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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이 증명한 '심블리' 심상정의 가치와 저력

너의길을가라 2017. 3.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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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크러쉬', '심블리'가 떴다. 


지난 9일,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JTBC <썰전>에 출연했다. '2017 대선주자 릴레이 썰전' 코너에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이어 출연한 것이다. 시청률은 7.447%(닐슨코리아 기준)로 안희정 편(6.670%)을 비롯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편(7.221%), 이재명 성남시장 편(7.195%)을 당당히 제쳤다. 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편(8.17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시청률'만 놓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어찌됐든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생각보다' 훨씬 높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쉽게도 시청률과 지지율은 상관관계가 그다지 밀접하진 않다. 현재 심상정 대표의 지지율은 리얼미터(10일)의 경우 3.3%, 한국갤럽(10일)의 경우 1%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의미한 수치라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과거 선거 국면에서는 '야권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진보 정당들이 '언급'됐고, 그에 따라 일정한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시원치 않다. 여권의 지리멸렬으로 야권이 워낙 유리한 선거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필요성'이 그만큼 적거나 없어진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지지율로는 '변수'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JTBC에서는 '자체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대선주자 인터뷰에서 심상정 대표를 제외했다. 또, 2월 28일 JTBC <뉴스룸> 출연 당시에는 손석희 앵커에게 "당선 가능성과는 아주 현실적으로 보면 거리가 있어보이는데 그럼에도 출마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여쭐까요?"라는 자존심 상하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물론 "왜 그렇게 단정하십니까?"라고 반박하며, 손석희 앵커로부터 "죄송합니다. 질문을 취소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얻어냈지만, 존재감이 사라진 진보정당의 현실과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가 선거 국면에 있어 유의미한 역할에서 밀려난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썰전>에서도 '포인트'는 심상정 대표의 완주 여부에 모아졌다. 김구라는 "이번에는 양보 안 하시는 거잖아요?"라고 물었고, 전원책 변호사는 "심 대표와 이념적으로 가까운 후보가 확실한 당선이 보장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그 때도 완주를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심상정 대표는 "정치에서 양보는 미덕이 아니"라며 "책임지고 승부를 보겠다. 제가 보는 대선 전망에서 사퇴하는 경우는 없다"는 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전원책 변호사는 "어떤 경우에도?"라며 거듭해서 '확답'을 요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불리한 싸움을 해야만 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어떻게든 표가 분산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는데, 심상정이 가져가는 일부의 표(보수 진영이 절대 가져올 수 없는 표)가 야권의 유력한 후보에게 귀속되지 않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썰전>은 정치시사 프로그램의 원조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발휘해 심상정 대표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또,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도 놓치지 않았다. '2초 김고은'에 대한 설명(혹은 사과?)부터 김문수 전 지사와의 비하인드 스토리(심상정에게 김문수란 '잊혀진 계절')는 '웃음'을 이끌어냈고, 1980년 미싱사 자격증을 취득해 구로 공당에 위장 취업해 노동 운동을 시작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여기에는 심상정을 잘 알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대학 동기 사이인 유시민의 역할도 컸다. 


이어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고 제19, 20대 총선에 당선되면서 3선 의원으로 등극했다는 내용까지,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이 탄생하게 된 여정도 간단히 다뤄졌다. 전반적으로 '재미'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방송 직후 언론에서 가십적인 부분들에 치중한 보도로 일관했다는 점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진보 진영의 유일한 대선 후보로서 심상정의 탄탄한 '정책'들이 빛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한번 더 간략히 짚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노동'을 제1의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심상정 대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내세우며, 국민평균월급 300만 원 시대비정규직 없는 사회, 재벌 개혁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누구나 일을 해서 자기 실현을 하고 노동한 데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때 행복한 것"이라 전제하면서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 평가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은 국가의 중심 업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위 '기득권 부서(기획재정부, 국토부)'에 밀려 노동부처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노동 관련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방안도 내세웠다. 


복지와 관련해서는 '슈퍼우먼 방지법'을 통해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유급 3일에서 39일로 늘이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육아 휴직 급여 통상임금을 40%에서 6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해 이와 같은 목적세를 복지 목적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일과 양육, 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여성을 뜻하는 '슈퍼 우먼'이라는 말이 사실상 그들에 대한 '착취'에 기반하고 있기에 이를 국가가 나서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세를 신설해 이와 같은 목적세를 복지 목적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라 밝혔다. 무엇보다 2040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띄었다.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율을 현재의 2.1%(도대체 이전의 정부들을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에서 40%로 확대함으로써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이 싸고 안전하다는 건 가짜'라는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말을 인용하며, 원전 폐쇄 비용을 고려하면 원전이야말로 가장 비싼 에너지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심상정 대표는 방송 내내 유시민과 전원책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넉넉히' 대답을 해냈다. 착실히 다져온 '내공'이 느껴졌다.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진정성이 느껴졌다. 솔직히 비교하자면, 이전에 방송에 출연했던 다른 후보들과는 확실히 비교됐다. 그에게는 현장의 경험이라는 '힘'이 단단히 뿌리내려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의정 활동과 정당 활동이 넓게 뻗은 가지처럼 확장돼 있었다. 심상정의 말처럼 '대통령 심상정과 야당들이 구성한 연립 정부'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자. 과연 심상정은 완주할 수 있을까? 그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면, 심상정은 완주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면, 그때부터 심상정은 '사퇴' 혹은 '단일화'의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유시민은 한 줄 평으로 '결선투표제'를 언급했고, 심상정은 이에 물개박수로 화답했다. 대선 후보에게 '완주 여부'를 묻게 되는 후진적이고 불합리한 선거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길 희망한다. 진보 정당의 대선후보, 심상정의 완주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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