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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거부하는 금쪽이, 오은영은 '생존의 논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11. 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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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금쪽이), 8살 남매를 둔 맞벌이 부부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두 사람은 다른 출연자들과는 달리 손을 잡지 않은 채 스튜디오에 등장했는데, 단순히 부끄럽거나 민망해서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부부 관계가 단절됐다는 인상을 줬다. 금쪽이네의 가장 큰 고민은 금쪽이가 3년째 등교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금쪽이는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걸까.

잠에서 깬 금쪽이는 침대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엄마가 다가와 뭐하냐고 묻자 신경쓰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밥을 먹으라고 해도 멀미가 난다며 칭얼댔다. 엄마와 금쪽이의 관계도 뭔가 이상했다. 금쪽이는 엄마와 닿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피해다녔다. 겨우 준비를 마치고 등교를 하기 직전, 엄마가 침대에 놓인 금쪽이의 가방을 만지자 난리가 벌어졌다.

금쪽이는 엄마를 향해 "만지지 말라고!"라며 소리를 지르더니 오열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좀 만졌다고 이렇게까지 울 일인가 싶었다. 엄마가 금쪽이에게 다가가자 금쪽이는 정색하며 멈추라고 말했다. 그리고 만지지 말라며 몸을 피했다. 엄마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다. 엄마가 방을 나가자 다시 등교 준비를 했는데, 마치 오염된 물건을 다루듯 했다. 급기야 손까지 씻었다.


그런 금쪽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동생을 먼저 등교시켜 주러 나간 사이 금쪽이는 베란다에서 할머니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성통곡했다. (금쪽이네는 3년 전 분가했는데, 그전에는 할머니가 금쪽이의 육아를 주로 담당했다.) 엄마가 돌아오자 모든 게 엄마 탓이라며 힐난했다. 원망와 분노가 계속 이어졌다. 3년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금쪽이는 ADHD, 결벽증, 강박증 등 다양한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꾸준히 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엄마한테만 이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동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진단 결과를 받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치료를 모색 중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오염 강박'이 맞다고 진단했다. (오염 강박은 72회 방송에서 다룬 적이 있다.)

학교는 공용 공간이다보니 코로나19 등 오염 물질에 대한 불안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오염 강박이 있는 금쪽이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오염 강박이 주원인이기는 하나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금쪽이는 집 밖에서는 오염에 대한 강박이 없는 듯 행동했다. 친구와 손을 잡기도 했고, '디스코팡팡'을 타러 가서는 아무렇지 않게 쇠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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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 엄마 바꾸고 싶어."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금쪽이는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엄마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자신을 만지는 것도 싫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도대체 금쪽이는 왜 엄마를 싫어하는 걸까. 금쪽이는 엄마가 만지면 더러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엄마의 마음이 무너져 내릴 얘기였는데, 정작 엄마는 그런 말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저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오은영은 일반적으로 오염 강박이 있으면 밖에서 증상이 악화되지만 예외도 있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강박 증상은 내면의 감정을 잘 소화하지 못해서 강박적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싫은 사람과 접촉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지만 좋아하는 사람과의 접촉은 괜찮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금쪽이는 아빠와의 스킨십은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장난도 치며 사이좋은 모습이었다.

잠시 후, 금쪽이는 엄마가 자신의 빨래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괴성을 지르며 발광했다. 엄마가 다가오자 황급히 피하며 화장실로 도망쳤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금쪽이는 할머니에게 카톡을 보내며 지금의 상황을 알렸다. 거기에는 엄마랑 살기 싫다며 (엄마를) 죽여버리겠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경악스러웠다.


한편, 오은영은 부부 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두 사람은 만나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금쪽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깊어져 관계는 곪을 대로 곪아버렸다. 대화를 나눠도 평행선만 유지될 뿐이었다. 아빠는 엄마의 소극적인 태도가 불만이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불사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담사가 제시한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것도 답답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냈다.

오은영은 '아이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엄마의 행동이 아빠나 할머니가 바라는 엄마(의 상)는 아닐지언정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마치 모든 잘못이 엄마에게 있는 것처럼 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엄마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지만, 모든 원인을 엄마로 돌릴 순 없는 일이다.

