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금쪽같은 내새끼' 톺아보기

14년간 대화 거부한 금쪽이, 오은영의 "괜찮아"에 울컥했다

너의길을가라 2022. 2. 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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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14살(금쪽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싱글 대디'가 지난 25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스튜디오에 나온 아빠는 오은영 박사를 만나기 위해 10년을 기다렸다며 감격했다. 과거 E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도 사연을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채택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정한 아빠와 활동적인 두 자매, 과연 10년 동안 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영상 속에서 금쪽이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추운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었다. 춥지 않은 걸까. 혹시 몸에 열이 많은 걸까. 잠시 후, 금쪽이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귀가하던 중에 갑자기 한 아저씨가 길을 물었다. 특별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금쪽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말문이 막힌 걸까. 끝내 대답 없이 떠났다.

다음 날, 금쪽이는 교복을 맞추러 아빠와 매장을 찾았다. 사이즈가 맞는지 불편하진 않은지 확인하는 사장님의 질문에도 금쪽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매장에 들어온 뒤로 나갈 때까지 한마디 말도 없었다. 도대체 왜 금쪽이는 말을 하지 않는 걸까. 아빠는 무릎 위로 된장국이 쏟아졌을 때도 반사적인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급박한 상황에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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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는 선택적 함구증이 맞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어떤 상황을 내가 선택해서 입을 닫아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언어 능력이 없는 게 아닌데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것이 힘든 겁니다.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라 말이 안 나오는 겁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원인을 불안에 의한 거라고 봅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진단하면서 그 원인이 '불안'이라고 설명했다. 53회 방송에서 다뤘듯이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가령, 강도를 만났을 경우처럼 누구라도 불안해 할 상황이라면 문제 없지만,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일상적 상황에도 불안감이 발동한다. 따라서 길에서 누가 길을 물어봐도 마치 눈앞에 맹수와 마주친 느낌을 받게 된다.

또,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질문 폭탄은 절대 금물이다. 질문하는 사람이야 좋은 의도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겠지만,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느릴 뿐 아니라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아주 일상적인 질문이라도 폭탄처럼 느껴진다. 금쪽이가 교복 매장이나 미용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불편한 상황들을 반복 학습하면 일상 생활에 큰 제약이 될수도 있다.

한편, 금쪽이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려 하지 않았다. 함께 공부를 봐주던 답답했던 아빠가 강제로 마스크를 벗기자 금쪽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잠시 후 금쪽이는 치솟는 불안감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결국 자리를 뜬 금쪽이는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었다. 한참 후 돌아왔지만, 마스크 탓인지 좀처럼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보통 반항하고 짜증낼 법한데 조용히 눈물만 흘려 더 안타까웠다.


오은영은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평범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도 불안감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금쪽이도 마스크를 벗는 게 싫지 않았을 텐데, 낯선 촬영팀이 방문한 상황에서 쑥쓰러움 이상의 감정을 느껴 어쩔 줄 몰랐던 것이다. 마스크를 보호 장비로 삼는다고 할까.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은 온몸을 꽁꽁 숨기려 하기도 하고, 반대로 옷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추운 한겨울에 금쪽이가 반바지를 고수한 까닭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편안함을 느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금쪽이는 변화에 저항하는 아이였다. 또,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행위 역시 불안감에 의한 촉각 추구였는데, 긴 머리카락은 불안에 대한 방어 수단이었다. 그만큼 금쪽이는 힘들고 버거운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자녀가 다 선택적 함구증은 아닙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오은영)


아빠가  일하러 간 사이 자매는 둘만 남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와는 곧잘 대화를 했다. 주제는 자연스럽게 '엄마'로 옮겨갔고, 금쪽이는 곧 입을 닫았다. 편한 언니와도 엄마 얘기만큼은 어려운 걸까. 아빠는 작년 11월 초 3년간 이어왔던 이혼 소송이 끝났다고 말했다. 당시 금쪽이는 초등학생이었고, (언니와 마찬가지로) 아빠와 살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기질이 'Slow to warm up', 즉 더딘 기질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감정 표현을 선뜻하지 못해 부모의 기다림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금쪽이의 경우 정서적 소통의 성공적 경험이 없었다. 부정적 소통의 기억만 남아 있어서 겁이 나고 두려웠던 것이다. 속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자체를 몰랐다.

그런 기질에 더해서 금쪽이는 살면서 생각지 못했던 큰 난관까지 겪었다. 바로 부모의 이혼이다. "엄마 아빠 중에 누구랑 살래?" 평소 일상도 버거웠던 금쪽이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대답하기 힘든 아픈 질문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게다가 주변 사람들이 던졌을 부모와 관련된 수많은 질문들은 더딘 기질의 금쪽이가 대처하기 어려웠다. 입을 닫기에 충분했다.

오은영은 습관으로 굳어진 불안과 저항감을 없애기 위해 치료제 복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봤다. 하지만 치료제 복용 또한 일상의 새로운 변화이기에 설득이 되지 않으면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오은영은 충분한 이해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신신당부했다. 또, 관심을 주되 노골적으로 하지 말고 은근슬쩍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금쪽이에게 과한 표현과 반응은 오히려 독이다.


한편, 금쪽이의 언니의 상태도 우려스러웠다.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등 금쪽이에 비해 괜찮아 보였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밝게 보이는 언니의 이면에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포착했다. 표정은 물론 이목구비도 없이 가족을 그린 부분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한창 부모가 필요한 나이에 입을 닫은 동생을 대변해야 했던 언니,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아빠랑 엄마 중 누구랑 닮았어?"
"아빠"
"아빠와 언니를 생각하면 어때?"
"고마워"
"아빠랑 언니한테 전하고 싶은 말 있어?"
"속마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금쪽이와 제작진은 문자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오은영은 금쪽이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선생님은 금쪽이가 누구보다 말하고 싶어한다는 거 알아. 선생님하고 있을 때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라고 위로했다. 괜찮다는 말에 금쪽이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으리라. 오은영은 우는 것도 좋은 거라며 다독였다.

선택적 함구증을 극복하기 위한 '금쪽 처방'의 첫걸음은 '금쪽이의 마음 읽기'였다. 금쪽이네는 가족 회의를 통해 속 깊은 정서 소통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힘든 과정을 겪으며 감정을 억눌러왔던 아빠는 마음 표현을 더 많이 하기로 약속했다. 다음 단계는 '하루 10분 눈맞춤 대화'였다. 처음에는 어색함에 제대로 눈을 쳐다보지 못했지만, 매일 반복해서 연습하자 한결 나아졌다


마지막 단계는 '생활 밀착 단어로 문장 말하기 연습'이었다. 집안 곳곳에 이름표를 붙여 놓고, 그 단어로 간단한 문장을 만들며 소통했다. 그리고 특별히 53회 출연했던 선택적 함구증 금쪽이와의 만남도 가졌다. (53회) 금쪽이 엄마는 솔루션 이후 금쪽이의 상태가 급격히 호전됐다며 지금은 오히려 수다쟁이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그 말은 곧 금쪽이 아빠에게도 희망이 됐다.

용기를 얻은 아빠는 가족 오디오 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책을 읽는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면서 말하는 자신감을 키우는 훈련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금쪽이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갔다. 가족들의 노력이 더해진 끝에 금쪽이는 한결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쪽이가 수다쟁이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금쪽이네가 평범한 행복을 만끽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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