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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실수하는 금쪽이, 오은영은 '더 큰 문제'를 발견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12. 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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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아들, 8살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 대디와 할머니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2년 전 이혼을 하면서 현재 육아는 할머니가 담당하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할머니가 든든하면서도 육아관 충돌이 잦다고 말했다. 사연을 보낸 건 금쪽이의 고모였다. 아이 마음이 힘든데 어른들이 알아채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반면, 할머니는 주변 시선 때문에 출연을 망설였다.

금쪽이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바로 '소변 실수'였다. 금쪽이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던 중 소변을 지리는 실수를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보통 소변을 가릴 나이이다. 야노증도 아니고 대낮에 실수를 반복하는 건 분명 문제였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일상을 어떨까. 아빠는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금쪽이에게 다가가 숙제를 하라며 다그쳤다. 분위기가 금세 험악해졌다.

엄하고 철저한 훈육에 금쪽이는 의기소침해졌다. 아빠가 잠시 외출하자 이번에는 할머니가 바통 터치를 해서 나타났다. 금쪽이는 "좀 쉬면 안돼?"라며 작게 항의했지만 통할 리 없었다. 얼마 후 돌아온 아빠는 다시 숙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강압적인 방식으로 금쪽이를 대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추궁에 금쪽이는 말문이 막힌 채 얼어붙었다. 지켜보기가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한편, 촬영 기간 동안 금쪽이의 소변 실수는 포착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왔다. 아빠의 고민과 달리 오히려 깊이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다른 쪽에 있는 듯했다. 신애라는 금쪽이가 아빠를 유독 무서워하는 것 같다며 퉁명스러운 말투에 대해 언급했다. 억센 억양의 사투리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드셌다. 할머니도 금쪽이가 아빠를 많이 두려워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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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에게 소변 실수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의 기질이 'Slow to warm up Chile', 그러니까 준비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고 파악했다. 느린 기질의 아이들은 대체로 수줍음이 많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고,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성격이 급한 부모와는 상극이다. 오은영은 금쪽이는 정서적 표현을 잘 하지 않고, 감정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아빠는 금쪽이를 보면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본인도 기본적으로 느린 기질을 가졌지만, 살면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질을 바꿔야만 했다는 것이다. 아빠 입장에서 금쪽이가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리라. 하지만 아빠는 말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금쪽이가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질문을 쏘아댔다. 느린 기질의 금쪽이에게 최악의 대화 방법이다.  

금쪽이 같은 기질은 시간을 많이 주고 천천히 지켜보면 느리지만 깊이 이해하는 편이다. 인간관계도 오래 걸리는 만큼 깊고 단단하다. 하지만 급한 요구를 받으면 불편을 느낀다. 한편, 할머니는 손주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가자고 설득했다. 설득이라지만 사실 강요에 가까웠다. 금쪽이는 할머니의 그런 일방통행이 싫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비장의 무기로 아빠한테 전화한다며 협박에 나섰다.  

결국 아빠 찬스를 쓰게 됐고, 금쪽이의 얼굴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아빠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이 됐다. 결국 강제로 운동을 나가게 됐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할머니의 숙제 검사가 이어졌다. 금쪽이는 내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할머니는 계속 밀어붙였다. "왜 맨날 할머니 마음대로 정해?" 금쪽이는 불만을 표현했다. 할머니는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절대 할머님을 궁지로 몰거나 아버님보고 잘못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도와드리려는 진심밖에 없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아빠와 할머니를 비난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걸 전제한 후 아이가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닦달하는 건 단지 양육자가 편한 일일 뿐이다. 냉정히 말하면 할머니는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는 확인을 위해 금쪽이를 보채고 압박했던 것이다. 오은영은 과도한 통제를 그만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아빠와 할머니는 양육 문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갈등을 빚었다. 엄마 없이 자라는 손주들이 안타까운 할머니는 아빠에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하지만 대화는 비난으로 이어져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본을 보이라고 훈계하자 기분이 상한 아빠는 반발했다.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할머니의 통제적인 육아 방식이 못마땅했다.

