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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어른된 맏이, 오은영은 그 억울함을 헤아렸다

너의길을가라 2022. 3. 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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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6남매를 키우는 싱글맘이 첫째 딸과 함께 방문했다. 여섯 명의 형제자매로 시끌벅적한 집은 마냥 행복해 보였지만, 당연히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 터였다.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는 첫째가 18살, 막내가 8살이라며 터울이 커서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혼자 육아를 부담하다보니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엄마는 아침 일찍 피트니스 센터 청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를 했다. 하지만 출근을 해야 했기에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들끼리 보내야 했다. 첫째는 엄마 역할을 대신했는데, 막내 한글 공부 등도 도맡았다. 어떤 계기로 육아에 참여하게 됐을까. 첫째는 엄마가 시키기도 했지만, 평소 엄마 혼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게 됐다고 설명했다.

6남매는 야식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첫째는 콜라의 양부터 닭다리 배분까지 일일이 개입했고, (둘째의) 치킨 먹는 속도까지 컨트롤했다. 설거지로 놓고 약간의 갈등도 있었으나 첫째가 하겠다고 나서자 셋째는 깨갱하고 물러났다. 그때 넷째가 첫째의 머리를 빗겨줬다. 서열이 확실한 6남매의 일상이었다. 첫째는 그야말로 조직 보스급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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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음식이나 게임에서 제재를 먼저 안 하면 무조건 싸움이 일어나고 점점 더 심해지니까 애초에 저한테 불만이 있더라도 다 제재를 하는 편이에요." (첫째)


오은영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첫째는 집 안에서 악역을 자처하고 있었다. 싸움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면 불만을 감수하는 쪽이었다. 엄마는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을까. 첫째가 동생들을 보살피고 있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동생들에게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이었다. 오은영은 첫째의 책임감을 칭찬하면서도 굉장히 지시적이고 통제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첫째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몸이 약한 둘째의 경우 음식을 빨리 먹으면 체하기 때문에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동생들이 덩달아 빨리 먹으면 둘째도 조급해지기 때문에 제재를 했던 것이다. 오은영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동생들이 나이 들수록 먹히지 않을 지시와 통제라며 동생들한테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주면 좋을 거라고 조언했다.

한편, 막내에게도 특이점이 발견됐다. 누나들을 '언니'라고 불렀고, 화장하는 걸 좋아했다. 셋째가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오자 본격적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메이크업이 끝난 후에는 치마를 입고, 뾰족한 힐까지 신은 채 걸그룹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막내만의 특별하고 확고한 취향이었다.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무엇이 걱정됐던 걸까.


오은영은 평소에도 이렇게 노느냐고 물었고, 엄마는 일상이라고 대답했다. 막내는 두 돌 때부터 치마를 입었고, 5세 때부터 걸그룹 춤을 췄고, 유튜브를 통해 화장을 배웠다고 한다. 또, 핑크색 옷을 선호했다. 물론 주변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막내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걱정됐던 걸까.

오은영은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성이 있고, 스스로 느끼는 성 역할이 있는데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는 겅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막내의 취향이 여자들만의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아이를 이해하고 편안해지도록 돕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은영은 막내가 보이는 양상들을 보면 성장하면서 반드시 제공돼야 할 교육이 제공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혹시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이혼이 영향을 미쳤던 걸까. 당시 서너 살에 불과했을 막내는 사랑의 상실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가능성이 컸다. 오은영은 아빠로부터 두려움을 경험한 (일부의) 아이들은 (아빠를) 닮고 싶지 않다는 욕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 성별에 대한 제한적인 경험만 갖고 있다면, '여자=친절함, 편안함, 남자=두려움, 불편함'이라는 등식이 자리잡혀 있을 수도 있다.


엄마는 막내가 어른과의 관계에서도 이모들을 대할 때와 달리 삼촌들에게는 무심한 경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첫째는 막내가 아빠한테 압박감이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은영은 헤어지는 과정에서 무서웠던 기억이 남아있을 수 있고, 남자 어른과의 긍정적 경험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면서 성별은 안전 판단의 잣대가 아님을 알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쯤에서 분석과 진단이 끝난 듯했는데, 안타깝게도 첫째에게도 문제가 발견됐다. 피트니스 센터에 온 첫째는 엄마의 지도 하에 운동을 시작했다. 잠깐 운동을 하다말고 첫째는 갑자기 구토 증상을 보였다. 화장실로 달려가더니 역류한 위액을 뱉어냈다. 첫째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무엇이 토할 정도로 힘들었던 걸까. 첫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차례였다.

