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입질하는 천방지축 아기 레트리버, 강형욱의 솔루션은 의외였다

너의길을가라 2021. 2. 16. 07:55
반응형

래브라도 레트리버는 물 등지에서 사냥감을 회수하는 목적으로 개량된 대표적인 조렵견(鳥獵犬, gun dog)이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매우 영특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데, 그런 특성을 활용해 시각 장애인 안내견이나 마약 탐지견 등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조렵견의 DNA가 흐르고 있어서 어릴 때부터 훈련을 잘 시키지 않으면 입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 퀸(암컷, 6개월)은 입질 대마왕이었다. 레드리버답게 굉장히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끝없이 달려들며 놀아달라고 보챘다. 엄마 보호자가 혼신을 힘을 다해 터그 놀이를 해줬지만, 힘이 좋고 활동량이 많은 퀸의 성에 차지 않았다. 지쳐버린 엄마 보호자가 터그를 놓아 버리자 퀸은 엄마 보호자의 옷을 물고 늘어졌다.

깜짝 놀란 엄마 보호자가 몸을 피하자 이번엔 가슴팍으로 달려들며 입질을 했다. 통제를 하려고 애썼지만 먹히지 않았다. 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입질은 어린 딸 보호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큰딸 보호자는 퀸의 입질이 잦아질뿐더러 그 강도도 세지자 조금씩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퀸은 왜 저토록 입질을 하는 걸까.


"캠핑장에서 데려왔을 때 저희한테 집착을 많이 하는 거예요. 저도 좋았어요, 집착하니까. 좀 지나서 퀸이 갑자기 세게 무는 가예요. 세게 무니까 아팠죠. 당황스럽고. 정말 무서웠어요. 저한테는 적이에요."

퀸이 입질을 할 때마다 엄마 보호자가 꺼내드는 해법은 회피였다. 퀸을 켄넬 안에 넣거나 자신이 안전문 뒤로 숨은 것이렀다. 그럴 때마다 퀸은 끝까지 쫓아와 입질을 하려 했다. '이형욱(이경규+강형욱)'을 자처하는 이경규는 너무 이른 시기에 입양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통 생후 10~12주 후에 입양이 권장되는데, 퀸의 경우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양됐던 것이다.

강형욱도 그 때문에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고 동의했다. 어미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면 입질 문제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새끼가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면 젖이 나오지 않는데, 그 후에 새끼들이 젖을 물면 어미가 고통스러워 깨물지 못하도록 훈육을 한다는 것이다. 퀸은 너무 이른 시기에 보호자의 집으로 오게 돼 그런 과정을 겪지 못했다.

"사회화가 많이 안 되어 있어 보여요. 친절한 행동을 받아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산책도 쉽지 않았다. 완전히 끌려다니는 수준이었는데, 그러다 줄이 꼬여 넘어진 적도 많았다. 단 한번도 퀸과 나란히 걸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큰딸 보호자의 바람은 퀸과 함께 평생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퀸과 헤어진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았다. 큰딸 보호자는 퀸이 착해져서 캠핑장에 같이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강형욱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퀸은 외부인의 등장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경규와 장도연의 발견한 퀸은 귀가 접히고, 꼬리도 내려가 있었다. 간식을 줘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외부인과의 접촉 경험이 거의 없어 보였다. 강형욱이 등장하자 아예 털이 곤두서 핵클업 상태가 됐다. 입질에 산책도 불가한 레트리버라니.. 강형욱이 어떤 솔루션을 제시할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생후 6개월 된 강아지는 천천히 못 걷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강형욱은 퀸이 고작 생후 6개월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으로 치면 미취학 아동에 불과했다. 천천히 똑바로 걷는 게 어려운 시기였다. 목줄을 당기는 것도, 장난기를 발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만, 보호자의 핸들링은 문제가 있었다. 우왕좌왕하며 끌려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건 퀸이 목줄을 당기는 걸 응원하는 격이니 말이다.

보호자들이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퀸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퀸이 실외에서 소변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그 이유가 퀸이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퀸은 아직 보호자 가족에게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강형욱은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잘 맺어진다면 입질이나 산책시 목줄을 당기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퀸과의 산책은 재미있게 놀아주는 것이 되어야 했다. 강형욱은 퀸의 목줄이 끊어졌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도망가는 퀸의 반대쪽으로 달려 퀸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그저 신나게 놀아주는데 집중했다. 퀸이 목줄을 건네받은 아빠 보호자의 발에 입질을 해도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문제는 당연한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가족이라고 지적했다.


규칙을 내세우기보다 관계를 맺는 게 우선이었다. 그것이 바로 '맞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퀸을 이해해야 했다. 산책 후 집으로 돌아간 퀸은 호기심 많은 6개월된 레트리버답게 화장실을 뒤지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집어왔다. 평소 보호자들이라면 지적하고 혼냈겠지만, 강형욱은 퀸과 놀아주며 관계 형성에 나섰다. 그런 과정은 반려견에게 보호자가 자신의 행동에 집중한다는 걸 인지시켰다.

강형욱은 간식을 통해 퀸에게 기다리는 법을 익히도록 했다. 조금씩 신뢰를 쌓아 나갔다. 퀸은 목줄을 당기거나 입질을 하는 것보다 앉고 엎드리는 편이 훨씬 더 보상이 크다는 걸 깨달아 나갔다. 강형욱은 명령이 아니라 습관처럼 익히도록 만들었다. 또, 훌라후프 훈련을 제안했다.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에서 보호자에게 집중시키고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훈련법이었다.


퀸이 훌라후프 안에 들어오면 간식으로 보상하고, 이후 훌라후프를 옮겨 다니며 공간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줬다. 그 다음에는 보호자와 함께 훌라후프 안에서 함께 머물며 신뢰도 쌓아나갔다. 보호자와 신뢰가 쌓이자 퀸은 조금씩 변화했다. 퀸은 얼음 땡 훈련도 착실히 따라왔다. 보호자와의 신뢰 형성으로 공격적인 행동이 제어됐다. 명령으로 '하지 마'를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익히게 된 것이다.

강형욱의 솔루션은 이번에도 핵심을 꿰뚫었다. 단지, 훈련법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규칙을 내세우기보다 내 반려견을 이해하는 게 먼저였다. 놀랍게도 개들은 보호자가 자신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자신을 불편해 하는지 또는 실망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교감하고 싶은 보호자가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