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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단주 징계 논란, 그는 성역을 건드렸나?

너의길을가라 2014. 12. 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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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질서를 깬 부적절한 발언인가, K리그 발전과 악습 철폐를 위한 고언(苦言)인가? 한국 축구계에 이른바 '이재명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성남FC의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FC..꼴찌의 반란인가? 왕따된 우등생인가?'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고, 그에 따른 파장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우선, 이재명 시장이 썼던 글을 가볍게 살펴보면서 그가 제기했던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해보도록 하자. 이 시장은 '시민구단의 FA컵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음에도 '정규리그 2부 강등위기'에 놓여 있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선 성남FC'의 처지를 상기시키면서, "성남FC가 2부리그 탈락할 만큼 약체인데 우연히 FA컵 우승을 한 것일까 아니면 FA컵에 우승할 만큼 실력이 있지만 다른 이유로 탈락위기에 처한 것일까요?"라고 물었다.


물론 FA컵을 우승했다고 해서 정규리그에서도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시장은 성남FC가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가 진단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 시장은 "그것은 바로 잘못된 경기운영 때문"이라면서 심판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9월 20일 성남 대 제주 전(1-1 무)에서의 PK(패널티킥) 선언, 10월 26일 성남 대 울산 전(3-4 패)의 PK 선언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이를 '부당한 패널티킥 선언'이라고 못박았다.


이 시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승부 조작'을 암시하는 언급까지 했다. 지난 8월 17일 부산과의 홈경기에는 "부산 구단주인 정몽규회장이 직관하는 가운데 역시나 부당하게 장석원 선수에게 PK를 선언해 경기흐름이 끊기더니 4:2로 지고 말았"다며 오심을 넘어 고의적인 불공정 판정이 있었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쯤되면 '뇌관(雷管)'을 건드렸다고 봐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반응이야 불 보듯 뻔한 것 아닐까?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과 규정 제 3장 경기편


제36조 [인터뷰 실시]

⑤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으며, 위반 시 다음의 각 호에 의한다.

1) 각 클럽 소속 선수 및 코칭스태프, 임직원 등 모든 관계자에게 적용되며, 위반할 시 상벌규정 제17조 1항을 적용하여 제재를 부과한다.

2) 공식인터뷰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어떠한 경로를 통한 언급이나 표현에도 적용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프로축구연맹은 심판 판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식 인터뷰 등을 통해 판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되면 상벌위원회에 회부된다. 간혹 감독들은 작심하고 심판 판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얼마 전 프로농구에서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의 '작심 발언'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 1일,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에서 이재명 시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이 시장에 대한 징계가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성남은 보도자료를 통해 "징계회부는 건전한 비평을 통해 오류를 시정할 기회를 봉쇄하고 프로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반민주적 폭거이자, 범할 수 없는 '성역'을 설정한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성남 구단은 "연맹이 주장하는 심판비평 금지규정은 해당 경기직후 경기장에서의 공식인터뷰와 그에 준하는 경로를 통한 발언에 한정되지, 시간 장소 제약없이 영구적으로 심판비평을 금하는 것이 아니다"며 경기규칙의 적용 시기와 범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고 나섰다. 여기에 성남 구단은 "이란 전 오심을 지적한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도 아시아축구연맹, 국제축구연맹의 규정을 위반한 징계사유인가 되묻고 싶다"며 프로축구연맹 측에 항의했다.




한편, 이 상황을 지켜본 '전문가' 축구 기자들은 이재명 시장을 향해 '일제 사격'을 개시했다. 논조(論調)의 통일성이 돋보인다. 일부 기자들은 이 시장이 '2부리그 강등 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포기를 시사'했다면서 이를 선수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간주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심판 판정 등 불공정한 경기 운영을 지적한 이 시장의 본심과는 동떨어진 해석이다. 어찌됐든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 시장의 글을 '프로축구계를 매도한' 위험하고 경솔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부 리그 잔류냐, 2부 리그 강등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장문의 글을 통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판한 것은 어찌보면 또 하나의 '경기 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성남의 1:0 승리로 끝나지 않았던가? 그만큼 이재명 시장이 급박하고 초조한 심정이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성남FC의 '구단주'인 만큼 그러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축구계의 언어에 비춰볼 때 예외적일 정도로 과격"했다는 김정용 기자의 말처럼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시장의 글이 불쾌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시장은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지자 "목을 쳐도 그저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그래야지 따지면 안 된다는 게 스포츠기자들 입장이군요"면서 비아냥댔다. 기자들의 감정이 상하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물론 기자들은 자신들이 '냉철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하겠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어떨까? 대다수의 축구 팬들은 이재명 시장의 발언에 우호적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쌓여왔던 (한국축구협회를 포함해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만큼 고질적인 문제였고, 시정되지 않는 악질적인 부분이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무조건적으로 매도하고, 혹은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심지어 과장하고 확대해석하는 기자들의 행태는 아쉽기만 하다.


OSEN의 우충원 기자는 "승부조작과 부정부패로 인해 성남이 강등됐다면 분명 팬들이 먼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성남의 성적이 좋지 않고 패한 것은 축구를 못해서다. 하지만 현재 이재명 구단주의 입장은 정치적으로 구단을 이용하려는 정치인의 입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재명 시장이 '정치적으로 구단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 시장이 이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얻을 이득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구보다도 정치적인 것은 우충원 기자가 아닐까?


그동안 '판정 오류'에 대한 불만은 계속 누적되어 왔다. 여러 지도자 및 구단 관계자들과 수많은 K리그 팬들이 제기해왔던 문제였다. 오히려 이재명 시장의 발언을 통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심판 판정에 대해 그 어떤 언급조차 할 수 없게 봉쇄하고, 이를 성역(聖域)인양 둘러치고 있는 것은 오히려 K리그 발전에 해(害)가 된다. 적절한 통로를 열어 두고 다양한 논의가 펼쳐질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판의 당사자가 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반응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축구 전문가라고 하는 기자들이 저토록 '발끈'하고 나서는 것은 오히려 더 수상쩍게 보인다. 우습게도 기자들이 '팬'을 팔면서 이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팬들은 이 시장의 편에 서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현실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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