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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엄마 수업', 생떼쓰는 금쪽이를 변화시켰다

너의길을가라 2021. 3.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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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4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부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아왔다. 아내의 버팀목이자 성격 좋은 아빠는 전국적으로 망신당할 일 있냐며 출연을 반대했지만, 엄마는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했다. 설령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다고 해도 오은영 박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엄마는 자신도 변하고 아이도 변하기 위해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4살 금쪽이는 7살 형과 성격이 완전히 정반대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형의 경우에는 육아가 어렵지 않았지만, 금쪽이는 고집불통에 생떼쟁이라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엄마는 작정하고 울려봤는데 한두 시간은 가뿐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한번 생떼를 쓰기 시작하면 길바닥에 드러누워 난리를 피웠다. 그 때문에 엄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난 상태였다.

금쪽이의 생떼는 어느 정도일까. 잠에서 깨자마자 칭얼대더니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투정을 멈추지 않았다. 울고불고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게다가 목청도 좋아서 고막을 쉼없이 괴롭혔다. 전쟁도 그런 전쟁이 또 없었다. 엄마는 넋을 잃은 표정이었고, 형은 마시던 주스를 토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한 건 금쪽이가 어린이집에서는 떼쓰는 일 없는 모범생이라는 점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는 또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형이 읽을 책을 가져오자 소리를 치며 밀어내더니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고라고래 소리를 질렀다. 뜻대로 되지 않자 엄마를 때리기까지 했다. 영상을 뚫고 나오는 폭풍 성량에 MC들도 힘겨워했다. 하루종일 시달린 엄마는 표정을 잃어버렸다. 지켜버린 엄마는 금쪽이를 거부했다. 오은영의 표정도 심상치 않게 변했다.


"아이들이 생떼를 쓰는 이유가 반드시 있거든요?"

이쯤에서 오은영은 몇 가지 화두를 던졌다. 집에서 떼를 쓰는 아이가 왜 어린이집에서는 그러지 않을까. 안 되는 게 훨씬 많은 어린이집에서 금쪽이는 모범생이었다. 그건 떼를 쓰면 들어줄 거라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감각이 특별히 예민한 아이일까? 그렇다 해도 집보다 자극이 많은 어린이집에서 더 생떼를 써야 했다. 다른 이유가 분명 있었다.

문에 얼굴을 부딪친 금쪽이는 서럽게 울었다. 엄마가 달래봤으나 역부족이었다. 금쪽이는 아빠를 찾았다. 눈앞의 엄마를 두고 어째서 아빠를 찾는 걸까. 계속해서 울던 금쪽이는 엄마 손을 내팽개치더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문을 닫아버렸다. 엄마는 그런 금쪽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감 고치는 일에 열중했다. 그 시각, 금쪽이는 방 안에서 엄마가 달려와 달래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결국 금쪽이가 홀로 나왔고, 엄마는 뒤늦게 금쪽이를 챙겼다. 그때 금쪽이는 공갈 젖꼭지를 찾았다. 엄마는 공갈 젖꼭지를 버렸다고 대답했는데, 그건 금쪽이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금쪽이는 안아달라고 보챘고, 엄마는 힘겨워하며 어쩔 수 없이 안아주었다. 엄마는 무표정했고, 금쪽이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둘의 감정 차이가 확연했다. 오은영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엄마와 금쪽이의 갈등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금쪽이는 하염없이 안아달라고 보챘고, 엄마는 싫다고 맞섰다. 그러자 금쪽이는 바닥에 침을 뱉더니 셀프 고자질을 해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그럼에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자 공갈 젖꼭지를 달라고 했고, 엄마는 화가 나서 가위로 자르려고 했다. 감정적 대응이었다. 엄마의 일상은 전쟁과 다름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금쪽이는 발달에 전혀 문제가 없어요."

