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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의 '나는 선배다' 꼰대 정신, 스포츠는 선배가 왕?

너의길을가라 2012. 7. 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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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 "김현수 용서하려 노력..시간 걸릴 것"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프로야구가 한바탕 얼룩졌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러합니다.


두산의 프록터 선수가 기아의 나지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갑자기 뭐라고 말을 합니다. 나지완 선수의 입장에선 그 말이 황인종을 비하할 때 쓰는 '옐로 피그(yellow pig)라고 들렸습니다. 이에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프록터 선수가 고의성 짙은 빈볼을 던지자 그만 폭발하게 됩니다.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합니다. 2차 사건은 그 이후 나지완 선수와 두산의 김현수 선수 사이에 발생합니다. 나지완 선수는 김현수 선수가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노려봤고, 이것이 매우 불쾌했다고 합니다. 


이제 반대편 입장을 설명하겠습니다. 나지완 선수가 '엘로우 피그'라고 들었던 말은 프록터 선수에 의하면 '옐 잇 미 닙(yell it me nip)'이었다고 합니다. 프록터 선수는 2아웃 이후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안타를 많이 맞는 경향이 많다며, 동료 선수인 니퍼트 선수에서 두 아웃이 되면 나에게 소리를 질러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니퍼트 선수가 이를 잊어 버렸고, 프록터 선수는 왜 투 아웃인데 얘기를 안 했냐며 니퍼트를 향해 농담식으로 한 말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나지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있었던 프록터 선수의 말은 '오해'였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프록터 선수가 던진 공은 빈볼인 것이 확실한 것 같고요. 이전 경기에서 나지완 선수가 프록터 선수에게 홈런을 빼앗고, 세레머니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프록터 선수 입장에선 이것이 기분이 나빴을 테고요. 나지완 선수는 어쩌면 빈볼이 날아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런데 공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들어온 것이고, 결국 감정이 폭발한 겁니다. 


여기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면 파장이 이 정도까지 커지진 않았을 겁니다. 볼넷으로 1루로 나간 나지완 선수와 외야에 있던 김현수 선수 간에 말싸움이 시작된 겁니다. 나지완 선수와 김현수 선수는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온 선후배 사이입니다. 선배의 입장에서 나지완 선수는 후배인 김현수 선수가 노려봤다는 것이 불쾌했을 수 있습니다. (그럴까요?) 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이후 김현수 선수는 나지완 선수에게 전화로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지완 선수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인사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다음 날 김현수 선수는 나지완 선수를 찾아 사과를 했지만 외면 당했고요. 


프로야구의 선후배 관계, 이것은 단지 야구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스포츠 전체에 만연해 있는 문제죠. 약간 다른 문제입니다만, 스포츠 도박 사건이 터졌을 때도 그 주요 원인으로 스포츠 계에 뿌리 내린 선후배 관계가 지적된 바 있었죠. 얼마 전에는 한화의 김태균 선수가 상대편 투수(롯데의 김성배)가 자신보다 선배인 줄도 모르고, 험한 소리를 했다가 나중에 사과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 자신보다 후배이면 욕을 해도 상관 없는 것이 프로야구의 룰이란 말인가요? 


물론 나지완 선수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빈볼의 희생양이니까요. 하지만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김현수 선수에게까지 함부로 대한 것은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물론 김현수 선수도 잘한 것은 없죠. 이후의 일입니다만, 두산의 고창성 선수가 SNS에 나지완 선수를 비꼬는 내용의 글을 올려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나지완 선수가 피해를 본 쪽에 속합니다. 다만, 한가지 잘못된 것은 자신이 '선배'라는 것을 강조하고, 그것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다는 것이죠. 만약 자신을 노려본 것이 '선배'였다면, 나지완 선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자신에게 함부로 대한 사람이 있어도 그것이 선배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후배라면 마음대로 깔아 뭉게도 되는 걸까요?


서로를 이끌어 주고, 자발적으로 따르는 선후배 문화는 끈끈하고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위계 구조를 강조하고, 서로에 대한 복종을 강요한다면 이는 하루빨리 버려야 하는 잘못된 문화겠죠. 프로야구와 그를 넘어 스포츠, 어쩌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선후배 문화',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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