첫째는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엄마가 학원에 보내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엄마는 말이 없어졌다. 춤과 요리에 꿈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동생들만 챙기는 엄마가 미웠으리라. 또,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오은영은 첫째가 자신의 목소리를 삼키고 '큰딸'로 살아야 했을 거라며 안쓰러워 했다.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어른이 돼야 했다.

늦은 밤까지 놀고 있던 6남매는 엄마가 퇴근할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졌다. 부랴부랴 집 안 정리를 시작했지만, 엄마의 폭풍 잔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엄마는 갑자기 첫째를 부르더니 막내의 학용품을 사지 않고 장난감만 구입한 것에 대해 타박했다. 첫째는 자신의 탓만 하는 상황이 억울했다. 혼을 내던 엄마도 울컥하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엉킨 걸까.

"1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남은) 애들 보고 살아야지 않겠냐. 정신 차려라.. 나는 그냥 울고 싶은데. 하루아침에 애가 없어졌는데." (엄마)



혼자 방으로 들어간 엄마는 한 사진을 보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생후 10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간 일곱 째의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금쪽이네는 6남매가 아니라 사실은 7남매였다. 엎드려서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뒤집어 보니 숨을 쉬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잠을 좀처럼 자지 못했다. 아이들이 숨을 쉬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엄마의 마음 깊이 외로움과 억울함이 있을 거라며 그 아픈 마음을 위로했다. 하지만 가장 억울한 건 첫째일 거라고 단호히 말했다. 고작 18살에 불과한데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육아 원칙이 뭐냐고 질문했다. 엄마는 '애들이 내 경계 안에만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방치한다는 의미이기도 핬다.

"이 말을 드리면서 조심스럽고 마음이 아파요. 아이들이 기본적 교육을 못 받는 것 같아요. 시간이 부족해서 엄마가 손이 안 가는 면도 있고요. 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자니 비용이 들어가니까 엄마로서는 진퇴양난이실 거라는 건 알아요. 근데 제가 걱정을 하는 건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방법을 찾는 것과 기본 생각부터 이런 게 아이들한테 필요하지 않다는 건 다른 거거든요." (오은영)



오은영은 아이들이 자기가 살아가고 싶은 인생을 살도록 뻗어나가야 되는데, 그것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발판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 발달부터 꿈까지 다른 6남매를 큰 항아리에 한데 담아둔 것처럼 양육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누구도 차마 엄마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이다. 또, 이제 곧 성인이 될 첫째와 둘째의 미래를 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첫째의 속마음은 어떨까. 저녁에 엄마가 귀가할 때 '오늘은 뭐 때문에 혼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모습은 안쓰럽기만 했다. 매일 반복되는 엄마와의 갈등과 동생들의 잘못까지 감당하다보니 힘겨웠던 모양이다. 또, '요즘 행복했던 때가 있냐'는 질문에 딱 한번 있었다며, 자격증을 땄을 때 평소와 달리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지 않은 것 같아. 솔직히 많이 힘들어." (첫째)


오은영의 엄마의 '생존 언어'를 '의논 언어'로 바꿔야 한다고 처방했다.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쏟아냈던 잔소리를 멈추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이해와 사랑을 주라고 당부했다. 또, 균형 있게 발달하는 과정이 필요한 막내를 위해서 지금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라고 강조했다. 가령, 태권도장에 보내서 형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라고 제안했다.

또, 성 가치관 확립 솔루션으로 호칭을 바로잡는 과정도 거쳤다. 언니 대신 누나라고 불러야 부탁을 들어주게 했다. 긍정적 경험을 통해 호칭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또, 성교육 강사를 초빙해 발달 단계 따른 맞춤 성교육을 실시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존중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집안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엄마는 첫째와 둘째와 마주 앉아 각자의 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첫째는 경청하는 엄마에게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 꿈에 대해 얘기했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6남매는 칭찬 릴레이를 펼치며 서로 응원하며 자존감을 높여나갔다. 앞으로 엄마와 6남매가 의지하며 고된 날들을 이겨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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