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금쪽같은 내새끼' 톺아보기

머리카락 잡아뜯고 숨기는 금쪽이, 엄마 아빠는 오열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12. 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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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주인공은 10살 남자아이였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 중이라서 육아의 대부분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금쪽이는 어떤 아이일까. 천진난만한 금쪽이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은 두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또렷하게 빈 정수리 머리 상태 때문이었다. 도대체 금쪽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학교에서 돌아온 금쪽이는 소파에 누워 TV를 시청했다. 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금쪽이는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뭔가 자꾸 신경 쓰이는 듯했다. 할머니는 금쪽이가 머리카락을 뽑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수면 양말을 손에 씌웠다. 하지만 금쪽이는 답답한 듯 자꾸만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할머니는 걱정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금쪽이는 듣는둥 마는둥이었다.

언제부터 머리카락을 뜯기 시작한 걸까. 엄마가 금쪽이의 머리 상태를 발견한 건 두 달 전이었다. 처음에는 10원짜리 동전 크기였는데, 어느새 밥공기 크기만큼 커졌다며 속상해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에게 손발톱을 물어뜯거나 다른 버릇이 없는지 물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금쪽이는 머리카락을 뜯기 전에 손발톱을 물어 뜯었다. 지금까지 손톱을 깎아준 적이 열 번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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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피부과를 다녀온 금쪽이는 조용히 방문을 닫더니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었다. 뽑은 머리카락은 서랍 속에 넣었다. 혼이 날까봐 숨긴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증상을 '발모광(발모벽)'이라고 진단했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보이는 만성 질병이다. 오은영은 발모광의 경우 만성화되면 치료가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 평생 지속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발모광이 드물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인구 집단에서 0.6%~3.4% 가량이 겪는 질병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발모광은 강박 장애 혹은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인데, 그 원인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머리카락을 뽑기 전 긴장과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고, 뽑은 순간 긴장이 완화된다. 발모광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니면 금쪽이만의 고민이 있는 걸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겁이 많은지 질문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특히 혼자 씻는 것을 무서워했다. 또, 어두운 것을 잘 견디지 못해 불을 환하게 켜두는 편이었다. 오은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에서 돌아온 금쪽이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 있었다. 할아버지가 몸무게를 묻자 불편했던 것이다. 손자가 귀여워서 관심을 보인 것이었지만, 금쪽이는 속상한 마음에 토라졌다. 결국 엄마가 나섰다. 금쪽이는 화를 풀고 싶다고 했고, 엄마는 팔을 내주었다. 금쪽이는 엄마 팔의 털을 뽑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그러다 엄마가 훈계를 하자 머리를 박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 죽고 싶을 때가 있는데.."


금쪽이는 갑자기 죽고 싶을 때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 엄마는 어떨 때 그런 생각을 했냐며 질문했다. 금쪽이는 오늘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최대한 없애려고 머리카락을 뽑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금쪽이의 말에 당황했는지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오은영은 금쪽이네가 대체로 화목해 보이고 눈에 띄는 갈등도 없지만, 특별한 점이 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가령, 금쪽이가 친구가 놀려서 기분이 나빴다고 털어놓으면 가족들은 친구들이 놀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해결 방법에 몰두했다. 마음이 쏙 빠져있었다. 상황 파악도 중요하지만, 금쪽이는 유독 마음이 중요한 아이다. 일단 감정을 받아주는 게 필요하다. 금쪽이네는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었다. 다만, 감정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통이었다.

또, 금쪽이는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다양한 반응이 순식간에 양산되는 타입이었다. 뭔가 마음에 거슬리면 걱정과 속상함 등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할아버지가 몸무게를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섬세한 아이이다보니 그만큼 잘 삐쳤다. 섬세하다보니 불안도 높았다. 파악이 잘 되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데, 죽음과 같은 미지의 세계 또는 어두운 화장실을 무서워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그런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금쪽이에게 혼자 씻어보라고 제안했다. 혼자 화장실에 있는 게 무서운 금쪽이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혼자 화장실에 들어간 금쪽이는 속상함에 문을 쾅 닫더니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다. 뽑은 머리카락은 변기에 버렸다. 그리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이상 행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그런 금쪽이의 사정을 알 리 없는 엄마와 아빠는 벌갈아 가며 금쪽이에게 씻으라고 재촉하고 닦달했다.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금쪽이는 더욱 심하게 머리를 잡아 뜯었다.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영상으로 그 장면을 처음 접한 엄마와 아빠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저리도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을 왜 그렇게 몰라줬을까. 후회가 됐으리라.

금쪽이는 씻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단지 홀로 욕실에 들어가는 게 무서울 뿐이다. 그러면 '엄마가 앞에 앉아 있어 줄까?'라며 조율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감정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상황 해결에 집중했기 때문에 금쪽이 입장에서는 마음 표현을 거절당했다고 여겼던 것이다. 남는 건 강요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금쪽이가 느낀 외로운 감정은 점차 화로 변모하게 됐다.


- B.M.W 대화법
Body language(행동 언어) : 아이가 행동으로 보이는 감정 표현에 집중하라
Mood(감정) : 아이의 감정 온도에 맞춰라.
Word(말) : 아이가 말로 표현하는 감정에 집중하라.

오은영은 금쪽이가 언제나 먼저 마음을 말하고 있다며 다행이라고 안심시켰다. 다만, 그냥 둬서 저절로 좋아지기 어렵고 또 다른 문제로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 복용을 권유했다. 더불어서 금쪽 처방도 제시했다. 그건 맞장구의 기술 'B.M.W 대화법'이었다. 행동 언어와 감정, 말에 집중해서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처방법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와 1:1 상담을 통해서 머리카락을 뜯고 싶을 때 다른 방법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금쪽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빠는 손에 꼭 쥘 수 있는 다양한 장난감들을 금쪽이에게 내밀었다. 금쪽이는 머리카락 대신 만질 장난감으로 뽁뽁이를 선택했다. 과연 금쪽이는 뽁뽁이를 활용해 감정 컨트롤에 성공했을까. 물론 첫술에 배부를 리 없었다.

금쪽이는 화가 나자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엄마 아빠는 솔루션을 진행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며칠 뒤 오은영의 긴급 호출이 있었다. 고민에 빠진 가족을 위한 중간 점검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매끄럽게 표현을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표현을 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언제나 감정을 숨기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내가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빠가) '나도 그런 적 있어'하고 그냥 넘겼어. 어떻게든 말해본 첫 마음이었는데.. 나는 아빠가 위로해 줄 줄 알았는데.. 아빠는.."


며칠 뒤, 금쪽이는 엄마에게 숨겨둔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빠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며칠 전까지 살고 싶지 않았던 이유,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혀서 아예 못 열게 봉쇄시키려던 상태에 대해서 얘기했다. 위로를 바라고 가까스로 꺼내놓은 진심을 몰라준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금쪽이는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마음을 털어놓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금쪽이와 마음으로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서로 마주 앉아 손을 맞잡고 아이 콘택트를 하며 마음을 알아맞히는 시간을 가졌다. 힘들었던 마음 상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빠는 금쪽이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를 하며 소통의 시간도 함께 늘려갔다. 소통의 깊이가 조금씩 깊어지자 긍정적인 보디랭귀지도 늘어갔다. 금쪽이의 마음에 하루빨리 평온이 깃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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