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우아한 대통령과 비참한 국민들.. 그 명징한 대비가 서글프다

너의길을가라 2013. 11. 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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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의미 혹은 그 무게에 대한 생각 말이죠.

 

 

박근혜 대통령(이하 GH)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이던 지난 2012년 10월 13일, "제가 반드시 (대선에서) 승리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을 갖고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그 길에 여러분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며 수많은 장밋빛 공약들을 내걸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 약속을 믿고 기꺼이 자신의 한 표를 보탰죠. 그 결과는 어떤가요? 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그 공약들이 후퇴하거나 파기됐습니다.

 

 

 

- <참여연대>에서 제공한 자료, '데미안'님의 블로그에서 훔쳐옴 -

 

 

공약은 국민과 한 약속입니다. 이토록 많은 공약들이 파기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애초부터 당선만을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 아닐까요? 혹은 국민들이 그만큼 우습게 보였을 수도 있겠죠. 물론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겠죠.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변경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 것이겠죠?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국민들의 행복입니다. GH가 선거 기간동안 그토록 외쳤던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하는 것 말이죠. 그렇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국민들은 행복한가요? 우리들은 행복한가요?

 

 

- <한겨레>에서 발췌 -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야당과 국민들의 목소리가 1년동안 지속되고 있지만, GH는 계속해서 무시해왔습니다. 객관적인 팩트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관계없다며 귀를 닫고 있죠. 시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파리에 이어 런던에서까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은 어떻습니까? 강정마을의 주민들, 쌍용차 해직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수리기사의 자살 소식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삶은 더욱 퍽퍽해지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어있는 대한민국, 그 나라의 대통령은 어떤 '무게감'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요?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까요? 가슴이 저려서 눈물이 날까요? 글쎄요, 제가 볼 때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GH는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 <뉴시스>에서 발췌 -

 

GH는 지난 2일 서유럽 순방을 떠났습니다. 활짝 웃는 대통령의 표정은 골치 아픈 일로부터 해방돼서 후련해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물론 '외교'는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입니다. 하지만 국내에 산적해 있는 사안들을 내팽개치고, 지나치게 '해외 순방'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GH가 서유럽으로 떠나자마자,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을 제출했죠. 참 공교로운 타이밍이죠?

 

 

 

 

대한민국이 사회적 갈등의 증폭과 첨예한 대립으로 쑥대밭이 되어 가고 있는 동안, GH는 서유럽에서 우아한 일정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오세르미술관을 방문해서 세계적 미술품들을 관람하고, 개선문 광장을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를 했죠.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건배를 나누기도 했고요.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정말 잘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을 위해서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닌가, 라는 의구심도 들고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그저 그 나라의 '얼굴' 정도에 불과한 것일까요? 우아한 삶을 살고 있는 대통령과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들.. 이 명징한 대비가 참 서글프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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