6개월 동안 배에 품고 있던 아이를 갑자기 잃는 등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한 엄마는 슬픔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듯했다. 서로의 아픔의 나눈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엄마는 없다고 대답했다. 당시에 상처를 잘 치유하지 못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안쓰러워 했다. 엄마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회복이었다.


아빠는 14년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감정 교류가 안 된다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공감을 받지 못했고, 항상 무덤덤한 대답이 돌아왔다며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금쪽이도 같은 입장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도 감정을 나누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오은영은 아빠가 엄마에게 적극적인 미션만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우선, 금쪽이는 엄마를 향해 적대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활동적이지 않은 엄마의 기질이었다. 결과는 어차피 실패였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항상 남편과 상담사들이 준 미션에 실패하는 무능한 엄마가 됐다. 두 사람 간에 입장의 차이가 존재했다.

열달 동안 품고 있던 아이가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상황, 엄마는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가 없었다. 한없이 쪼그라들다보니 방법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몰겠다'로 일관했던 것이다. 모든 문제의 결론은 엄마의 사랑 부족으로 귀결됐다. 표현이 서툰 탓에 모성이 부족한 엄마로 낙인찍힌 것이다. 오은영은 엄마가 죽을 만큼 힘들었을 거라고 위로했다.

저녁 시간, 결정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할머니가 금쪽이의 요청을 받고 달려왔고, 다들 즐겁게 식사를 하는 동안 엄마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엄마는 대화에서 배제됐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가족들은 엄마의 뒷담화를 늘어놓았다. 할머니가 돌아간 후, 금쪽이는 엄마와 한바탕하고 울먹이며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뒤따라온 엄마의 손을 잡았다 놓기를 반복했다.


금쪽이의 진짜 속마음은 뭘까. 오은영은 '혼란형 애착'이라고 설명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안전하지 않을 것 같고(안전 욕구), 멀어지면 외롭고 불안한(애정 욕구) 두 욕구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 내에 힘의 균형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였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할머니와 아빠와 한 편이라는 걸 어필하는 거라 분석했다.

일상 속에서 엄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한 금쪽이는 엄마에게 화를 내는 게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일종의 생존의 논리였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엄마를 미워해야만 했다. 금쪽이가 엄마가 싫은 이유에 대해 명확히 말하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가족 내의 모든 소통 방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가족이란 편을 나눌 필요 없는 '하나'임을 깨우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마음을 들려주기를 한사코 거부했던 금쪽이는 카메라가 꺼진 후에야 어릴 때 할머니와 아빠가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일하러 간라 옆에 없었다며 속상해했다. 아마도 오염 강박을 고쳐주려는 의도였을 테지만, 훈육을 빙자한 체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무서웠던 아빠의 훈육 방법이 마음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시행착오 있을 겁니다. 너무 두려워 마십시오. 오늘 한번 꼬였다고 해서 아이의 인생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우려가 컸다. 부부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데다 금쪽이가 저리도 엄마를 싫어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과연 '금쪽 처방'을 잘 따라올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엄마와 아빠는 의지가 충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한 오은영은 금쪽 처방으로 '가족 거리 좁히기'를 제안했다. 다양한 노력을 하며 금쪽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렸으나 금쪽이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금쪽이가 이분법 논리로 엄마를 나쁘게 판단하고 밀어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할머니와 아빠가 말하는 엄마의 단점들이 금쪽이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한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아빠와 따로 만나서 엄마의 노력이 금쪽이에게 닿도록 아빠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빠는 금쪽이와 함께 엄마의 장점 찾기에 나섰다. 일상 곳곳에서 암마의 장점을 찾아나갔다.

한편, 엄마는 금쪽이를 위해 오염 강박에 대해 공부했고, 매일마다 감정 표현 연습에 매진했다. 대화 연습도 꾸준히 진행했다. 엄마는 금쪽이와 주먹밥 만들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금쪽이가 조금씩 다가와 참여하게 시작했다. 슬그머니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에도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74회 방송(11월 19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정한 이미지로 형상화된 모성애를 무턱대고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불편했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모성애가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또, 가족 내 힘의 불균형이 빚어낸 엄마 거부 현상도 거북했다. 금쪽이 엄마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그 웃음이 앞으로 지속되길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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