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배드민턴 '고의 패배' 사태, 조별리그 방식이 부른 참사

너의길을가라 2012. 8. 2. 08:53
반응형





각종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는 런던 올림픽에 이제 '져주기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어제 열린 배드민턴 경기에서 자국 선수와 대진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져주는 선택을 한 선수 8명이 모두 실격 처리됐습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왕샤오리, 위양 선수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이들은 조 1위로 4강에 오를 경우, D조 2위로 8강에 오른 톈칭, 자오윈레이 선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정경은, 김하나 조를 상대로 일부러 패배해서 A조 2위가 되는 선택을 합니다. 이들의 노골적인 '져주기 경기'에 심판이 제재를 가하지만, 중국 선수들이 경기 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물론 잘못은 중국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정은, 김민정 조는 8강에서 중국을 피하기 위해서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우리와 맞붙었던 인도네이사의 그레이시아 폴리, 메일리아나 자우하리 조 역시 중국을 피하기 위해 '져주기 경기'를 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경기를 펼치는 두 팀이 모두 져주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이러한 문제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가 기존의 토너먼트 방식을 조별리그 방식으로 바꾸면서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배드민턴만 조별리그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니고, 사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상대팀을 고르는 행위는 암암리에 이뤄져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것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인데요. 모든 화살을 배드민턴 선수들에게만 돌리는 것도 조금 지나칩니다. 이런 상황에선 누구나 자신에게 향후 유리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애쓰지 않겠습니까?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역시 스포츠 정신에는 어긋난 것이겠죠. 


대한한국과 인도네시아는 BWF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BWF는 이것을 기각했습니다. 반면 중국대표단은 "왕샤올리와 위양의 행위는 올림픽의 원칙들을 위반했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반한다"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이번 배트민턴 사태와 관련해 자크 로케 국제올림픽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IOC 차원의 별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격된 선수들에 대해 대회 선수 자격 박탈 및 연루된 선수단 관계자, 감독 등을 조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중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 배드민턴 선수단이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선수들도 분명 '고의 패배' 경기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쟤네가 먼저 했어요. 우린 억울해요'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보다 차라리 중국처럼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앞으로 이런 '져주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 측에서도 경기 방식 등에 있어 세시한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지금과 같은 조별리그 방식은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선수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대진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선수들도 올림픽에 참여하는 목적과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고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