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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시각장애견 만난 강형욱,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3. 7. 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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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동안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가장 많이 등록된 반려견 견종은 무엇일까. 5위는 푸들(29,900건), 4위는 몰티즈(30,227건), 3위는 비숑 프리제(30,561건), 2위는 포메라니안(35,040건), 대망의 1위는 믹스견(85,370건)이다. 보호소에서 입양할 때 반려견 등록 절차가 필수인데, 그만큼 보호소 입양이 많아진 현실을 반영하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믹스견 심바(수컷, 2살 추정)
골든두들 품바(수컷, 10개월)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도 앞선 통계를 반영하듯 ‘믹스견’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가족이 된 걸까. 심바는 엄마 보호자의 친정집 앞에서 발견됐다. 워킹맘인 엄마 보호자는 강아지까지 키울 자신이 없었지만, 심바에게 운명처럼 이끌려 입양을 결정했다. 품바의 경우에는 분리불안을 겪는 심바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데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은 형 보호자는 유독 심바에게 애정이 깊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을 반겨주는 심바에게 깊은 위로를 받았던 모양이다. 심바도 자신을 아껴주는 작은 형 보호자를 잘 따랐다. 그런데 심바의 이상 행동이 포착됐다. 작은 형 보호자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바는 정작 작은 형 보호자가 밖으로 나오자 난폭하게 굴며 입질까지 하는 게 아닌가. 무슨 까닭일까.

“근데 태도는 위협은 아니에요. 그리고 허공을 보는 거 같아요.” (강형욱)


강형욱 훈련사는 심바의 태도가 위협적이지 않다고 봤는데, 심바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심바는 실명 상태였다. 엄마 보호자는 심바의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후 병원에 데려갔지만, 시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들은 심바의 장애를 사랑으로 극복시켜 줬고, 심바는 시각 대신 다른 감각들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작은 형 보호자는 심바와 산책을 할 때마다 동네 주미들에게 심바의 눈 상태를 알려주며 양해를 구했다. 그 덕분에 심바는 동네의 유명견이 되어 있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작은 형 보호자의 성숙함에 박세리와 이경규는 칭찬을 아끼지 아끼지 않았다. 다만, 강형욱은 심바가 실명된 상태라는 걸 알았다면 품바를 데려오는 건 좀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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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성향의 심바와 달리 극 'E' 성향의 품바는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 엄마 보호자를 졸졸 쫓아다니며 놀아달라고 졸랐다. 엄마 보호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아줘도 품바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놀아달라고 짖어댔다. 이제 막 10개월이 된 품바는 그만큼 에너지가 왕성했다. 문제는 그 넘치는 힘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덩치가 훨씬 커진 품바가 심바의 간식을 빼앗아 먹는 통에 심바는 몸무게가 1.5kg이나 빠졌다. 또, 엄마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품바는 심바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품바의 만행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자 소파 위에서 버젓이 소변을 봐 엄마 보호자를 기겁하게 했다. 또, 놀이를 거절하면 안경, 안마기, 침대, 벽지, 바닥 매트, 펜스, 신발까지 모든 물건을 물어 뜯었다.

“저 과정 없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건 욕심이에요.” (강형욱)


보호자 입장에서는 기겁할 일이겠지만, 반려견이 아무런 말썽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 것이다. 박세리는 강아지들이 다 똑같은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 같다며 웃었고, 강형욱도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만,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산책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품바의 일방적인 줄 당김과 공격성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타고난 성격과 장애로 인해 예민한 심바를 배려해 충분히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현관에 머물렀다. 집 내부로 들어간 강형욱은 심바와 품바 사이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했다. 경쟁을 부추기는 자율 급십,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간식과 장난감을 치우게 했다. 집에서는 휴식만 취하고, 놀이는 밖에서 하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강아지들이 막내를 되게 잘 알아보고요. 구조와 흐름을 너무 잘 알고, 자식들 간에도 그 분위기를 알아요.” (강형욱)


그런데 심바는 왜 작은형 보호자에게 유독 짖는 걸까. 강형욱은 심바가 작은형 보호자를 친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받고 싶지 않은 것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작은형 보호자가 친구가 아닌 보호자가 되려면 리더십을 갖춰야 했다. 우선, 실내 산책을 통해 리더십 강화하기에 나섰다. 이때 품바가 심바 쪽으로 다가오면 보디 블로킹을 통해 단호하게 차단할 것도 주문했다.

강형욱은 유기의 아픔도 있고 장애의 어려움도 있는 심바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이므로 훈육을 할 때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것이다. 강형욱은 앞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움츠러들고 예민해질 심바를 위해 목줄을 채운 상태에서 하루 세 번씩 실내 산책을 해 관계 재정립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품바의 행동이 통제되어야 심바가 행복해질 수 있다. 강형욱은 반려견끼리 우애가 좋은 건 좋은 게 아니라며, 반려견끼리는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때 품바가 갑자기 강형욱을 향해 짖었고, 그는 보디 블로킹으로 제어했다. ‘그만해’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 강한 수준의 통제가 필요하다. 이때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일 수 있으므로 몸짓이 효과적이다.

품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변 실수’인데, 이는 시간 날 때마다 실외 배변을 하게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밖으로 나온 품바는 소변과 대변까지 시원하게 해결했다. 한편, 산책시 품바의 줄 당김은 줄을 짧게 당겨 잡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간식을 통해 즐거운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면 좋다. 품바는 여전히 다른 개들을 보고 흥분해 달려들었는데, 강형욱은 곧바로 제압에 나섰다.

강형욱은 품바처럼 어린 반려견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만남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설령 다른 반려견과 만나더라도 일정 거리를 두고 앉아 있게 함으로써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 게 좋다는 팁도 전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개춘기의 반항을 모르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에너지 넘치는 품바에게 다양한 환경에서 놀이를 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엄마 보 호자는 심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오히려 심바를 힘들게 한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작은형 보호자도 심바에 대한 애정을 조금 줄이기로 결심했다. 심바가 좀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강형욱과의 솔루션을 통해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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