오은영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는 금쪽이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언어 및 인지 기능이 또래에 비해 뛰어나고, 상호작용 기능도 좋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봤던 영상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 놀라서 쳐다보자 오은영은 금쪽이가 하루에 해야 할 말의 양과 정서적 상호작용의 양이 정해져 있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그걸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사실 금쪽이는 엄마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어했다. 엄마는 자신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 항변했지만, 금쪽이에게 필요한 건 정서적 상호 작용이었다. 엄마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금쪽이가 아빠를 애타게 찾고 공갈 젖꼭지를 달라고 요구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현재 금쪽이는 정서적 충족감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런 관점에서 금쪽이의 일상을 다시 되짚어보자.

금쪽이는 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었던 걸까. 우리가 볼 때는 아무 이유가 없어보였지만, 금쪽이는 잠에서 깼을 때 엄마가 상냥하게 인사를 해주는 그런 아침을 기대했던 것이다. 또, 하루종일 이어지는 엄마의 거절이 금쪽이를 마음 아프게 했다. 오은영은 금쪽이 나이의 아이라면 부모에게 요구하는 게 당연한데, 요구가 적은 첫째와 비교하니 유독 금쪽이가 힘들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 생떼를 쓰지 않았던 건 어린이집에서는 그 정도의 상호작용을 받을 것이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할까. 하지만 엄마에게는 기대치가 훨씬 컸고, 그 때문에 생떼를 썼던 것이다. 오은영은 근쪽이가 악을 쓰고 있다는 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거라 설명했다. 여기서 좀더 지나버리면 마음의 문을 닫고 아무 요구도 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자. 문에 부딪쳤을 때 금쪽이가 원한 건 보호였다. 엄마의 첫마디는 "괜찮아? 미안해."였는데, 그건 친구사이의 말이었다. 어디 보자며 좀더 호들갑을 떨어도 괜찮다. 그 상호 작용에서 아이는 엄마로부터 보호를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 공갈 젖꼭지는 금쪽이에게 '마음의 항구'였다. 엄마는 걱정이 돼 공갈 젖꼭지를 떼려고만 했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정서적 안정감을 지닌 아빠와 달리 엄마는 성장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스스로 지우고 싶은 유년 시절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는 친정 아빠와 유달리 많이 부딪쳤고, 그래서 사랑이 부족한 채 자랐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아이를 대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닌지 자책했다. 확실히 아빠의 경우에는 아이들과 스킨십도 많고, 정서적 교감이 수월한 편이었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금쪽처방을 내렸다. 아이를 키울 때 마음의 어려움이 있다면 반드시 부모와의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그래야 내가 겪은 아픔을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엄마의 '마음의 항구'인 아빠와 둘만의 데이트를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덧붙였다. 엄마의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오은영의 '엄마 수업'이 시작됐다. 녹화 후 오은영은 엄마와 1:1 만남을 가지면서 첫째의 태아 초음파 사진을 건네고, 금쪽이의 신생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당시의 감동을 되살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힘을 되찾은 엄마는 스스로 다섯가지 약속을 했다. 금쪽이의 감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교감해주자는 내용이었다.

"아이들 표정.. 이런 것 하나하나 저는 다 놓치고 있었더라고요.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주고 안아주고 포옹하고.."

엄마의 노력으로 금쪽이가 원하는 양의 교감이 이뤄지자 신기하게도 금쪽이의 생떼는 자연히 줄어들었다. 두 번째 미션은 공갈 젖꼭기와 이별하는 것이었다. 기존처럼 '없어'. '잘랐어.'와 같은 부정적 표현을 쓰기보다 '엄마가 뽁뽁이가 되어 줄게.'라며 사랑을 듬뿍 주는 방법으로 해결해보라고 조언했다. 금쪽이는 엄마와 뽀뽀를 하며 행복해 했고, 더 이상 공갈 젖꼭지를 찾지 않게 됐다.

이유와 방법을 알게 된 엄마의 변화는 가시적이었다. 그에 따른 금쪽이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사랑이 앞서니 생떼는 사라졌다. 또, 그동안 동생 때문에 지쳤을 첫째를 위한 시간도 마련됐다. 방 안에 텐트를 쳐서 첫째만의 공간을 마련해줬고, 첫째에게만 집중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오은영의 '엄마 수업'은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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