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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보다는 징계로 입막음? 불통의 KBL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너의길을가라 2014. 12.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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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스포츠조선>은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의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부산 KT와 전주 KCC의 경기가 열렸던 14일 부산사직체육관. 허재 감독은 전창진 감독을 찾아 인사를 나눴다.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사이인 두 감독은 '심판 판정'과 'U1파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허 감독, U1 파울이 4쿼터 막판에 불리우는 것 봤나?"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U1' 파울 : 예전의 속공 파울. 속공시 파울을 할 경우 보너스 자유투 1개를 자동적으로 주는 제도.

'U2' 파울 :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


전창진 감독의 주장은 접전 상황인 4쿼터 막판에는 심판들이 U1 파울을 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감독은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4쿼터 막판(팀파울 적용 또는 반칙작전)에는 자유투 2개가 주어지기 때문에 굳이 U1파울을 불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팀파울 상황이나 경기가 끝나는 시점에는 U1파울을 불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불 같은 성격의 전 감독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리가 없다. 전 감독은 전화를 걸어 유희형 심판위원장에게 질문을 했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확인해보고 알려주겠다"는 허무한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유 위원장으로부터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심판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과 '일관성'이다.




판정의 기준을 알 수 없는 선수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이를 넋놓고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감독들은 뒤골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부터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이 적용되면서 감독들은 심판의 판정에 대해 항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젠 주장들이 나서서 판정에 항의하고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심판들이 각 팀의 주장들에게 성심성의껏 판정을 설명해주는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심판들의 권위의식만 더 높아졌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을 직관이나 TV를 통해 지켜봐야 하는 팬들도 분통 터지긴 마찬가지다. 우왕좌왕하는 심판들 때문에 경기의 맥이 끊기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판정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왔다갔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영기 총재 체제를 맞아 KBL은 공격 농구를 선언하면서 골밑 몸싸움에 관대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1라운드에만 반짝했을 뿐 다시 예전의 '판정 습관'으로 돌아가버렸다는 것이 선수들의 한결같은 한탄이다.




이러한 대화 내용들이 <스포츠조선>의 기사를 통해 보도되자 KBL은 "KBL 비방 행위"라면서 재정위원회를 열어 두 감독의 징계를 논의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KBL의 이야기는 이렇다.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개 비난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상벌 규정에 KBL 또는 구단 비방행위시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이번 재정위원회를 개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심판 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을 과연 '비난 행위'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걸까?


KBL이 앞다퉈 해결해야 할 일은 '징계'가 아니라 심판 판정(특히 U1파울)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밝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감독들은 징계를 통해 입막음을 하겠다는 것은 소통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가뜩이나 KBL의 리그 운영과 심판들의 자질 논란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U1 파울에 대해 더 공부하고, 더 엄격하게 판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논란에 대해 KBL이 내놓은 대답은 '더 공부하고, 더 엄격하게 판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솔직(?)한 대답이 신선하긴 하지만, 리그가 시작되고 벌써 3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더 공부하겠다'는 대답은 팬의 입장에서 볼 때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새로운 룰을 도입할 것이었다면 미리 철저한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갑작스러운 '로컬 룰(Local rule : 각 지역의 특수한 조건에 맞게 설정된 규칙) 도입이 가져온 예고된 결과인 셈이다.


전 감독의 '문의'에 대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유희형 심판위원장은 "전 감독이 지난 몇 경기 상황을 가지고 막판 U1 파울이 불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전화로 문의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서로 간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을 취했다. 유 의원장은 "당시 회의중이었다. 회의 중간 전화를 받아 '당시 경기 상황들이 기억나지 않아 잘 모르겠으니 확인 후 전화를 주겠다'라고 답을 했다"고 상황을 섦영했다.


유 위원장이 회의(를 정말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후에 전 감독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즉시 연결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 후 통화를 했는데, 전 감독이 당시 설명으로 100% 납득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최근 판정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와 많이 힘든 상황이다. 심판위원장으로서 구단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정이 나오도록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한다"며 깔끔하게 끝맺음을 했다.




심판의 콜에 대해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들의 불만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심판들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총재가 바뀌면서 새로운 룰이 갑작스럽게 도입이 됐기 때문에 심판들로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과연 심판들에게 새로운 룰에 적응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히 주어졌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심판들의 판정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늘상 있어 왔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통(不通)을 고수하고 있는 KBL과 김영기 총재다. 심판의 판정에 대해 뭔가 문제 제기를 하면 '괘씸죄'를 적용해 벌금 등의 제재를 내리기 바쁘다. 이번 사례만 보더라도 'KBL을 비방했다'고 몰아세우지 않는가? 실질적으로 선수와 감독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막혀 있다. 당연히 팬들의 목소리도 KBL에는 닿지 않는다.


KBL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김영기 총재가 강력하게 추진해서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선수 2명 출전'도 농구계의 우려와 팬들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만 옳다'는 독불장군식 운영을 버려야 한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용하고,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구조로 KBL이 변모하지 않는다면, 결국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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