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앵무새 같은 언론보도.. 연예인들은 정말 불법도박에 취약할까?

너의길을가라 2013. 11. 1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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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에서 발췌 -

 

 

'불법 도박'이라는 쓰나미가 대한민국 연예계를 강타했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연예인은 이수근, 탁재훈, 앤디, 토니안, 붐, 양세형 등 6명이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불법도박 연예인 2 ~ 3명 더 있다), 2~3명 정도가 아직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고 하니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연예인들은 왜 불법도박에 쉽게 빠지나' 등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연예인들은 불법도박에 훨씬 더 취약한 것일까?

 

과거의 사례들을 한번 짚어보자. 우선, 개그맨 중에서는 1997년 황기순(도박)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주병진(상습도박), 2009년에는 김준호(원정 도박), 2013년에는 김용만(불법 사설도박)이 도박 사건과 연루되어 방송계에서 퇴출됐다. 가수로 시선을 옮겨보면, 2010년 신혜성과 이지훈이 벌금형(상습도박)을 선고 받았고, 이성진(도박 및 사기), 신정환(도박) 등이 역시 도박과 관련돼 방송계를 떠났다. 그러고보니 참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모두 사회를 들썩였던 굵직굵직한 것들이다.

 

 

연예인들 '불법도박' 빠지는 이유 물어보니.. <머니투데이>

연예인들 불법도박에 쉽게 빠지는 이유 있다는데.. <조선일보>

연예인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 "일상 괴로움 잊으려"  <티브이데일리>

연예인 불법 도박, 무엇이 이들을 파멸로 이끌었나  <오마이뉴스>

 

 

연예인들이 불법도박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불법 도박 피해자 A씨는 "방송 쪽 일을 하다보면 정보가 빠르지 않겠느냐. 스포츠 쪽 기자들이나 전문가들을 많이 알테니까. 그런 정보들을 통해서 확실하다 싶으면 몇천만원이든 몇억원이든 여러 불법 도박 사이트에 돌려서(베팅해서) 금액을 불릴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연예인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를 '방송계 정보력'이라고 추측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밖에 나가서 쉽게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 안 보이는데서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하면 바로바로 할 수 있으니까" 라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이 주요 요인이라고 추정했다. 스마트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형근 심리연구소장은 "무대에서 보여줬던 화려함과 무대 밖에서 있을때 우울함 그 갭이 클수록, 그 공허감이 압도돼서 이런 자극적인 중독적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화려함과 우울함의 괴리가 낳은 심리적 공허가 도박에 빠지게 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유상우 정신과 의사도 "연예인의 경우 어떤 부침이 심할 수 있다. 이에 우울하고 슬프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도박이 주는 그때 그 쾌감에 몰입하고 일상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도박에 맛을 들이면 더 빨리 빠져들게 되고 재산을 탕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오마이뉴스>의 이승민 기자는 '스트레스'와 '연예인들의 내면구조', '한탕주의'라는 연예계의 생태구조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기존의 분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정말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특별히 도박에 더 쉽게 빠지는 것일까?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일반인들도 다 겪는 일 아닐까? 우리의 삶도 연예인의 것 못지 않게 '다이내믹'하지 않나? '한탕주의'는 연예인만 겪는 사회적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황상민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황 교수는 연예인이 도박에 더 취약하냐는 질문에 "연예인만 뉴스에 나오니까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뉴스도 연예인이 도박했다는 건 상당히 흥밋거리도 되는 거고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일반 사람이 도박을 했다면 그 사람이 뭔가 사정이 있거나 원래 그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어 이런 식으로 치부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연예인들이 외부 시선을 의식하다보니까 스트레스가 굉장히 큰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도 나름대로 삶의 스트레스는 다 느끼거든요. 그랬을 때 이제 사회적 인정을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클 수도 있는데 그 스트레스를 개개인이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개개인마다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물론 연예인이 일반인들에 비해 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받는 행복 못지 않게 반대급부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외부에서 자기를 도와주는 인정이 크면 클수록 개인적으로, 심리적으로 느끼는 공허함이나 허탈감은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들이 반드시 도박으로 분출되리라는 법은 없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고 있지 않은가? 앞서 인용했던 것처럼 "연예인만 뉴스에 나오니까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비율로 따지면, 어느 쪽이 높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뉴시스>에서 발췌 -

 

 

1년새 3배, 불법 스포츠토토 '독버섯'

 

실제로 불법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불법 스포츠토토 시장 규모는 7조 6000억 원으로 75조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전체 불법 도박 규모의 10%를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13조~39조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다가 검거된 사람 수가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법 도박은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특별히 더 불법 도박의 유혹에 약하기 때문도 아니다.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오늘은 누가 걸렸어?" 라며 연예인의 이름에만 온통 정신을 쏟고 있는 동안 진짜 문제들은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못하고 흘러가 버리고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왜 연예인들은 불법 도박에 약할까'가 아니라, '불법 도박' 혹은 그것을 넘어 '도박' 그 자체가 아닐까? 국가가 인정한 스포츠 토토는 합법적인 도박이라 무방하고, 사설 토토는 불법이라 처벌 받는 현실..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나? 국가가 '도박'을 방치, 아니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도박'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불법' 도박은 나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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