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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가 된 웰시 코기 모녀, 강형욱은 인간의 욕구를 탓했다

너의길을가라 2023. 7. 1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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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에게도 '가족'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고, 아끼며 사랑할까. 물론 그들도 '집단'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지만, 그건 사람의 언어인 '가족'이 아니라 '무리'에 가까울 것이다. 또,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새끼 시절이 지나면 부모 관계조차 희미해진다. 그에 대한 강형욱 훈련사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2주만 떨어져 있어도 못 알아봅니다."

엄마 : 보미(암컷, 5살)
딸 : 흑미(암컷, 3살), 요미(암컷, 3살)

10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웰시 코기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 보호자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웰시 코기는 영국 웨일스 지역의 가축을 몰던 목축견으로, 다리가 짧고 뾰족한 코 형태가 특징인 견종이다. 영상 속에는 웰시 코기 세 마리가 엉켜 붙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특히 모녀 관계인 보미와 요미는 눈만 마주치면 싸웠는데, 점점 더 강도가 세졌다.

보미와 요미는 도대체 왜 싸우는 걸까. 보미는 모두 5남매를 낳았고, 보호자들은 흑미를 제외한 4남매를 입양 보냈다. 그런데 요미가 6개월 후 파양을 당해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엄마 보미의 입질이 시작됐다. 삼코기 보호자들은 보미가 요미의 냄새를 잊고, 다른 집 개가 침범했다고 생각해 공격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수지간이 된 모녀가 안쓰러웠다.

한편, 요미는 보미가 움직이면 곧바로 따라붙어 꽁무니를 쫓아다녔다. 보미는 그런 요미를 외면했다. 싸우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었다. 강형욱은 요미의 행동을 제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미와 요미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흑미는 보미를 도와 요미를 공격했다. 보호자들이 말려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침까지 흘리며 흥분했다.

보호자들도 싸움을 말리다가 워낙 많이 다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들 보호자는 자신들이 요미를 만지면 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반대로 보미를 예뻐할 때는 요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밥도 같이 주고, 잠도 같이 재우는 등 분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자들은 분리하면 더 싸우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키우는 모든 것들이 잘못 됐어요." (강형욱)


산책을 할 때는 어떨까. 한 마리씩 산책을 시키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게다가 밖에서 다른 개를 보면 흥분해서 엄마와 딸 보호자가 동시에 케어하기 힘겨워 보였다. 그런가 하면 '편애'도 눈에 띄었다. 보호자들은 보미를 따라다니는 요미가 싸움의 원인이라 생각해 보미를 안쓰러워했고, 요미은 단란한 가족에 끼지 못하고 겉돌았다. 강형욱은 올바른 반려 환경이 아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보호자는 평소 '개는 훌륭하다'를 시청하며 배운 것을 떠올리며 싸움의 원인이 가족이라고 지적했다. 무관심하게 두면 강아지들끼리 알아서 잘 노는데, 가족들이 지나치게 애정을 보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가족들이 없을 때 3마리의 웰시 코기들은 편안하게 지냈다. 분리불안도 없었고, 요미도 보미를 따라다니는 이상 행동을 하지 않았다.

강형욱은 모녀 관계를 배제하고 각자 다른 두 반려견으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요미가 쫓아다니는 것보다 보호자들이 반려견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게 더 문제였다. 그만큼 반려견끼리 싸우기 쉬운 환경이라는 얘기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흑미처럼 무난한 개만 있는 게 아니라 질투도 있고 욕심 많은 개가 있다보니 사랑이 넘치는 방식은 오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다견 가정인 강형욱은 어떨까. 그는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원맨독 성향이 있는 개들과 함께 있을 때는 다른 반려견을 예뻐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러 마리가 같이 있을 때 간식을 준다거나 한 마리만 배제하는 행동도 당연히 금물이다.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모두 삼코기 보호자들이 해왔던 일로, 다견 가정에는 부적합한 행동이다.

펜스를 열자 요미는 보미에게 달려갔는데, 순식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오빠 보호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위험을 감지한 강형욱은 큰 소리와 행동으로 제압을 시도해 둘을 떼어놓았다. 큰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는 더 큰 힘으로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것이다. 더불어 반려견이 싸울 때 손으로 말리면 물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싸움이 더 불붙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훈련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두 마리가 안 만나는 게 더 좋은 상태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우리 집에 싸움은 없어. 내가 있을 상황에선 누구도 누구를 위협할 수 없어."라는 단호한 태도로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싸움 뒤에 한 마리(보미)를 다독이는 건 싸움의 도화선이 되니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양육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수였다. 여기에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역시 보호자일 것이다.

무슨 얘기일까. 강형욱은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반려견을 예뻐하는 것도 결국 나의 욕구라는 얘기였다. 만지는 쾌락을 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과연 보호자들이 그 욕구를 포기할 수 있을까. 다만, 그것이 다견 가정의 경우 반려견들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보호자들만의 행복일 뿐이었다.

솔루션의 지향점은 '분리'였다. 지금처럼 보호자의 곁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건 모두 행복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견은 분리된 생활 공간이 필수이다. 강형욱은 식사는 물론 간식도 동시 배급을 금지시켰고, 잠도 따로 잘 수 있도록 조치시켰다. 다견 가정의 경우 발톱 관리 등 미용도 가급적 분리해서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애정 표현은 언제 할 수 있는 걸까. 강형욱은 애정은 개별 산책을 나갔을 때 뜸뿍 주라고 조언했다. 또, 주 보호자를 정해 아침과 저녁 두 번씩 산책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또, 각자의 방에서 함께 수면을 하고, 거실에 나올 때는 목줄을 채워 싸움을 방지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목줄을 상시 유지하고 가급적 동선이 겹치지 않게 생활하는 법을 익혀나가야 한다.

보미와 요미의 뿌리 깊은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의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강형욱이 강조한 부분들은 다견 가정에 꼭 필요한 개념들이었다. '가족'처럼 사람의 개념을 반려견들을 강요하지 말 것, 경쟁을 심화시키는 그 어떤 자극도 주지 말 것. 결국 다견 가정의 평화는 보호자의 욕구를 일정하게 포기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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