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스웨덴 온건당 소속 전 총리(1991~94)이자 현 외무부 장관인 칼 빌트는 올로프 팔메에 대해 이와 같이 평한 바 있다. 팔메가 총리가 되어 집권한 시기(1969~76, 1982~86)는, 스웨덴 사민당과 전국노동조합연맹(LO)의 강고한 결합에 힘입어 안정적으로 구가되던 복지국가의 동력에 균열이 생긴 동시에, 스웨덴 복지 제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 기점으로 평가받는다. 오랜 산고 끝에 도입된 임금노동자 기금이 이에 반대하는 기업인의 거센 저항 끝에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면서, 사민당과 LO의 관계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한편, 이 시기 스웨덴의 지니계수는 눈에 띄게 낮아졌고, 부모 육아휴직 제도가 개혁되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었으며, 보육 시설과 교육 기회가 확충되는 등 양성평등 지표는 높아졌다.
2012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의 여론조사 연구 기관인 솜(SOM)이 스웨덴 국민을 대상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1위가 넬슨 만델라(8.9%), 2위가 어머니(8.5%)였고, 3위가 바로 올로프 팔메(7.9%)였다고 하네요. 과연 '올로프 팔메'는 어떤 인물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올로프 팔메'라는 이름을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무식이 들통나는 순간인가요?
올로프 팔메는 사민당 소속으로 43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되어(1969년~1976년, 1982년~1986년), 스웨덴 복지 제도를 근대화 시켰으며, 특히 외교적인 부분에서 스웨덴의 역량을 크게 향상시킨 인물입니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그의 얼굴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올로프 팔메는 거침없는 성격과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뭔가 섹시한 느낌이..?) 사람들과의 토론을 즐겼고, 연설에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런만큼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증오를 한몸에 받았죠. 물론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에 와서는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되었지만요.
책에서도 가장 앞부분에 배치되어 있을 만큼, '올로프 팔메'의 죽음은 논란의 여지가 상당히 큽니다. 1986년 2월 28일, 올로프 팔메는 피살되어 생을 마감하는데요. 범인이 누구인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결국 아직까지는 사건이 미궁에 빠져 있는 것이죠. 미적지근했던 경찰의 수사도 이런 의혹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제적 이권 혹은 외교적 마찰로 인한 죽음이라는 설도 파다하고요. 그만큼 올로프 팔메가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서 활약했었다는 것이겠죠.
저자는 책에서 외교적 부분에 대해서 '올로프 팔메'를 높게 평가했는데요. 아래에서 인용을 하기도 했지만, 스웨덴은 중립국의 지위를 지키면서도 소극적인 중립이 아닌 적극적인 중립을 표방했습니다. 이쪽 저쪽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할 말은 제대로 함으로써 지켜가는 중립 말이죠. 하나의 예를 들자면, 당시 스웨덴은 소련의 압박 때문에 미국과 특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었던 팔메는 베트남전과 관련해 미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응우옌토쩐 모스크바 주재 베트남 대사와 반(反) 베트남전쟁 시위에 나섰고, 그날 미국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만약 세계가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페하기로 결심하면, 아파르트헤이트는 사라질 것이다'라는 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정치인으로서 올로프 팔메는 결코 중간자적 위치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한 적이 없었습니다. 호불호가 뚜렷했던 만큼,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스웨덴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었죠. 그래서 스웨덴 보수당의 칼 빌트는 1987년에 "지난 20년간 스웨덴 정치에는 친팔메와 반팔메 그리고 팔메, 이렇게만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1.
사람들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는가?
나는 내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그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부고에 뭐라 쓰일지를 신경 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람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긴다. 용기가 사라진다. 그 생각이 내 마음 속에 떠오르지 않도록 당신도 나를 도와주길 바란다.
- 1969년 올로프 팔메의 인터뷰 중에서 -
2.
스웨덴의 중립 정책은 자결권을 말합니다. 전쟁이 있을 때 중립을 지키며, 평화의 시기에 어느 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것입니다. 군사동맹을 맺지 않으며 어느 열강 구도에 가담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세의 압력에 치우치지 않으며, 확고하고도 일관성 있게 우리의 노선을 결정하고자 합니다. 중립은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나라인 우리의 영향력은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의 평화와 중재, 민주주의, 사회정의를 위한 노력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중립은 침묵하지 않습니다.
3.
때때로 베트남전이 미국의 잘못된 정책 판단 때문인지 아니면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의 형태로 발현된 것인지 묻는 이가 있다. 내 의견은 이렇다. 세상에 경제적 이익이 없음에도 전쟁을 할 만큼 비이성적이며 멍청한 자본주의자는 없다.
4.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청소년일 뿐이야. 우리가 정치인도 아닌데 무슨 영향력이 있으며,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단 말이야?'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가 정치인이다. 우리가 어디서 왔든, 무슨 일을 하건 우리는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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