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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고?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다 본문

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미세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고?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1. 5. 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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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산성비'가 걱정이었다.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 5.6 이하의 비를 산성비라 하는데, 고농도의 황산 또는 질산이 포함돼 있어 사람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 다음 걱정은 '황사비'였다. 염기성인 황사비는 산성 토양을 중화시키고 적조가 번지는 걸 방지하지만, 흙탕물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 아무래도 골칫거리다. 그런데 이젠 '미세 플라스틱 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세 플라스틱엔 경계가 없습니다. 비와 섞여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미세 플라스틱의 공습' 편은 섬뜩했다. 뒷목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뉴스토리>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공기와 토양, 물 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보여줬다. 그건 엄중한 경고이기도 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과 경기도의 가정집 5곳과 야외에서 공기 중 부유물질을 포집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실내 공기
개수 : 3.02개(1m³ 기준)
입자 크기 : 평균 166.1 마이크로미터

실외 공기
개수 1.96개
입자 크기 : 평균 115.5 마이크로미터

시료 29개를 분석한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모든 시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실내 공기의 경우 1m³를 기준으로 3.02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입자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의 3배 정도였다. 또, 실내가 실외에 비해 미세 플라스틱 발생이 약 1.5배 높게 나왔다. 그 이유는 실내에서 활동하면서 옷에서 떨어져 나온 섬유와 합성섬유 소재의 가구 등 생활용품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직경 5밀리미터 이하의 입자를 의미한다.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플라스틱 입자는 호흡기로 들어가도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지만, 나노 단위까지 크기가 작아지면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특히 호흡을 통한 인체 유입의 유해성은 연구 초기 단계이다. 하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 위험할 거라고 경고하는 연구는 속속 나오고 있다.


"(스티로폼 뚜껑이) 10센티미터 곱하기 30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1년 동안 햇빛을 잘 받는다고 가정해요. 1년에 (미세 플라스틱이) 수천 억 개가 나와요. 쓰레기 하나하나가 미세 플라스틱 공장인 거예요."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플라스틱이 야외에 노출됐을 때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생성하는지 조사했다. 플라스틱 표면을 500배 확대해 관찰한 결과,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하게 갈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갈라진 플라스틱은 쉽게 부서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생성됐다. 작을수록 몸에 잘 침투하고 해로운데 여기에 플라스틱의 속성이 더해지면 훨씬 더 위협적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공기 중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은 단지 호흡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장 땅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채소, 바다에 사는 물고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이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생태계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이번에는 빗물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100mm 당 7.27개, 서울 마포구에서는 18.15개가 검출됐다.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진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빗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타대는 연간 1000억 톤이 미세 플라스틱이 비나 눈에 섞여 내렸다는 내용이 논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2년 전부터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토양은 어떨까. 결과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았다. 무작위로 토양을 채취해 연구를 했더니 경기도의 경우 100g당 31.16개, 광주는 51.12개, 부산은 57.01개가 검출됐다. 이런 결과를 보면 농경지도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정이다. 실제로 토양의 미세 플라스틱은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돼 잎이나 열매까지 이동한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과일과 채소에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지 여부를 확인한 연구가 진행됐다. 지아 올리베리 콘티 카타니아대 교수는 과일과 채소에서 1.1~3.5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과일의 경우 400만 개, 채소의 경우에는 100만~2000만 개 정도로 양이 굉장히 많았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 채소 중에서는 당근에서 많이 검출됐다고 한다.

2년 전, 사람이 1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큰 충격을 준 적이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더 해로운 게 많다고 여긴 탓일까. 코로나 시대에 배달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소비가 늘어났고, 플라스틱으로 된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유해한 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혹자는 코로나19와 미세 플라스틱, 우리에게 닥친 이 두 가지 위기를 통틀어 '신데믹(syndemic, 2개 이상의 전염병이 동시에 혹은 연이어 집단적으로 나타나고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현상)으로 일컫는다. 안윤주 건국대 보건환경과학과 교수는 "두 가지 위기가 공존하면서 그 영향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상황"이라며 "두 가지를 같이 방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대기로, 다시 땅이나 바다로 옮겨가기 때문에 순환이 가능하다. 작기 때문에 순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순환하면서 더 작아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는 국제적인 문제이고,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다. 플라스틱은 이미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은 그 경고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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