다. 우리를 가로막는 건, 위협과 공포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대한민국 사회다. 우리 자신을 가로막는 건, 우리의 쥐꼬리만한 상상력일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