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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감마저 감동, 윤여정은 원더풀이다!

너의길을가라 2021.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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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며들다 : 윤여정에게 스며든다

SBS <문명특급>의 '연반일반(연예인 반, 일반인 반' MC 재재는 윤여정을 인터뷰하며 '윤며들다'라는 신조어를 언급했다. 윤며들다, 그러니까 윤여정에서 스며든다는 뜻이다. tvN <윤스테이>와 영화 <미나리>를 통해 윤여정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낸 표현이다. 아마도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윤여정의 모습에서 이제까지의 '어른'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데뷔 50주년을 맞은 75세의 배우, 숫자만 놓고 보면 정말 까마득하다. 그렇다, 윤여정은 '어르신'으로 모셔야 할 것만 같은 연차다. '꼰대'나 '노땅'이라는 말이 좀더 어울릴 나이이다. 그런데 여전히 윤여정은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젊고, 도전적이다. 센스가 넘치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멋지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정말 본받고 싶고, 곁에 있어줬으면 싶은 '어른'이다.

재재는 윤여정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물었다. 90년생인 재재가 47년생인 윤여정을 언니라고 부르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40년 이상 나도 윤여정은 그런 시도가 가능한 대상이다. 또, 그렇게 다가가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열려 있는 사람이다. 물론 윤여정은 그건 좀 심하다며 "막냇동생이 69세예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예순이 돼도 인생을 몰라.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세가 처음이야." <꽃보다 누나>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미 '윤며들어' 있었다. tvN <윤식당> 시즌1이 방송됐던 2017년, 우리는 윤여정에게 열광했다. 최고 시청률은 14.14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1년 후 방영된 <윤식당> 시즌2는 무려 15.986%까지 치솟았다. 대중들은 윤여정이라는 조금 낯선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다. 애초에 그 시작은 <꽃보다 누나>가 방영됐던 2013년부터였으리라.

윤여정은 솔직하다. 거침없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직설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의 언어에는 오해가 없다. 그의 솔직함은 쿨함과 연결된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곧바로 사과하고, 고마운 건 머뭇거리지 않고 고맙다고 말한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만, 과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는 없다. 경청을 통해 좋은 답을 찾아 나간다. 맡길 땐 과감하게 맡긴다. 불필요한 충돌이 없다.


"쉬즈 러블리!"

윤여정의 그런 면모는 <윤스테이>에서 도드라진다. 한참 아래의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데, 특히 막내 최우식과의 케미가 인상적이다. 물리적 나이가 무색하다. 또, 후배들을 닦달하기보다 솔선수범의 미덕을 보인다. 사장이라는 직분과 업무 분장을 잊은 채 주방으로 들어가 일을 거든다. 손님들을 응대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한다. 책임감과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다.

잘못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깐깐함을 발휘하기기도 하나 잔소리처럼 말하는 법이 없다. 또, 실수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머리를 감지 못한 투숙객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모습은 그의 진가를 보여준다. 뒤로 미루지도 않고, 다른 이의 그늘에 숨지도 않는다. 윤여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사람이다. 어른의 덕목을 갖췄다.

그렇다고 윤여정이 재미없는 사람인가. "오징어 먹물로 저희를 독살하는 건 아니죠?"라는 투숙객의 농담을 "오늘밤은 아니고. 뭐 봐서 내일이나."라고 맞받아치는 센스와 순발력은 감탄스럽다. <윤스테이>의 외국인 투숙객들은 하나같이 "쉬즈 러블리!"를 외친다. 막힘없는 영어로 투숙객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멋스러운데, 그보다 놀라운 건 배려, 품격, 당당함이 녹아있는 대화의 질이다.


"그 분과 비교된다는 데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국사람이고 한국배우예요.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요. 저는 그저 제 자신이고 싶습니다. 배우들끼리의 비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칭찬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제 입장에선 답하기 어렵네요."

영화 <미나리>을 통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부상한 윤여정은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외신의 질문에 위에 같이 대답했다. 메릴 스트립과 비교되는 것 자체에 대해 감사하다고 운을 띄우면서도 자신은 한국 배우 윤여정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거기에 배우끼리의 비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중하면서도 당당함이 담긴 현답이었다.

이처럼 윤여정의 발언들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교과서마냥 뻔하지 않아서 쾌감을 준다. 또, 인생의 나침반처럼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문득 궁금하지 않은가. 윤여정 급의 배우가 왜 굳이 오클라호마 털사라는 곳의 (호텔도 아닌) 에어비앤비에서 머무르며 고생스럽게 영화를 찍어야 했을까. 심지어 사비까지 쓰면서 말이다. 윤여정은 대답은 허를 찌른다.


"내 나이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감독도 날 가지고 연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선생님 좋으실 대로 하시라.' 그러고. 그런 환경에 있으면 나는 괴물이 될 수 있어요, 좀 있으면. 그게 매너리즘이지 뭐야. 내가 환경을 바꿔서 오클라호마 같은 데 가서 미국 애들한테 'What?' 그런 소리 듣고, 그러면서 '난 여기선 진짜 노바디(Nobody)구나' 그러면서 내가 '아, 연기를 잘해서 얘네들한테 보여주는 길밖엔 없다. 이런 걸 해야 도전이지 다른 게 도전이 아니에요."

매너리즘과 싸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 낯선 환경과 척박한 여건 속에서 자신을 밀어넣고 스스로가 노바디(Nobody)라는 걸 상기시켜 오로지 연기로 승부를 보게끔 만드는 배우, 윤여정의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5일(한국 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공개했다. 윤여정은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 영화사 100년 만에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참고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부문, 6개 후보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4월 15일 개최된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여정은 자가격리 중인데, 노미네이트 된 소감을 소속사를 통해 밝혔다. 그 소감조차도 명문이다.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속상하다는 인사로 소감은 시작됐다. 윤여정은 응원이 감사하면서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경쟁을 싫어하는 그는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담담히 말했지만, 배우로서 아카데미 상에 노미네이트된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러웠겠는가. 윤여정은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며 기뻐했다. 시나리오를 소개해준 친구 이인아 피디에 대한 고마움도 빼먹지 않았다. 말미에는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라며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는 말로 끝맺음했다.

윤여정의 소감은 정말이지 윤여정다웠다. 차분하고 침착했고, 담백하고 간결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스포츠와 같은 대결이 아니라는 사실을 엄격히 알렸다. 그러면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참 넉넉한 소감이었다. 이런데 어찌 윤며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저 윤여정이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해주길 바랄 뿐이다. 윤여정은 정말 원더풀이란다!


[윤여정의 소감 전문]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입니다.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됩니다.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다시 한번 상황상 직접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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