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누더기가 된 광화문 돌 블록, 오세훈 전 시장이 남긴 또 하나의 전시행정

너의길을가라 2013. 11. 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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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에서 발췌 - 


서울 한복판 세종대로가 누더기라니 <중앙일보>, 2013년 11월 4일

세종대로 '돌 블록' 4년 만에 누더기로 <동아일보> 2013년 11월 12일


오늘(14일) <JTBC>는 서울 광화문 광장 옆 세종대로의 충격적인 실태를 보도했다. 지난 2009년 조성한 광화문 광장 돌블록 포장도로(2만3,601㎡)의 상태가 심각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JTBC>의 보도가 돌블록 포장도로를 만들던 당시, 그러니까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무리한 공사로 인한 부실에 무게를 둔 반면, 지난 11월 4일 <중앙일보>의 사설은 감사원이 지난해 7월 도로의 부실 설계와 관리 소홀을 지적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 책임을 지금의 서울시에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465억원을 들여 2008년 8월 이곳에 광장을 세우면서 아스팔트를 걷고 돌 블록으로 이뤄진 포장도로를 설치했다'는 부정확한 표현을 쓰고 있다. 실제로 돌길 조성공사에 쓰인 예산은 약 70억원이다. 


골칫거리를 떠안은 서울시는 일부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면서 보수 공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듯 하다. 그렇다고 마땅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동아일보> 역시 보수비용만 늘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462억원 들인 광화문 돌블록도로, '땜질식 처방' 논란 <아시아경제> 2013년 6월 21일


시점을 조금 더 앞으로 돌려보자. 지난 6월 21일 <아시아경제>는 서울시가 기존의 입장(보수·유지 방침)에서 '일부 재포장'으로 전환했다며, 이러한 입장 변경에는 보수 · 유지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일부 구간이 심각하게 파손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서울시 도시기반서실본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형버스들의 회전차로이다 보니 편중으로 손상정도가 컸다. 기존 돌블록과 색이 달라 미관상의 고민이 있었지만 재포장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셈이다.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돌블록 포장도로는 파손되고 있고, 서울시는 수시로 이에 대한 땜질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황승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도 문화재 주변의 경우 블록포장을 많이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광화문광장은 성격이 달라 당시 참여했던 위원들은 다른 포장방법을 주장했었다. 돌블록 포장기술이 우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서둘러 도입한 점이 부작용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늘 JTBC의 보도와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 <한국일보>에서 발췌 - 



혈세 70억 들여 만든 광화문광장 도로, 비 온 후 해뜨니 '쩍쩍' <한국일보> 2011년 7월 22일

“오세훈 721억 들인 광화문광장 도로, 설계 잘못 파손” <경향신문> 2012년 7월 4일


황 연구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광화문 광장의 돌블록 포장도로는 설계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참여했던 위원들의 반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종 결정권자(당연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결론에 도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적은 2011년에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화강암 재질의 판석(가로12㎝ 세로20㎝ 높이11㎝)을 깔고 그 틈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돌길이 차량통행이 가장 많은 이곳의 교통 여건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 S대 토목공학과의 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비가 오면 화강암 블록 사이의 콘크리트 균열로 비가 흘러 들어가 도로 밑 자갈과 모래 사이로 동공(구멍)을 만든다. 지나는 차들이 압력을 가할수록 균열이 더 심해져 내려앉음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어이쿠, 이러다가 큰일 나겠네. 디자인서울 한답시고 대한민국에서 차가 제일 많이 다니는 곳에 멋만 부려놨다 이게 뭡니까?"


오세훈 전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돌길을 깔기로 결심한 것은 2007년 5월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돌길을 보고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상적으로 봤던 모양이다. 좋은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좋지만, 도입하기 전에 세심하고 철저한 준비를 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유럽의 돌길은 돌 자체가 광화문 광장의 판석보다 훨씬 깊이 박혀 있어 튼튼하고 강하다고 한다. 또, 기후도 고려해야만 했다. 매년 강우량이 증가하고 있는 서울시의 기후를 고려하면 돌길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반침하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시민에게 많은 '선물(?)'을 남겼다. 세빛둥둥섬, 동대문디지털플라자, 한강아라호를 비롯해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용산개발 사업 등 수많은 전시성 사업으로 엄청난 빚을 떠넘겼다. 가히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일컬을만 하다. 광화문 광장의 돌블록 역시 오세훈 전 시장이 남긴 전시 행정의 일부이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 무리한 결정이 이토록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파손된 돌블록 포장도로로 인해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계속된 보수로 인한 불편뿐만 아니라 공사에 들어갈 돈은 결국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2011년에는 A/S 기간이라 대림산업에서 전액 부담했다고 하는데.. A/S 기간은 몇 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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