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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동기간 단체훈련금지, 김성근 그리고 선수협과 넥센

너의길을가라 2014. 12. 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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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합동훈련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진상파악에 따른 합동훈련 사실이 인정되면 즉시 선수협 결의에 따라 엄중한 제재조치를 부과할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가장 선수협 방침을 잘 따르는 팀이 우리팀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억지로 (훈련을) 시키는 것인데, 합동훈련은 말도 안된다" (염경엽 감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와 넥센 히어로즈가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을 두고 충돌했다. 터질 것이 터진 셈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자살행위' 등의 발언으로 선수협을 대놓고 긁었고, 이에 발톱을 세우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선수협의 매서운 눈빛에 넥센이 걸려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선수협의 주장과 넥센 측의 주장이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사태의 추이를 살펴봐야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내용을 알아보기에 앞서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이 무엇인지, 그리고 김성근 감독이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들을 짚어보도록 하자. 강도 높은 훈련으로 악명 높은 김성근 감독은 한화 선수들을 이끌고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캠프를 마치고 돌아왔다. 왜 굳이 11월 30일까지 였던 것일까?


야구 규약(2011년 개정) 제138조[합동훈련]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 이를 비활동기간으로 지정하고 단체훈련 및 전지훈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한화가 11월 30일에 훈련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비활동기간'을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협은 "비활동기간은 계약기간이 아니고, 선수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합동훈련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분명 타당한 설명이다.



또, 선수협은 "더 이상 우리 선수들이 구단의 감시나 타율적인 환경이 아닌 체계적이고 자신의 몸에 맞는 자율훈련을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구단이나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비활동기간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2월에 훈련을 하지 않는 건 선수에게 어마어마한 손해다. (11월) 한 달 하고, (12월) 한 달을 놀게 되는데 그 사이 잃어버리는 시간을 어떻게 하느냐는 어렵다. 두 달이면 선수가 어마어마하게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게 끊긴다는 게 아쉽다. 45일의 공백은 어마어마하게 안 좋은 것이다. 한 달 반을 쉬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본다. (선수협)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선수에게 플러스·마이너스 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가능성 있는 어린 아이들은 계속 훈련하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데 그게 아깝다 어느 나라든 자율이라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FA 계약해서 제대로 하는 선수가 얼마 있나. FA해서 살 빠진 선수가 있나? 전부 쪘다. 그 수준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선수협에서는 '자율훈련을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자율이라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FA해서 살 빠진 선수가 있나? 전부 쪘다. 그 수준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박하기 쉽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분명 선수협의 감정을 건드린 것만은 분명했다. 선수협은 지난 2일 '201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정기총회'를 열고,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규정 강화를 결의했다. 예외 조항을 없애고, 훈련 적발시 벌금 규모도 높였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이런 분위기 속에서 15일 한 언론 매체가 넥센이 12일 목동구장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넥센 선수들이 일부 코칭스태프와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선수협은 "오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넥센 히어로즈의 합동훈련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진상파악에 따른 합동훈련 사실이 인정되면 즉시 선수협 결의에 따라 엄중한 제재조치를 부과할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구단운영 원칙 중 하나가 '자율훈련'인 넥센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구단 측은 "자율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지나가다 본 코치들이 한 마디씩 한 것에 대한 오해"라고 설명했고, 염경엽 감독은 "사무실이 야구장에 있는데 출근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우리는 자율훈련을 가장 잘 지키는 팀이다. 문제될 게 없다"고 맞받았다.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넥센 측이 분명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강철 수석코치가 염 감독과 대화를 하기 위해 목동구장에 출근했다가 선수들을 잠시 봐줬고, 홍원기 수비코치는 유격수로 포지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윤석민의 요청에 의해 직접 지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장면들을 목격했다면,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단체훈련'이었다고 여길 만 하지 않겠는가?


이번 사안은 '해프닝'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비활동기간'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활동기간을 지정해 이 기간동안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선수협과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싶은 구단 측의 이해관계는 상충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는 훈련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켜야만 하는 최저연봉을 받는 어린 선수들이다. 고연봉의 주전급 선수들과 달리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훈련을 위한 쾌적한 환경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선수협과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풀어야만 한다.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애초에 선수협에서 비활동기간을 지정하고, 그 기간동안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것은 '비활동 기간에도 스케줄을 맞춰 훈련을 시키겠다'는 걸 막자는 취지'이지 모든 훈련을 전면적으로 막겠다는 것은 아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협회가 접점을 찾아야 한다. 무작정 단체훈련을 금지시킨다기보단 연봉 혹은 연차에 따른 단체훈련 차등 금지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대화의 여지는 충분한 것 아닐까? 선수협도 그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구단과 선수협, 그리고 저연봉의 저연차 선수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현재 다수의 야구 팬들은 선수협(주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활약이 미비한 선수들)을 '뺀질이'로 몰아부치고 있다. 훈련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으른 선수들로 치부하면서, 선수협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수협의 입장도 이해를 해볼 필요가 있다.


선수협이 반대하는 것은 '구단이 스케줄에 맞춰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구단 측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닐까? 또, 한 야구선수는 "구단 사정상 정 훈련이 필요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면 기본적인 것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자율도 아닌 단체훈련은 분명히 구단 활동의 연장선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 부분을 약속해주면 지금같은 선수들의 볼멘 소리는 상당부분 잦아들 거다"고 말한 바 있다. 구단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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