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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울증' 금쪽이, 오은영은 숨겨진 상처를 봤다

너의길을가라 2021. 12. 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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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딸과 중1 아들(금쪽이)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금쪽이는 '삻기 싫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엄마는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은영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 아빠가 용기를 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떤 대화' 때문이었다. 엄마와 금쪽이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다음 주부터 선생님한테 전학 간다고 거짓말을 쳐. 나도 그냥 집에서 먹고 자고 놀고 게임할 테니까."(금쪽이)
"학교라는 곳이 네 말대로 네가 가고 싶을 때 가고 안 가고 싶을 때 안 가고.." (엄마)
"그러니까 그 전에 죽으면 되잖아. 그냥 알아서 한강 가서 떨어지거나 깡패들한테 시비 걸어 찔리면 되지. 솔직히 그게 훨씬 행복하지. 이 집구석에 있는 것보다." (금쪽이)

금쪽이는 입에 담기 힘든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엄마는 어떻게든 차분히 대화를 이끌어 나가려고 애썼지만, 금쪽이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우리 가족끼리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게 어떠냐고 다독여도 통하지 않았다. 온갖 말들이 허사였다. 금쪽이는 "그냥 다 같이 죽든가. 손에 손잡고 떨어지면 되겠네. 그럼 뉴스에 나오겠네, 가족동반 자살로."라고 비아냥대며 엄마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금쪽이는 가족들이 싫다며 존재를 부정했다. 이유를 묻자 싫은 데 이유가 있냐며 맞받았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도 자신처럼 고통받아 보라며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었다. '문제'가 심각해보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듣고 있던 오은영은 금쪽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도움이 시급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문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금쪽이의 엄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아빠는 갑자기 달라졌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하루 아침에 이유 없이 찾아온 변화였다는 것이다. 오은영은 녹취록 중에서 금쪽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했다. 실제로 금쪽이는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대면 수업이 시작되자 금쪽이는 등교를 거부했다.

금쪽이의 일상을 좀더 살펴보기로 했다. '살기 싫다'고 말하는 금쪽이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충동성이 높은 청소년 시기이기 때문에 가볍게 흘려보내선 안 될 절박한 위험 신호였다.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굉장히 반항적일 거라 짐작됐지만, 차분히 제 할 일을 하고 가족들과 농담도 주고받는 등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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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울증은 굉장히 주의하셔야 됩니다. 청소년 우울증은 '가면우울증'이라고 해요.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다른 양상으로 표현돼요." (오은영)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지켜 본 MC들은 앞선 대화를 듣지 못했다면 금쪽이와 가족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을 거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금쪽이는 병원에서 청소년 우울증을 진단받았고, 10일 동안 입원 치료도 받은 상태였다. 오은영은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 일생 생활에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부모들이 놓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금쪽이는 분명 곤란을 겪고 있는 게 확연했다. 최근에는 게임에 빠져서 게임 머니로 하루에 수십 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물론 부모의 허락은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쓴 돈이 총 600만 원이나 됐다. 중학생이 썼다고 하기에는 큰 액수였다. 오은영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엄마는 금쪽이를 앉혀놓고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금쪽이는 입을 닫았다.

아빠는 처음에 금쪽이가 게임 머니를 결제했을 때는 오리발을 내밀었고, 그래서 겁을 줘서라도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경찰서에 데려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반성하기는커녕 소년원에 보내달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조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가족과 금쪽이와의 대화는 계속해서 겉돌았다. 금쪽이는 삐딱선을 탔다. 무엇이 못마땅한 걸까.

겉돌던 대화는 결국 상처를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금쪽이는 "나중에 커서 갚을게요.", "대출 갚아서 갚을게요."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엄마는 그 말의 허점을 계속 따져물었다. 큰 의미가 없는 대화였다. 금쪽이는 엄마 아빠가 싫은데 연기를 한 거라며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가슴이 답답해진 엄마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 '가면 우울증' 체크 리스트
1. 게임, 휴대폰, TV에 몰두
2. 이유 없는 학교 거부
3. 갑자기 시작되는 문제 행동(담배, 술 등)

