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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사냥에 나선 개들, 들개의 최후변론에 우리는 뭐라 답할까 본문

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고라니 사냥에 나선 개들, 들개의 최후변론에 우리는 뭐라 답할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1. 5. 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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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였던 새만금 들판의 풍경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곳에서 생존을 건 추격적이 펼쳐졌다. 갈대숲 깊은 곳까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간 들개 장이(수컷, 4살)와 단이(수컷, 4살)가 고라니를 발견하고 사냥에 나섰다. 놀란 고라니가 뛰자 장이와 단이도 달렸다. 죽느냐 사느냐, 쫓고 쫓기는 추격이 시작됐다. 그렇다, 현재 새만금 들판의 맹수는 들개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조선 후기부터 들개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곳곳에 떠돌이 개, 그러니까 들개라 불리는 개들이 있다. 시골이나 인적 드문 곳에서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개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덩치가 큰 개들이라 마주하면 굉장히 위협적이다. 사람들은 들개들이 갈수록 사납고 무서워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도 할 말이 있지 않을까.

과연 장이와 단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 그들이 처음부터 들개였을 리 없다. KBS2 <환경스페셜> '최후변론, 들개'는 그 질문을 던졌다. 무허가 주거지역이었던 인천 계양구 효성동 100번지 일대는 2008년부터 재개발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떠났다. 그런데 개들은 남았다. 모두 한때는 보호자에게 사랑받았던 반려견들이다. 그렇게 재개발 지역의 유기견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주인에게 버려진 채 남겨진 개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철망을 뚫고,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다. 그나마 작은 개들은 집 주변을 맴돌지만, 몸집이 큰 개들은 마치 늑대마냥 무리를 지어 활동했다. 낮보다 밤에 움직인다. 그 모습이 사람들한테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무리짓는 유기견들은 포획 대상이 되었다. 대형개는 50만 원, 어린 개는 10~15만 원 이런 식이다.

장이와 단이도 주인에게 버려진 뒤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이 녀석들의 행동권(영역)은 6.5㎡에 달하는데 너구리의 영역보다 약 6배나 넓다. 떠돌이 생활의 가장 힘든 점은 역시 먹이를 구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인적 드문 마을에서 먹이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장이와 단이는 들판에서 먹이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고라니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고라니는 쉬운 사냥감이 아니다. 사냥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참을 달린 후, 솟구친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기에 녀석들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 사냥은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단이가 몰이를 준비하고, 장이가 길목을 지킨다. 포식자의 사냥법을 본능적으로 익혀나갔다. 둘은 어느새 노련한 사냥꾼이 됐다. 하루가 다르게 늑대의 본성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라니나 너구리를 먹이로 삼을 수 있는 대형 포유류는 존재하고 있지 않아서 공격받아서 들어오는 경우에는 다 개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가 새로운 포식자로 저희한테는 인식되고 있긴 합니다." (임해린 전북대 동물의료센터 수의사)

대부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종인 시화호 지킴이는 들개의 개체 수가 자꾸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 야생으로 내몰린 들개는 살기 위해 본성에 의존하는데, 이런 들개들이 어미가 되고 먹이가 없으면 어린이를 공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군산시 오식도동의 공장들이 문을 닫자 들개들이 활보하기 시작했다. 모두 버려진 개들이다. 이렇듯 버려지는 반려견의 수가 10만 마리에 달한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는 김백준 국립생태원 박사는 들개가 생태계 자체의 균형을 깰 수 있는 위협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 들개는 최상위 포식자이며, 고라니는 물론 맷돼지까지 공격할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야생의 들개로 돌아간 개들은 대를 거듭할 수록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길들여지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이다. 들개는 일 년에 두 번씩, 한 번에 4~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어미 들개 밑에서 자란 새끼들은 성장하면 들개가 된다. 들개의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자연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새끼들까지 자라 들을 누빈다면 들의 생태계는 어찌 될까.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로서는 답이 포획뿐이다.

포획된 들개는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다 안락사 된다. 덩치가 작은 개들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개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위안을 주던 반려견들은 버림받아 죽거나 야생에서 들개가 된다. 그런데 이런 개들은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반려동물로도 야생동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카메라를 보고 짖는 들개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MC 김효진은 그들이 우리를 보고 짖는 이유를 고민했다. 어쩌면 그것이 버려진 개들의 최후변론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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