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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상처투성이된 보호자, 강형욱은 '길들여졌다'고 진단했다

너의길을가라 2022. 3. 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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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 지역의 다리가 짧고 코가 뾰족한 개'라는 뜻의 웰시코기는 기원전 1200년경 켈트족과 함께 영국의 웨일스 지역으로 건너왔다. 주둥이가 나오고 귀가 커서 여우처럼 생겼다는 특징이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달리 반전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다. (남편 보호자 제외한 모든 사람을 물었던 68회 자나 편과 프렌치 불도그 시져와 피터지게 싸웠던 49회 로키 편 참고)

남길(수컷, 3살)
은우(수컷, 1살)

엄마 보호자와 딸 보호자는 두 마리의 웰시코기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한참 놀아준 뒤, 딸 보호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남길은 갑자기 짖어댔다. 놀란 엄마 보호자는 "(남길을) 쳐다보지 마."라며 딸 보호자에게 주의를 줬다. 움직임이 없으니 남길의 짖음이 금세 멎었다. 그렇다고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시 딸 보호자가 움직이자 남길은 매섭게 짖었다.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남길은 집이 떠나가라 짖었다. 엄마 보호자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아해 했다. 최근 들어 빈도도 잦아지고, 짖는 시간도 길어졌다. 민원이 들어올 정도로 심각했다. 보호자뿐만 아니라 주민 전체가 피해를 받는 상황이었다. 남길은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딸 보호자를 향해 입질도 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여섯 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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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가거나 침대에 눕거나 앉으면 짖어요. 내부가 보이게 방문 앞에 안전문을 설치해도 흥분이 되면 짖음이 안 멈춰요. 방문은 닫을 수도 없고요. 방문을 닫으면 완전히 난리가 나니까." (엄마 보호자)

남길의 경우 입질에 전조 증상이 없었다. 한번은 누워 있는 딸 보호자의 얼굴을 물어버린 적도 있었다. 계속 되는 입질에 팔목이 성한 날이 없어 반팔도 못 입을 지경이었다. 맹견 못지 않은 공격성에 피바다는 일상이었다. 한편, 남길이 계속 짖자 은우가 남길을 공격했다. 갑자기 벌어진 싸움에 보호자는 속수무책이었다. 살얼음판 같은 하루가 반복됐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흥미로운 건 집에 한 사람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든 보호자 혼자 있을 때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모녀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남길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엄마 보호자는 '(딸이) 자는데 목이라도 물리면 어떡하냐'며 차라리 자신이 집을 나가(근처의 이모집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가족이 된 남길을 파양시킬 수 없었던 그들이 찾은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렇게 짖으면 통제를 따로 안 하세요?" (강형욱)
"'기다려'라고 계속하고, 간식을 들고 다니면서 켄넬에 넣어요." (딸 보호자)
"어느 순간부터 짖으면 통제가 안 돼요." (엄마 보호자)
"'기다려'나 '앉아'는 통제는 아니니까. 그냥 소리만 지를 뿐이죠." (강형욱)

보호자들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답답해 했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개는 훌륭하다>만 꾸준히 챙겨봤다면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었으리라. 이유는 '소유욕'이었다.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가 오니까 딸 보호자가 내 거라고 공격하는 거예요."라면서 "혼자 있을 때 괜찮은 게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격성을 띨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있을 거라는 진단이었다.

강형욱은 "훈련을 20년 넘게 해봤는데 훈련 방법으로는 교육 교정이 안 되"기 때문에 가족 관계부터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규도 보호자들이 강아지를 다루는 기술이 없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보호자들은 남길이 짖을 때마다 '기다려'로 일관했다. 이는 웰시코기를 다루는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제대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문제는 이미 파악이 된 상태이니 곧바로 훈련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엄마 보호자를 움직이게 했다. 단순한 블로킹을 했을 뿐인데, 보호자로서 '조금' 주도적인 행동을 보였을 뿐인데도 남길은 불만을 표현하며 짖었다. '내 통제에서 벗어나지 마'라고 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행동반경을 좀더 넓혀봤다. 남길은 엄마 보호자를 쪼르르 따라다녔다.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은우는 어떤 상태일까. 강형욱은 은우에게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보호자들의 오해와 달리 은우는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길의 행동을 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남길이 딸 보호자를 향해 짖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말려왔다. 중재자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런 행동들이 보호자들의 눈에는 은우가 남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은우는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반려견에게 오랫동안 위협을 받아왔던 보호자들은 위협적인 개를 고치려는 노력보다 융화돼서 살려고 노력해요. 오랜 시간 동안 길들여졌을 거예요. 그래서 위축됐을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남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위축된 채 비위를 맞춰주며 살았다면 이제부턴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보호자가 비위를 맞춰주지 않아도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엄마 보호자가 당당한 걸음으로 과감히 걷기 시작하자 남길은 짜증을 냈다. 압박을 하니 뒷다리를 긁었다. 사람으로 치면 욕을 한 것이다.

그 순간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남길이 엄마 보호자의 발을 공격한 것이다. 강형욱이 화를 내자 남길은 화장실로 도망쳤다. 흥분한 남길은 격리됐다. 강형욱은 고민이 깊어졌다. 보호자들이 한 마리씩 따로따로 키울 상황이 아닌 만큼 주 보호자를 분리해서 (당분간) '각자 강아지를 데리고 한집에 모여 있는 개념'으로 살아야 했다. 딸 보호자는 남길, 엄마 보호자는 은우를 맡았다.

본격적인 통제 훈련이 시작됐다. 강형욱은 남길에게 목줄을 채우고 제어에 나섰다. 물론 여전히 남길은 딸 보호자 옆에서 짖고 싶어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했을 때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남길이 으르렁거리면 보호자가 긴장했고, 긴장한 보호자를 보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 패턴을 깨야 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남길은 눈치를 보며 공격성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딸 보호자는 처음 훈련을 하다보니 미숙한 상태였고, 통제의 타이밍을 알지 못했다. 강형욱이 잠시 빠져 있자 남길은 금세 장난을 치려 했다. 강형욱이 돌아오자 남길은 다시 긴장했다. 훈련이 재개됐지만, 남길은 버티기 모드로 들어갔다. 그동안 하고 싶은 대로 움직였던 남길은 목줄로 통제받는 것이 불편했다.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기싸움에서 밀리려하지 않았다.

'개통령' 강형욱을 이길 개가 어디 있으랴. 강형욱은 딸 보호자에게 목줄을 당겨 느슨하게 만들어 주라고 지도했다. 그런 후 간식 보상을 해주면 '보호자 옆에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딸 보호자의 확실한 통제 이후 남길은 더 이상 보호자를 통제하지 않게 됐다. 딸 보호자가 방 안으로 들어가도 꼼짝하지도 않았다. 켄넬 훈련도 수월하게 진행됐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남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보호자들의 사랑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딸 보호자가 훈련할 때 남길에게 다가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제 남길에게 관여할 수 있는 건 주 보호자인 딸 보호자뿐이었다. 둘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쌓여 간다면 남길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개선될 것이다.

■ 지난 2월 11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앞으로 반려견과 외출 시 목줄 및 가슴줄 길이가 2미터로 제한된다. 또, 공용공간, 이를테면 엘리베이터 등에서는 동물을 안거나 목줄의 목덜미 부분 또는 가슴줄의 손잡이 부분을 잡아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강형욱 훈련사는 생활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적용이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좀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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