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남양유업에 대한 자발적 불매운동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너의길을가라 2013. 5. 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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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목도한 시민들은 '자발적인'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은 '불매 운동'은 전개했고, 3대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은 '남양유업의 제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약 열흘 정도의 기간이 지났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남양유업에 대한 자발적 불매운동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지난 10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살펴보자. 

이마트를 기준으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남양유업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우유가 15.8%  
분유는 6.7% 
커피는 17.3%  

이 기간동안 업계 전체의 우유 매출이 3.1%, 분유가 5.8% 들어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남양유업의 매출 감소폭은 더 큰 편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우유 매출의 타격은 굉장히 큰 것으로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분유는 큰 영향이 없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는 5∼8일 남양유업 매출이 전주보다 24.2%나 감소했는데, 품목별로는..

우유 18.6% 
분유 26.2% 




다음 날, <서울신문>은 뜬금없는 기사를 내보낸다. 불과 어제 보도됐던 <경향신문>의 기사와는 반대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영향력이 적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인용한 자료들을 보면 좀 의아스럽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A마트에서 4∼9일 남양유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8%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우유 15.8% 
분유 6.7% 
커피 17.3% 

같은 기간 B마트에서는 2주 전에 비해,

우유 25.41% 
분유는 5.8%  
커피 3.7% 

그러면서 "현재까지 남양유업의 매출 하락은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분유의 경우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물질 파동이 나지 않으면 엄마들이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어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앞서 '의아하다'고 말했듯이, 자료와 기사의 전체적인 맥락이 조화를 이루지 않는 측면이 있다. <서울신문>의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50% 정도는 떨어져야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분유'의 경우를 '전체'로 확대해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날, <한국일보>에는 <서울신문>의 것과 전혀 다른 기사가 실렸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A사에서는 4일부터 8일까지 남양유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2%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우유 15.6% 
분유 7.1% 
커피 16.3% 
 
대형마트 B사에서는 5부터 8일까지, 

우유 25.4% 
분유 5.8% 
커피 3.7%  


중간 정리를 해보자. 분명한 것은 '남양유업 사태' 이후 이어진 '불매 운동'은 분명히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영향이 <서울신문>의 성에는 차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10~15% 가량의 매출 감소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유의 경우에는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분유는 상대적으로 조금 감소했다. <서울신문>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영아를 대상으로 한 물품이기 때문에 젊은 엄마들이 기존의 물품을 쉽게 바꾸지 못한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SBS 뉴스> 중에서 발췌 -



남양 우유만 진열대에 그대로…매출 급감 (16일)



SBS는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타이틀을 매출 15% 급감.. '무서운 소비자' 라고 내보냈다. 물론 '무서운'이라는 형용사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고, SBS가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른바 '나쁜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들이 왜 무서울까? 무섭다면 누가 무서워하고 있을까? 시민들은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접하고, 적극적인 의미에서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괜히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타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기존의 소비를 이어가겠지만, 뉴스 등을 통해 사실을 접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굳이 남양유업의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우유 등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와 서울우유나 연세우유를 선택하는 기준이 철저히 '맛'에 맞춰져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런 소비자들이 '무서울' 까닭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SBS의 타이틀 선정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 <SBS 뉴스> 중에서 발췌 -



자, 마지막으로 SBS 뉴스까지 확인했다. (SBS는 '급감'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간정리와 마찬가지로, 남양유업의 매출은 분명히 감소했다. 이른바 '나쁜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사회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현상이다. 기업들도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이 바로 '윤리적 경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안 걸리는 쪽'으로 발달할 수도 있겠지만,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은 틀림없다. 



'갑의 횡포 막는다'…심상정, 남양유업사태 방지법 발의



지난 15일,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남양유업사태 방지법(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 했다. 이는 대리점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을 규정해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 것 같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통해, 시민들은 '윤리적 · 합리적 소비'를 통해서 갑의 횡포와 비윤리적 기업과 맞서 싸워야 한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나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가능하다면, 반대로 '착한 기업'들에 대한 그 반대의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기업들이 '착한 경영'을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시민들의 또 다른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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