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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박근혜를 보도하는 방식, 손석희는 달랐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3. 22. 23:14


지난 21일, 피의자 박근혜가 검찰에 소환됐다. 오전 9시 24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던 그는 21시간(노태우 전 대통령의 16시간 20분을 넘긴 최장 시간이라고 한다.) 동안 조사를 받고, 다음날인 22일 오전 6시 55분 검찰청사를 나서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전직 대통령이 된 박근혜의 검찰 조사는 초미의 관심사였고, 국민들의 눈길도 온통 그곳으로 향했다. 언론들은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호들갑'에 가까울 정도로 야단법석이었다. 이해한다.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쉬웠다. 아니, 안타까웠다.



그가 무슨 어떤 머리를 하고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 점심은 무엇(김밥과 초밥, 샌드위치)을 먹었는지, 또 저녁은 무엇(죽)을 먹었는지, 그리고 '변기'에 유독 민감했던 그가 검찰청에서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 언론은 '가십거리'에 치중한 채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했다는 게 더 정확할까?) 하지만 '이름'이 '브랜드'가 되고, '이름'이 곧 '신뢰'와 동의어가 된 한 명의 언론인은 달랐다. 그는 피의자 박근혜가 검찰에 소환된 장면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오늘 그는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자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민간인, 그래서 검찰 소환이 불가피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의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조사실로 들어가기 앞서서 입장을 말했지만, '국민에게 송구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이런 8초 분량의 29자짜리 발언이 전부였습니다. 오늘 소환 조사가 끝나면 이제 구속 영장 청구 여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탄핵 심판은 끝났지만, 수사로 이어지는 국정농단 심판은 시작입니다."



손석희. 그는 분명 이 '싸움'의 선두에 서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국정농단 사태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다뤘다. 자칫 잘못하면 난잡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물길'을 매번 정확히 바로잡았고, 그리하여 이 모든 사건의 '핵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 정유라.. 그들은 확실히 '트러블 메이커'였고, 그만큼 '뉴스 메이커'이기도 했다. '가십'으로 그들만한 이름이 또 없을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JTBC <뉴스룸>은 '문제는 박근혜야'라고 목소리 높여 강조했다. 


누군가는 손석희를 '진영'으로 귀속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의 싸움은 '진영'에서 비롯된 것도, 그리하여 '진영'으로 수렴되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또, 특정인을 위한 혹은 특정인에 대한 싸움도 아니었다. 지난 2013년 태생적 한계를 지닌 '종편' JTBC로 뛰어들면서 "약 70년 전 르 몽드 지의 창간자인 뵈브 메리는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던 손석희는 여전히, '진실'의 싸움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취재 기자를 연결하겠습니다. 네, OOO기자.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식사를 했다라던가, 이런 얘기는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요."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 기자를 연결하면서 손석희 앵커는 '식사를 했다라던가, 이런 얘기는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어버린다. 놀라웠다. 다른 언론사와의 '질'적인 차이가 느껴졌다. 그건 그동안 JTBC <뉴스룸>이 조금씩 조금씩 쌓아왔던, 아니 손석희라는 언론인이 30년 넘게 다져왔던 '자존심'을 보여주는 듯 했다. '본질'에서 벗어난 것들, 그러니까 '가십'을 다루는 것은 저널리즘의 본령이 아닐 뿐더러 그런 역할을 하는 데 머무를 수 없다는 단호함이었다. 



한번쯤 흔들릴 법도 하지 않은가. 어느덧 JTBC <뉴스룸>은 (붙박이 채널의 공고함을 지닌) KBS1 뉴스를 제외하곤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출범 이후 1%를 밑돌던 시청률은 이제 7% 중반(21일 방송분은 7.848%)에 안착했다. 조금 자극적인 내용들로 뉴스를 채워넣을 법도 하다. 조금 얄팍한 수를 써볼 법도 하다. 그런데도 <뉴스룸>은 '정도(正道)'를 지킨다. 그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뉴스룸>을 '선택'하는 이유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그 중심에 손석희라는 존재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방송사를 옮긴 후 얼마가 지났을까.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JTBC에 처음 올 때 믿어달라고 했다. 그 약속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손석희는 이렇게 대답했다. "유효하다. 누구나 저널리스트라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이 구현해보고 싶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제시하는 정론의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는 것이 여기서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내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의 다짐을 매일매일 되새기고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당시 인터넷과 SNS 상에는 이런 '의문'이 떠돌아다녔다. '손석희가 바뀌느냐, 손석희가 바꾸느냐?' 지금까지의 결론을 내려본다면, 분명 '후자'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손석희'라는 이름은 불안하다. 그가 대한민국의 '언론'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이름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포스트 손석희는 어떠할까. 우리에게 손석희를 대체할 수 있는 언론인이 있는가. 그를 영웅화할 생각은 없다. 신화로 만들 생각도 없다. 그러기 위해선 손석희가 좀더 바꿔야 한다. 그가 없어도, 끄떡없을 JTBC로. 손석희를 대체할 수많은 손석희들을 키워내는 것으로. 미안하게도, 그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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