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 딴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아이들을 대하지만, 제 마음과는 결과물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빵점(짜리 엄마)같아요." (이지현)
오은영과 싱글맘 이지현의 재회가 성사됐다. 지난달,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이지현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며 고민을 토로했고, '남 탓해도 괜찮아'라는 은영매직으로 위로받았다. 이번에는 ADHD를 겪고 있는 아들을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 "내가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일까.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용기를 낸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금쪽이(8살)는 자신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소개했다. 2살 많은 누나는 동생이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가 ADHD를 제대로 알고 편견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과연 ADHD 자녀가 있는 이지현네 집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잠에서 깬 금쪽이는 엄마를 찾더니 곧바로 휴대전화부터 찾았다. 이지현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휴대전화를 숨겨둔 후 아침에 일어났으면 물부터 마시라고 지시했다. 금쪽이는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왜 마셔야 되는데, 엄마 죽어!", "내 몸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이 집 나갈 거야!"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휴대전화 쟁탈전은 이제부터 본격 점화됐다.
잠시 후, 금쪽이는 높은 선반 위로 올라가 휴대전화를 찾기 시작했고, 금세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게임을 하지 못하게 잠겨 있는 상태였다. 금쪽이는 누나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며 칭얼댔다. 누나는 엄마 몰래 키즈락을 해제한 것이다. 뒤늦게 알아챈 이지현은 당황했고, 복잡한 설정에 속수무책이었다. 금쪽이는 그런 엄마를 도와 능숙하게 키즈락 설정을 도와주었다.
금쪽이는 밥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이지현은 밥 먹고 게임을 하라고 맞섰다. 그러자 금쪽이는 "엄마 미쳤어."라며 막말을 하더니 점차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이지현도 지지 않고 "사람이면 밥을 먹어!"라고 고함쳤다. 휴대전화를 두고 벌어진 두 사람의 실랑이는 점점 격해졌다.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져도 금쪽이의 폭언과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양보 없이 훈육을 하려는 이지현과 그런 엄마 때문에 기분이 상한 금쪽이의 갈등, 거기에 금쪽이에게 시달리는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참전한 누나의 발차기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지현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결국 "게임하면서 밥 먹을까?"라며 금쪽이를 회유했다. 양보하고 말았다. 잠시 후 설명이 나오겠지만, '최악의 육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금쪽이의 모습들은요. ADHD 증상이라고 볼 수 없는 면도 되게 많아요. 그러니까 모든 행동이 ADHD의 증상은 아니에요. 이 아이의 엄마가 다루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을 ADHD 증상이라고 보지는 마세요." (오은영)
오은영은 편견을 없애고 살펴보자고 강조했다. 그는 고집불통에 생떼를 부리는 금쪽이를 두고 얇은 유리같이 섬세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금쪽이는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았다. 애교가 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지현은 단장을 하느라 금쪽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애교만큼의 리액션을 바랐던 금쪽이는 그 순간 심통이 났던 것이다.
평소 다정한 리액션을 해줬다고 해도 그날 리액션이 없다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충분한데, 부모로서 받아들어야 하는 금쪽이의 특징이다. 마음이 상한 금쪽이는 다른 요구(휴대전화)를 했는데, 이지현이 물을 마시라고 지시하자 짜증이 폭발했다. 또, 오은영은 금쪽이가 키즈락 문제를 해결한 것에 대해 칭찬을 듣고 싶었는데, 무반응인 엄마 때문에 화가 났던 것이라 설명했다.
이지현은 자신 몰래 키즈락을 해제하고 설정했을 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약이 올랐다고 해명했지만, 오은영은 게임을 못하게 통제만 하기보다 여러 상황에서 드러나는 금쪽이의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받아들여지는지 수용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금쪽이는 게임을 못 해서 화가 났다기보다 수용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관된 대응에 화가 났던 것이다.
한편, 금쪽이와 딱지치기를 하며 신나게 놀아준 이지현은 학용품을 사러 나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싫다며 거부했다. 폭력을 휘두르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급기야 이지현을 붙들고 늘어졌다. 이지현은 게임하고 친구와 노는 것 외에는 모든 일을 귀찮아한다고 푸념했다. 금쪽이는 외출을 대가로 게임을 요구했다. 결국 한 시간 반 가량이 지난 후에야 겨우 외출을 할 수 있었다.