오은영은 감정의 문제가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인데, 원인을 알지 못하고 행동에 초점을 맞춰 야단을 치다보니 관계가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금쪽이의 '죽고 싶다'는 말은 마음이 힘들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힘듦을 왜 이렇게 표현하는 걸까. 오은영이 주목한 금쪽이의 특징은 시도때도 없이 누워 있다는 점이었다. 엄마는 이를 게으로고 귀찮아서라고 여겼지만,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금쪽이가 비스듬히 기대서 눕고, 바닥에 배를 깔고 눕고, 심지어 식탁 밑에 들어가 누워 있는 까닭은 '긴장감' 때문이었다. 변화의 상황에서 긴장감이 상승하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누워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매일 등교했으면 적응했을 텐데, 코로나19로 가다 말다 하다보니 적응이 어려웠다. 금쪽이가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대면 수업이 시작되자 학교를 거부한 건 그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엄마의 특징도 발견했다. 엄마는 감정을 잘 못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해야 이해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왜'를 질문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마음이 힘든데 엄마가 알아주지 못하면 더 격분해서 거친 말로 응수하는 거라 설명했다. 단순한 사춘기 반항이 아닌 마음이 힘들다는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두 얼굴은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날은 '엄마바라기'였다가 어떤 날은 막말을 하며 비수를 꽂는 금쪽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은영은 애착을 안정적으로 형성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에게서 약간의 섭섭함을 느껴도 심하게 우울해지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금쪽이는 금쪽이는 섭섭함을 넘어 슬픔과 분노를 느겼다. 안정형 애착이라고 보기는 무리였다.


금쪽이는 불안정 애착 중에서도 '무시형'이었다. 혼자 있을 때 가장 편안했다. 왜 혼자가 더 편할까. 오은영은 몇 가지 가능성(부모의 부재, 감정 공감의 부재, 지나친 간섭)을 언급했다. 차분히 듣고 있던 엄마는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맞벌이를 하다보니 시어머니가 오랫동안 금쪽이를 양육했는데, 지나친 간섭과 집착으로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중을 부탁드려도 시어머니의 양육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큰 탈없이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맞벌이로 바빴던 부부의 눈에 금쪽이는 잘 성장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그렇지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망망대해에 홀로 표류한 듯 외로웠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당시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이후에 관계 회복을 시도했을 때는 방법을 몰랐다.

금쪽이는 할머니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할머니가 집을 방문하자 혼자 식사를 준비하던 금쪽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할머니는 금쪽이 옆에 다가와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금쪽이는 계속해서 할머니에게 (나는 괜찮으니까) 가도 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금쪽이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했다. 불편함이 건드려지자 금쪽이는 자신이 나가겠다고 강경한 어투로 선언했다.

할머니는 쫓기듯 돌아갔다. 혼자 남은 금쪽이는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금쪽이를 향한 잔소리는 할머니 사랑의 방식이었지만, 금쪽이 입장에서는 불편했다. 평소 긴장감이 높아 온전한 휴식이 필요한데, 양육자가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지시를 하면 싫기 마련이다. 그런데 또 할머니의 사랑을 모르지 않기에 모진 말을 하는 자신이 더 싫어져서 괴로웠던 것이다.


거기에 엄마는 기름을 콸콸 부었다. 상황을 파악한 엄마는 금쪽이의 태도를 나무랐다. 금쪽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데, 엄마의 꾸지람이 더해지면 자신이 더 나쁜 사람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오은영은 그럴 때 금쪽이가 막말을 하고 상처주는 말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상황을 풀어나갔을 거라고 설명했다. 결국 금쪽이와 그 가족들을 위해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했다.

- 청소년 우울증 극복 대화법
1.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라
2. '모른다'고 표현하는 자녀에게 객관식 선택지를 제시하라
3. 무한 재생 잔소리를 멈춰라

금쪽이와 1:1 상담을 통해 오은영은 금쪽이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부모에 대한 섭섭함이 남아 있다는 걸 파악했다. 금쪽이는 할머니의 양육을 받던 시절에 힘들고 복잡한 마음을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보자고 약속했다. 오은영은 금쪽처방으로 '청소년 우울증 극복 대화법'을 제시했다.

가족들은 대화의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소통을 해나가기로 다짐했다. 금쪽이의 관심사를 통대로 긍정적인 대화를 전개했다. 자신의 관심사가 주제에 오르자 금쪽이는 밝은 표정으로 대화에 임했다. 끊어졌던 유대관계가 조금씩 회복됐다. 감정 표현이 서툰 금쪽이와 엄마는 '감정 노트'를 쓰기로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 상태를 단어로 표현하며 소통에 나섰다.

또, '아기 돌보기'를 통해 아기와 교감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때를 놓쳤던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했다. 엄마 아빠는 금쪽이가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부모의 사랑을 확인한 금쪽이는 앞으로 건강한 애착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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