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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일본 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5. 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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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물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 약 125만 톤을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냥 방류하겠다는 건 아니다.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 설비로 정화해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바다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방류 시점은 2년 뒤로, 약 30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22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당장 불안이 엄습했다. 오염수를 (정화한다고 해도) 바다에 방류한다고? 의문이 생겼다. 정말 문제가 없을까? 제대로 정화되는 게 맞나? 수산물에 피해가 없을까? 누구나 떠올릴 법한 생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91.2%에 달했다. 오염수 방류 결정 발표 후 이미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도 63.2%나 됐다.

먹거리 선택은 소비자 심리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작은 의심만으로도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방사성 오염수라니!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당장 어민들은 '바다는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삶의 터전인 바다로 나섰다.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산업 종사자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기에 더욱 민감하다.


"후쿠시마 원전에 매일 140톤 정도씩 오염수가 발생하거든요. 140톤 정도의 물에는 다양한 핵종(방사성 물질)이 굉장히 높은 농도로 있어요." (송진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뒤 방류할 계획이다. 알프스(ALPS)라고 하는 다핵종제거 설비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면 괜찮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실상은 많이 다르다. 우선, 프랑스에서 개발된 알프스는 일본 도시바 등에서 성능 개선을 하고 있지만, 외부에 구체적인 재원이나 성능이 공개된 적은 없다.

또, 알프스로 모든 방사능 물질이 정화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삼중수소를 들 수 있다. 삼중수소는 스스로 핵붕괴를 일으키는 불안정한 방사선 물질이다. 삼중수소가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인간이 그 수산물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체내로 들어온 삼중수소는 대부분 소변 등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축적돼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전환을 일으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삼중수소도 제거할 수 있는 회사가 캐나다와 미국에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비용 대비 효용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삼중수소의 농도를 기준치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국제 규제 기준의 40분의 1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아무리 희석을 해도 바다로 들어가는 방사성 물질의 절대량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침전이 되면서 바다 밑바닥에 쌓이거나 돌아다니면서 지속적으로 해양 생물에 해를 끼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우리 인간도 그 영향을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다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삼중수소를 제외하면 오염수 처리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걸까?

 


도쿄 전력은 2013년 알프스를 가동한 이후 삼중 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2018년 8월, 일본 교도통신은 알프스로 정화 처리를 했음에도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보도가 있은 후 도쿄 전력도 알프스가 오염수를 완벽히 처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지난달에 작성된 일본 경제산업성 보고서(도쿄전력 조사 자료를 인용)에도 정화 처리된 오염수 71%에서 기준치 초과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기재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불과 2~3년 사이에 획기적인 기술 개선이 이뤄졌던 걸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크게 달리진 게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두 번째 의문은 오염수의 총량이다. 현재까지 후쿠시마 원전 1060기의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125만여 톤이다. 하지만 최종 방류되는 총량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방류를 10년 동안 한다면 그 10년 동안 다시 125만 톤이 쌓일 것이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시한을 2050년~2060년 사이로 잡고 있다. 그런데 그 기간 안에 원전을 완전히 폐로할 수 있긴 한 걸까?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에도 핵연료를 완전히 없애기까지 100년이 걸리는데, 후쿠시마 원전에는 체르노빌보다 2배나 많은 핵연료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기술로는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오염수는 계속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이쯤에서 다시 의문이 생긴다.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법이 해양 방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도쿄전력에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지층주입, 수증기방출, 수소방출, 지하매설, 해양방류까지 다섯가지 방법을 검토했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해양 방류를 고집하는 걸까. 역시 가장 싸기 때문이었다. 지층주입 약 6,200억 엔, 지하매설 약 2,533억 엔, 수소방출 약 1,000억 엔, 수증기방출 약 349억 엔에 비해 해양방류는 약 34억 엔으로 비용이 가장 적다.

한편,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의 해양 방류 방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IAEA는 원자력발전을 진흥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관련 보고서도 냈지만,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접국가인 중국과 한국의 전문가를 참여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 보고서 작성에는 모두 일본인 전문가만 참여했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방사능 검사에서 기준치를 넘은 결과가 나온 적은 없다.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2013년부터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검출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게다가 제대로 정화되는지 알 수 없는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하니 걱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전 사고 후 10년이 지났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의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현지 어민이나 시민단체, 주변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양 방류를 결정한 건 도쿄올림픽 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해양 방류와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신과 불안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일본 정부가 화답함으로써 의견 교환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협의체에는 한일 외교당국 관계자를 비롯해 각국의 전문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단순히 일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인접 국가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다. 부디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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