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불꽃처럼 타올랐던 남양유업 불매운동, 현재 상황은 어떨까?

너의길을가라 2013. 9. 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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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미 남양유업과 관련해서 조잡한 글 몇 개 포스팅한 적이 있다. 그 목록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지막 글을 쓴 지도 약 4개월이 지났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현주소를 점검하기에 적당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읽는 다수의 독자들이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발단과 흐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 부분은 생략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위의 목록(링크)을 클릭해서 내용을 확인하길 바란다. 


궁금한 것, 다시 말해서 핵심은 하나다. '불매운동은 성공했는가?' 거기에 대한 결론이 나왔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자.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매일유업 연휴직후 우윳값 '200원 인상'..남양도 뒤 따른다 <노컷뉴스> 9월 18일


우선, 가장 최근의 기사부터 짚어보자. 우윳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우윳값이 인상될 것이라는 뉴스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상승폭을 놓고 하나로마트와 유가공업체들 간의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무난히 조율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서울우유가 우윳값을 인상했고, 그 뒤를 이어 매일유업도 연휴직후 리터당 200원을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우윳값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른 업체에 저 유명한 '남양유업'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불매운동'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는 남양유업으로서는 앞장서서 우윳값 인상을 논할 처지가 아닌지라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에 살금살금 발맞춰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막말 파문' 남양유업 다시 뛴다 <서울신문> 9월 6일


남양유업은 <서울신문>을 통해 '광고'에 가까운 기사를 싣기도 했다. '막말 파문'으로 이익이 크게 감소한 남양유업이 재기를 노리며(?) 커피머신 시장에 진출했다는 내용의 기사다. 광고에 가까운 게 아니라 그냥 '광고'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남양유업 "헌혈증 782장 기부" <국민일보> 9월 13일 


남양유업, 펄벅재단과 다문화가정 지원 협약 <뉴스토마토> 9월 12일


남양유업 경주공장 지역사랑 봉사활동 펼쳐 <아시아투데이> 9월 13일 (지난 3월에도 했던 행사)


최근 남양유업과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따뜻한' 기사들이 넘쳐 흐른다. 한국소아암재단에 헌혈증을 기증하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협약하고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좋은 일들이다. 기업의 사회적 참여는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방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이든, 어떤 다른 이유에서건 간에 최근 남양유업은 낮은포복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얌전히, 숨 죽인 채 상황을 살피고 있는 듯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남양유업 불배운동'의 효과 혹은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자. 





남양유업, 실적 곤두박질쳤다고? '글쎄' <머니투데이> 9월 9일


지금이야 가물가물(?)해졌지만,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불꽃처럼 타올랐던 시기가 있었더랬다. 물론 아직도 뜨겁게 불매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과연 실적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실제로 2분기 수익성은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2013년 2분기 영업이익은 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억 원)에 비해 약 77%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9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러한 수치만 보면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현격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적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유제품의 매출은 14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6억 원)에 비해 15% 가량 줄어들었다. 매출이 무려 267억 원이나 감소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분유와 음료 등 제품의 매출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유는 올 2분기 매출이 775억 원으로 작년의 매출 787억 원에 비해 12억 원이 주는 데 그쳤다. 음료와 커피의 경우는 741억 원으로 지난 해(741억 원)에 비해 58억 원 정도가 빠졌다.  


우유제품의 매출이 분유나 음료의 매출에 비해 현격히 줄어든 것은 이미 지난 글에서 설명을 했지만, 간단히 다시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우선, 우유의 경우에는 우유업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에 '제조사'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편이다. 더구나 상품의 이름부터 '남양우유', '서울우유' 하는 식으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직접적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료나 치즈의 경우에는 '제조사'보다는 '브랜드(제품명)'에 따라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제조사' 명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기 때문에 그 제품이 '남양유업'의 것인지 아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전에는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분유의 경우에는 제품에 대한 로열티가 크기 때문에 쉽게 갈아타기 어렵다. 또, 한번 길들여진 분유를 바꾼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면도 고려해야 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와 같은 실적 하락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5월에는 제품의 판매가 부진했으나 6월로 접어들며 소폭 회복됐다. 품질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매출이 회복될 수 있었으나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다." 최근 남양유업의 이미지 쇄신 움직임은 '신뢰를 회복해'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역전 '2등의 반란' <머니투데이> 9월 12일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남양유업은 매일유업에 업체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매일유업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란'도 좀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매일유업의 1위 탈환은 다각화된 사업 때문일 뿐 실질적인 1위는 남양유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유 및 분유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여전히 남양유업이 타 업체들을 앞서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당초의 전망과 달리 밀어내기 파문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남양유업이 분유를 비롯해 주력 제품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만큼 향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앞서 남양유업 관계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현재 남양유업의 매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불매운동'의 불꽃이 사실상 '꺼진' 셈이다. 더 이상 '불매운동'을 타오르게 할 동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양유업'은 서서히 기존의 세(勢)를 되찾아가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는 분명 '을(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법'이 어렵게 통과됐음에도 규제 대상을 놓고 여전히 논의가 분분하다. '갑을관계 개선법' 등의 법안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남양유업 사건 외의 다른 사건들에 대해선 늑장조사 ·  솜방망이 처벌 등을 일삼으며, '을 살리기'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과연 얼마나 바뀌었는가?

언제나 그렇듯, 

뒷맛이 쓴 '불매운동'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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