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기황후 · 클라라를 통해 본 인터넷 여론과 브라운관 여론의 괴리

너의길을가라 2013. 10. 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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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시청률, 첫 회 보다 2.5% 올라 '상승세 무섭네' <한국일보>

기황후 시청률, 월화극 드라마 1위 정상으로.."하지원 효과 톡톡" <조선일보>


'역사왜곡'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기황후》가 결국 전파를 탔다. 물론 논란 그대로 고스란히 방영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제작진 측에서도 성의를 보였다고 할까?《기황후》 제작진은 충혜왕을 가상 왕인 왕유로 변경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드라마 방송 전에는 '이 드라마는 고려 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는 상냥한 자막을 삽입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회 시청률은 11.1%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됐던 전작인《불의 여신 정이》의 마지막 회가 9.3%였던 것에 비하면 1.8%나 상승한 수치였다. '역사왜곡' 논란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관심 탓이었을까? 그렇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2회 시청률은 13.6%로 1회보다 2.5%나 올랐다.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봐야할까? 



흥미로운 것은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기황후》와 관련된 기사들의 댓글을 확인해보면 이처럼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달리 볼 만한 자료도 있는데, 현재 다음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황후》 첫 방송 관련 투표에서는 기대된다가 62%(4137명), '글쎄'라는 부정적 반응은 38%(2517)로 나타나고 있다. '역사왜곡'을 떠나서,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이처럼 댓글과 투표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투표 쪽에 무게를 둬야 하는 걸까? 인터넷 이용자도 참여도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을 텐데, 크게는 적극적 인터넷 이용자(여론 주도층)와 소극적 인터넷 이용자(여론 관망층) 정도로 구분이 가능하다. 클릭 한 번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투표에 비해 품이 조금 더 드는 댓글은 보다 적극적인 사람들에 의해 작성되고 소비될 것이다. 적어도 적극적 인터넷 이용자 층은 기황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소극적인 인터넷 이용자 층은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소극적인 인터넷 이용자 층이 브라운관 여론과 보다 가까워보인다.



한 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자. 


'화신' 클라라 섹시 콘셉트 "시청자 61% 호감" <스타뉴스>


지난 8월 27일, 방송인 클라라는 지금은 폐지되고 없는 SBS 예능프로그램《화신》에 출연했다. 녹화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전환한 첫 회에 출연한 터라 클라라의 (어떤 의미에서든)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방송에서 클라라는 "자신의 섹시 콘셉트가 호감인지 비호감인지 궁금하다"고 고민(?)을 털어놨고,《화신》은 클라라의 섹시 콘셉트에 대한 ARS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는 7만여 명의 시청자가 참여해 의견을 표시했는데, 결과는 호감 61%, 비호감 39%로 호감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방송 이후에 클라라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여전히 클라라에 부정적인 것들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기황후'와 '클라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 섣부를 순 있지만, 이들의 경우를 통해 인터넷 여론과 브라운관 여론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서는 야권의 압승이 점춰졌다.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총선의 결과를 놓고, SNS를 비롯한 인터넷이 '우물 안'이었음을 탄식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물 안'에 머물고자 했던 사람들은 지난 대선 결과를 놓고 좌절했다. 인터넷 여론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여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한 것이다.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기황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클라라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브라운관으로 가면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기황후의 시청률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클라라는 여전히 방송에 '잘' 출연하고 있다. '논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논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황후의 역사왜곡에 비판적이고, 클라라에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모두 야권 성향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상당 부분 겹친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고, 젊은 층의 상당수가 야권 성향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알바를 동원하고, 정부가 국가기관을 동원해 SNS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을 마비시키려고 한 것 아니겠는가? 





이러한 양상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가령, SNS와 인터넷에서의 여론과는 달리 집전화와 휴대 전화를 섞는 방식의 여론조사에는 여권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다. 간혹 야권의 지지자들은 "내 주위에는 여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냐?"고 따지기도 한다. 이를 인터넷 여론과 브라운관 여론의 괴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보다 섬세하고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인터넷 여론과 브라운관 여론의 간극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그 괴리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보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유익할 일이 될 것이다. 또,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향후 선거 등에 활용하기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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