결국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다. 아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작은 것 하나마저 지시했던 할머니의 양육 방식을 언급했다. 요즘 금쪽이를 보며 어린 시절의 상처가 떠올랐던 것이다. 너무나 오래 묵혀온 갈등이었다. 오은영은 이들의 대화를 '칼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서슬 퍼런 말들로 서로를 베는 대화는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만들 뿐이었다.


- 칼의 대화의 4가지 유형
1. 비난형 : '맨날', '매번', '언제나', '항상' 등 일반화해 상대를 비난.
2. 경멸형 : "너랑 말하는지 지나가는 개랑 얘기하겠다" 등의 표현.
3. 방어형 : "너는 얼마나 잘했는데?"라며 필요 이상의 과한 수비적 대답.
4. 외면형 : 상대를 그림자 취급하며 무시하는 것.

오은영은 할머니의 사랑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설명해 나갔다. 금쪽이에 대한 (더 나아가서는 어린 시절 아빠에 대한) 할머니의 강요는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자신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포장된 강요의 방식을 쓰면 상대방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심지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나쁜 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소통 방식은 (그런 의도는 없지만)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결국 할머니는 "금쪽이를 왜 공개 망신을 시키려 하냐"며 촬영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빠는 할머니의 일반적인 요청에 신경이 곤두섰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거듭되는  아빠의 고성에 금쪽이는 감짝 놀라버렸다. 숨죽이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금쪽이는 거실로 나가더니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였다. 금쪽이가 얼마나 용기를 냈을지 알 수 있었다. 다음엔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어른들의 싸움을 중재하려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간 금쪽이는 잠시 후 눈물을 터뜨렸다. 잔뜩 겁을 먹고 흐느꼈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을까. 스튜디오도 눈물바다가 됐다.

"아빠는 어떤 분이야?"
"마음씨는 되게 착한데, 분노 조절을 못해. 그래서 화를 잘 내."
"아빠가 화내면 마음이 어때?"
"슬퍼. 슬퍼도 참을 수밖에 없어."
"할머니는 어떤 분이야?"
"마음은 되게 친절하셔. 그런데 짜증을 잘 내셔서 두려울 때가 있었어."


속마음을 꺼내놓는 금쪽이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속이 꽉 찬 '어른 아이'였다. 아빠와 할머니에 대해 설명할 때도 장점부터 말하는 섬세함을 지녔다. 또, 할머니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아 답답해서 뛰쳐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참는다는 얘기도 털어놓았다. 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면서도 아빠가 걱정할까봐 자신은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소변 문제는 금쪽이의 마음이 편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며 가족의 갈등을 푸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금쪽처방으로 그것이 생명과 직결되거나 위험이 따르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라고 조언했다. 설사 아이의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선택을 경험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잘 되라는 의미였겠으나 과도한 통제와 일방적 소통은 금쪽이를 불편하게 했다. 그런 압박 속에서 금쪽이는 소변의 경우 자신의 통제 하에 있다는 걸 알았다. 슬픈 감정을 억누르듯 소변 문제를 통제했던 것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2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 습관처럼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더 이상 소변 실수는 없었다.

또, 가족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 모두 둘러 앉아 실타래를 건네며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했다. 아빠의 진심어린 사과를 들은 금쪽이는 말없이 눈물을 흘린 후 아빠에게 실타래를 건넸다. 자신의 마음을 좀더 알아달라고 조심스럽게 진심을 꺼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야단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할머니는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나갔다.


아빠는 긴장감 없는 마음 편한 대화법을 연습했다. 화낼 때의 데시벨과 비교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하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또, 집 안 곳곳에 금쪽이와의 약속을 적은 메모를 붙여두고 상기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와의 1:1 상담에서 상대방의 채근에 주눅들지 않도록 앞으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표현해 보라고 제안했다. 느린 기질의 금쪽이에게 안성맞춤인 대처법이었다.

금쪽이와 아빠는 둘만의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아빠는 금쪽이에게 엄마 얘기를 해도 괜찮다며 힘들 때는 꼭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에 잠긴 아빠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남매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으니 종종 전화 통화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된 남매는 곧 엄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 했다.

금쪽이 남매를 위한 어른들의 노력은 분명 결실을 맺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길 바란다. 금쪽이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금쪽이가 주도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좀더 깊이 헤아리고 보다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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