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청소년 훈계의 결말이 씁쓸한 이유? 폭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너의길을가라 2013. 11. 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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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청소년 훈계 사건'은 대부분 씁쓸한 결말로 끝이 난다. 지난 5월에는 농구 선수 이현호가 동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에게 훈계를 했다가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합의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청소년 훈계'는 할 '짓'이 못 된다는 결론을 각인시켰다.

 

"침뱉지 말라" 훈계하자 고교생이 폭행범으로 신고 <연합뉴스>

 

세상에는 뜨거운 피를 가진 어른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불량한 청소년은 그들의 눈에 띄게 마련이다. 지난 13일, 광주 남구의 노상에서 김모(37)씨가 이모(17)군을 훈계하다가 경찰에 신고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씨는 친구들과 모여 침을 뱉고 있는 이모(17)군에게 "거리에 침을 뱉으면 안 된다. 청소년들이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훈계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가볍게 머리를 때렸고, 이군은 이를 폭행죄로 신고한 것이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경찰은 폭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해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군이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군이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다면서, "합의금을 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지만 때린 사실이 명확한 만큼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옛날에는 말이지"로 시작하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훈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변화한 사회상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훈계의 필요성' 자체를 무시하고 싶진 않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훈계할 때, '폭력'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청소년 훈계 사건에서 간과되고 있는 핵심이다. 농구 선수 이현호의 경우에도 "욱하는 마음에 안 좋은 말을 했다. 실수로 손이 먼저 간 것은 사실이다. 남학생 2명, 여학생 3명의 머리(뒤통수)를 손바락으로 쳤"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김 씨는 두 차례 이 군의 머리를 때렸다.

 

물론 이 군이 상습적으로 폭행을 유발하는 케이스라고 하더라도(어른들의 폭력성을 잘 '이용'하는 영리한(?) 친구) 이런 의문을 제기할 법하다. 훈계를 할 때, 꼭 폭력을 동반해야 하는 걸까? 말로 훈계를 할 순 없는 걸까? 이런 의문에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걔네들이 말을 듣나? 씨알도 안 먹힌다' 그렇다면 이런 반문에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럼 때리면 말을 듣나?'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고, 길에 침을 뱉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훈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 역시 나쁜 행위다. '에이, 훈계하다보면 그 정도는 때릴 수 있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누군가 당신을 훈계한답시고 머리를 툭 때린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또, 훈계를 위해 폭력을 어느 정도까진 사용해도 되는 걸까? 그 '어느 정도'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 걸까?

 

훈계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 못지 않게 훈계의 방법(혹은 효율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잘못된 행동은 있지만, 맞아야 할 행동은 없다. 훈계할 수 있는 사람은 있어도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길에 침을 어른을 훈계하는 어른도 '폭력'을 행사하도 되는 걸까? 청소년이라고 해서 '맞아 가면서' 어른들의 훈계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훈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걸핏하면 손이 먼저 나가는 어른이 아니라, 말을 통해 청소년들을 훈계할 수 있는 괜찮은 어른이 되자는 것이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사회적 혹은 공동체적인 범위에서 찾아야지, 개인의 '용기'에 의해 풀 수 없는 것이라는 것도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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