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무임승차(경로우대) 논란, 보수가 복지에 대해 고민할 좋은 계기

너의길을가라 2013. 11. 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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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에서 발췌 -

 

이한구 "아무데나 복지…온나라가 공짜 물결" <연합뉴스>

 

지난 5월 3일,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지금은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금 바로쓰기 납세자운동' 발대식에 참석해 '복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아무 데나 '복지'를 갖다 붙여서 좋은 것이라고 한다. 국방, 에너지, 주택에도 복지라고 한다. 복지가 아닌 게 없"다면서 복지 열풍(?)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서 "매사가 다른 사람이 해주고 자기는 공짜로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천국에서도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지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게 복지다, 공짜다 해서 (세금이) 들어가니 많은 분야에서 무의식적으로 세금 쓰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것이 보수 진영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한구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전히 성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보수층들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이다. 진보 진영은 거듭해서 복지의 중요성과 확대를 외쳐왔고, 보수 진영은 그에 태클을 걸어왔다. 한 때는 '복지'라는 말을 꺼내면 '빨갱이'와 동일시하는 폭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느덧 '복지'는 새누리당조차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핵심 담론이 되어 버렸다. GH조차도 대선 공약으로 무지막지한 복지 공약을 늘어놓지 않았던가? 물론 공수표였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GH가 내민 공수표처럼, 여전히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은 '복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 부정적 인식에는 '복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가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복지'라는 것은 사실상 우리 삶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복지'의 혜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복지'라는 개념에 대해 실체적으로 경험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무지'의 영역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7일 정례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무려 40.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주에서 60대 이상에서 69.7%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을 60대 이상이라고 봤을 때,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과 같은 최근에 주요하게 다뤄졌던 복지 정책들은 '새누리당 지지층'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새누리당의 지지자들, 소위 보수층들이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자신의 삶과는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 "무임 승차 때문에 1000억 적자" 노인들 "적은 돈으로 큰 복지 왜 모르나" <중앙일보>

 

재미있는 것은 지하철 · 도시철도 무임승차(경로우대)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소위 보수층들의 입장이 180도 변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65세 이상이면 모든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981년부터 시행된 노인복지법 26조 경로우대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이 또한 '복지'의 혜택이었다는 것을 평상시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재정 악화 등으로 무임승차(경로우대)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맞닥뜨리자 그제서야 복지를 '실체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공짜 복지'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며, '무상' 시리즈에 대해 강력히 태클을 걸어왔던 보수층들은 무임승차(경로우대)에 대해선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대한노인회장은 "노인이 집에만 있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률도 올라가고 며느리와 분란이 생겨 가정 불화를 초래한다. 지하철 나들이를 하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을 예방하고 악화를 막아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행복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주장을 펼쳤다. 복지 정책이 가져오는 이차적 혹은 부차적 영향을 설파한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진보 진영이 주구장창 떠들던 것 아닌가? 단순히 1차적인 접근에 그치지 말고, 복지 정책이 가져올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 말이다.

 

 

 

- <SBS>에서 발췌 -

 

전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추산한 2012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총 4,129억 원이다. 전체 손실로 따지면 약 51.6%에 해당한다. 지금의 65세 이상 무료에서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려는 주장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노인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나 75세로 상향하는 안이나 현재 100% 무임에서 50% 할인으로 바꾸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정부 측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복지 정책의 2차적(혹은 부차적) 효과를 주장하는 어르신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12.2%(무임승차 제도 시행 당시 4%)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 사회로서는 노인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임승차(경로우대)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논란이 보수 진영이 '복지'에 대해 '실체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복지라는 것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착되어 있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 혜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단순히 돈이 얼마나 들어간다는 1차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로 인해 파급되는 다양한 사회적 영향과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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