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식품 가격 급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남일이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21. 11. 19. 15:20

재난은 일상이 됐다. 달라진 기후 때문이다. 가뭄과 홍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병충해도 이례적으로 잦아졌다.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신음하고 있다. 그에 따른 여파는 식량 문제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세계 식량 생산량의 20%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정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시계 곳곳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는, 당신의 식량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2 <환경스페셜>은 '지구의 경고 6부 식량위기' 편으로 꾸며졌다. 제작진이 먼저 찾은 곳은 케냐였다. 활기찬 수도 나이로비와 그 인근의 광활한 초록색 대지와 달리, 북쪽으로 자동차로 7시간 가량 달리면 메마른 땅 '이시올라'가 나타난다. 얼마 전까지 물이 흘렀던 강은 말라버렸고, 작물이 자랐던 밭은 황량해졌다. 가뭄은 무려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이시올라 사람들은 소를 키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축도 가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생명과도 같았던 소가 굶어죽자 그 고기로 목숨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이시올라의 현실이다. 수년 째 가뭄을 겪고 있는 케냐에서는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의 30%였던 숲이 10%로 줄어들었다. 케냐 국토의 80%가 건조 및 반건조 지역으로 변했다.

"케냐의 가뭄 상황은 심각합니다. 대통령은 가뭄을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했죠. 현재 210만에서 220만 명 정도가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서요. 가축 분야는 8개 지역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냐 오레, 케냐 국가가뭄관리청 기술지원 감독)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사막 메뚜기 떼에 의해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8천 만 마리의 메뚜기 떼가 나타나 하룻 동안 3만 5천 명분의 곡물을 먹어 치웠다. 70년 만에 등장한 사막 메뚜기 떼로 인해 케냐의 농경지는 초토화됐다. 농민들은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사막 메뚜기 떼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케냐와의 멀리 떨어진) 인도양의 기후 변화 때문이다.

인도양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사이클론이 발생했고, 아라비아 반도에 폭우를 뿌려댔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사막 호수는 메뚜기의 성장에 최적의 환경이 됐다. 거기에 이례적으로 8차례나 발생한 사이클론이 메뚜기 떼를 멀리 케냐까지 날려보낸 것이다. 가뭄과 코로나19 상황에서 벌어진 사막 메뚜기 떼의 공습은 치명타를 날렸다. 케냐의 식량 위기는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농업 위기는 비단 저개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서부의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최대 농산물 산지이다. 하지만 이곳에 1977년 이후 최악이 가뭄이 닥쳤고, 결국 물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호수가 바닥을 드러냈고, 작물은 말라 죽었다. 도시에서는 식수 부족을 걱정할 정도였다. 미 서부의 98%가 가뭄 상태이고, 64%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반응형

"서부와 동부는 기후가 매우 다르죠. 서부는 물의 증발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고 증발도 심화되면서 가뭄도 심해지고 있어요. 아마 더 극단적인 상황이 될 거예요. 홍수와 가뭄이 확실히 더 심해지고 있어요." (제이 룬드, 미국 UC데이비스 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미국 서부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는 유례없는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우로 156명이 사망했던 서유럽 홍수(2021년 7월), 그리스 국토의 1000제곱킬로미터를 파괴한 산불(2021년 8월), 이틀 동안 500mm를 쏟아부었던 일본의 폭우(2021년 8월), 이재만 72만 명이 발생했던 중국 쓰촨성 홍수(2021년 9월), 미 북동부에 몰아닥쳤던 허리케인까지 기상 이변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었다.

올해 8월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6차 실무 보고서는 향후 지구 온도가 1.5도에서 2도까지 상승할 것이며, 그에 따라 홍수와 가뭄 등의 기상 이변이 더욱 심해질 것(1도 상승마다 폭우 발생 확률 7%증가)이라 엄중히 경고했다. 기상 이변은 식량 생산의 감소와 직결된다. 농작물을 경작할 농경지가 줄어드는데다 농작물의 품질이 나빠져 수확량이 줄어든다.

"지구 온도가 추가로 1도 상승할 때마다 옥수수, 밀, 쌀 등 주요 작물의 전 세계 생산량이 6~7%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세계 식량 생산량의 20%가 감소할 것입니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단장)


외국의 사례만 들다보니 '남일'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도 기후 변화와 식량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식품 가격이 급등 수준으로 올랐다. 라면 가격은 13년 만에 11% 인상됐고, 닭고기는 11%, 식용유는 12.3%, 설탕은 6% 올랐다.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6%에 불과하다.


기후 변화가 식량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까닭은 주요 곡물의 생산과 수출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식량 수출 공급 제한 등의 조치로 인한 가격 폭등도 잦아질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는 "코로나19가 식량이라는 게 얼마든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은 40년 만에 가장 긴 장마를 맞았다.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연평균 표충수온이 0.5도 상승하는 동안 한반도 연근해는 평균 1.2도가 상승했다. 수온 상승은 농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어업에도 치명적이다. 올 여름 전국의 양식장들은 이례적인 고수온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경남 일대 해역에는 양식어류 237만 마리가 폐사했다.

수냐 오레 케냐 국가가뭄관리청 기술지원 감독은 기후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다며 그 중에서도 "여성과 아이들, 노인, 무엇보다 가난한 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고 호소했다. 인간 활동의 결과로 빚어진 기후 변화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생존의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