마트에 도착한 금쪽이는 학용품 대신 체스 게임을 집어들었다. 어김없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지현은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오라고 시켰고, 금쪽이는 계산대로 향하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못 물어보겠다며 화를 냈다. 불길함 예감은 들어맞았다. 금쪽이는 이지현에게 발길질을 하며 "엄만 고집불통이야."라고 소리쳤다. 보는 눈도 많은데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교육은 언제나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금쪽이는 '학동기 연령'이라고 설명했다. 원인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는 나이이다. 학동기 아이 훈육 원칙은 '분명한 행동 고지', '패널티 고지'이다. 문구 쇼핑을 하러 간 상황이라면 실컷 구경하도록 하되 사진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줘야 한다. 만약 사달라고 생떼를 쓴다면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여기에서 핵심 포인트는 '말한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몸으로 배울 수 있다. 오은영은 진정 금쪽이를 위한다면, 금쪽이가 자기 앞에 처한 문제들을 스스로 겪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눈앞의 아이가 안쓰러워 원칙을 어기고 원하는 걸 들어주기보다 아이의 내면이 성장하도록 훈육해야 한다. 작은 연민은 접어둘 필요가 있다.
한편, 남매 간의 싸움도 이지현의 걱정거리였다. 둘은 시도때도 없이 다퉜는데, 유독 엄마가 보는 앞에서 그 강도가 심해졌다. 금쪽이는 누나에게 패대기를 당한 후 세상 서럽게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엄마는 금쪽이 몸에 긁힌 상처를 보더니 누나를 소환했다. 억울한 누나는 "끝까지 나한텐 안 오고, 금쪽이만 오냐오냐 해주고."라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중재는 어려웠고, 싸움은 끝이 없었다.
오은영은 남매 간 싸움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지현이 언제나 피해자로 보이는 아이 편을 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다른 쪽아이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바꿔 말하면 나쁜 아이 취급을 하는 것이다. 또,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가 됐을 때 엄마가 가장 격하게 반응을 해주니 엄마의 사랑이 고플 때 스스로 피해자가 되는 선택을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잘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가 반복되면 한 아이는 언제나 나쁜 아이가 되고, 억울함에 엄마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지현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누나의 경우, 자신의 마음을 못 알아주면 직격탄으로 '억울하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이지현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했다. 엄마의 훈육 기준과 가치관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엄마를 만만하게 보는 면도 있고요. 엄마의 지도력이 안 먹히죠. 근데 이거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어요. 지금 가장 바닥이니까 걱정하실 것 없어요." (오은영)
이지현은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을 쉽게 들어줬을 때, 부모로서 권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실제로 아이들이 엄마를 만만하게 보는 면도 있으나,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지금이 육아에 있어 '바닥'이라는 뜻이었다. 방법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우선, 금쪽이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었다. 금쪽이는 가구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 또, 학원을 가는 것도 거부했다. 앞선 행동은 ADHD라는 점과 뒤의 행동은 만사를 귀찮아한다는 특징과 연결됐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까치발'을 했을 거라 짐작했다. 사실이었다. 금쪽이는 지금도 까치발을 하며 걸었다. 그런데 까치발과 금쪽이의 학원 거부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건 중력을 다루는 것과 행동 조절이 어렵다는 뜻이었다. 금쪽이는 감각이 예민한데, 각성이 과하게 높은 편이었다. 때문에 흥분을 잘하고, 기분 좋은 표현도 과하게 했다. 심지어 폭력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예민하기 때문에 일단 안정감을 찾은 상태라면 변화를 거부했다. 만약 집 안에서 편안한 상태였다면 외출을 위해 옷을 입는 등 세팅 값 변화를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오은영의 '골든 키즈 프로젝트' 1단계
각성 조절 운동을 매일 함께 하라
'애정 시그널'에 반응하라.
남매 갈등을 소극적으로 중재하라.
아이들에게 감각의 발달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수월하게 배우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가 아이 기질에 맞게 감각 발달을 도와줘야 한다. 오은영은 "장기전이 될 것 같아요."라며 역대 최장기 솔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성 조절 훈련을 위해 짐볼을 가지고 매일마다 연습을 하기로 했다. 짐볼 위에 척주를 세워 앉고, 상체를 비틀며 몸의 움직임을 느끼게 했다.
얼마 못 가서 남매 간 전쟁이 벌어졌다. 누나에게 공을 뺏긴 금쪽이는 분노를 폭발시켰다. "내 말이 옳고 1위야. 엄마가 틀렸어. 누나도 틀렸어. 나만 맞아." 잔뜩 흥분한 금쪽이는 엄마를 밀치고 발길길을 했다. 누나는 홀로 찾아왔던 울분을 터뜨렸고, 금쪽이는 가출을 해버렸다. 희망의 문턱에서 이대로 솔루션은 끝나는 걸까. 역대 최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는 3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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