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늘고 있는 자연장(혹은 수목장), 죽음 그리고 다시 초록으로

너의길을가라 2013. 9.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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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Before I die> 공공 예술 프로젝트, 뭐라고 적어 넣을 건가요?

그린 루프(green roof) 혹은 옥상정원, 우리나라에선 어떨까?


최근에 제가 쓴 글은 유인경 · 박선주의 『위로의 디자인』이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요. 이번에 함께 나눌 이야기 역시 그 책에서 발견한 소재를 바탕이 됩니다. 




아직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가족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친지(親知), 가령 오래된 친구나 함께 했던 동료 등의 죽음을 목도하죠. 사실 죽음이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인데도, 애써 우리는 외면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는 누군가는 짐작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이유 중의 하나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겠죠. 


흠.. 사실 오늘 소개드릴 '아이템'은 기발하고 예술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것인데요. '죽음'을 이야기하다보니 괜시리 좀 무거워졌네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주제는 바로 '죽은 자를 기리는 방법'입니다. 일단, 장례를 치르고 나면 선택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묘지를 세우든지, 납골당에 모시든지.. 물론 그 전에 매장(埋葬)을 할지 화장(火葬)을 할지 말지 여부도 선택을 해야겠죠. 과거에는 매장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에는 화장이 대세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매장을 하려면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선산(先山)'이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도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죠. 





 -<세계일보>에서 발췌 -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묘지(墓地)면적은 얼마나 될까요? 무려 국토의 1%인 10만 헥타르나 된다고 합니다. 정말 어마어마하죠? 요즘엔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을 하기 때문에 얕은 산의 묘지들을 보기가 어렵지만, 국도로 이동을 하다보면 '우리나라에 묘지가 정말 많긴 많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10만 헥타르라고 하면 사실 감이 잘 오지 않는데요. 서울시 면적이 605.3㎢라고 하니까 1.65배가 넘는 면적이죠. 여의도 면적(8.4㎢)으로 따지면, 약 120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포화상태라고 봐야겠죠?




<출처 : 구글이미지 검색>



다행스러운 일일까요? 아니면 자연스러운 추세인 걸까요? 2011년 기준으로, 화장의 비율은 71.1%라고 합니다. 10년 전인 2001년에는 38.3%였다고 하니 급속히 늘이난 셈이죠. 문제는 화장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면서, 골분을 안치할 납골당을 구하는 일도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자연장'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장은 그 방법에 따라 '수목장(樹木葬)', '잔디장', '화초장', '바다장' 등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수목장은 화장을 한 후에 유골분을 전분 등으로 만들어진 자연소멸 용기에 담아 숲속 나무 밑에 묻거나 수목 주위에 골분을 뿌리는 방식의 장법인데요. 자연으로부터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묘지'를 만드는 것보다는 '납골당'이 경제적으로 보나,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나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러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죠? '굳이 표식을 남겨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납골당' 쪽이 '묘지'보다는 효율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역시 번거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은 자를 기리는 것'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굳이 '묘지'가 번듯하게 있어야 한다거나 '납골당'에 들어가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조금 보수적인 분들에게는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자연장'이 가장 인간적(?)인 장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가장 비(非)인간적(인간답지 않은)인 방법일까요? 


앞서 소개한 '수목장'은 유골분을 자연소멸 용기에 담아 숲속의 나무 밑에 묻는 방법과 유골분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방법인데요.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아래의 사진에 나와 있는 것이 바로 'POETREE' 라는 것입니다.




<출처 : 구글이미지 검색>



유골분을 전분 등으로 만들어진 자연소멸 용기에 담는 것까지는 일반적인 '수목장'과 같습니다. 하지만 'POETREE'는 그 속에 나무를 심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처럼 시간이 지나면 용기는 사라지게 되고, 한 그루의 나무가 남게 되는 거죠. 참 멋진 아이디어와 디자인 아닌가요? '죽음'이 또 다른 '생명'으로 되돌아오는, 심오하고도 철학적인 장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구글이미지 검색>



장소는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면 마당에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요즘엔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쉽지 않겠죠. 역시 '수목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무를 심는 일이기 때문에 공간의 낭비가 되진 않을 테니까 국가적 차원에서도 장려할 만한 일이겠죠. '공원'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수목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검색을 해보니까 이런 공간들이 이미 마련이 되어 있었는데요.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서울시립승화원은 지난 2008년에 잔디장을 처음 조성했고, 2011년부터는 수목장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자연장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자연장 선호도 31.2%, 봉안시설 25.5%)에 맞춰,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2015년까지 5만 2000위를 안치할 수 있도록 파주시의 자연장터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또,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집 앞마당에 자연장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죠? 참고로 현재 자연장의 비용은 1위당 50만 원, 사용기간은 40년이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죽음'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묘를 쓰거나 납골당에 안치되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더군요. 물론 'POETREE'도 분명 무언가를 남기고 가는 죽음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잔디장이나 화초장이 좋겠죠?) 하지만 기간이 얼마가 됐든 간에, 내가 이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서 '지구' 덕분에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구'를 위해 하나의 '초록'이 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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