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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2' 쓰러진 며느리에게 태아 안부부터 묻는 시어머니라니!

너의길을가라 2022. 3.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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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린(박하선)은 오늘도 고개를 숙였고 눈물을 흘렸다. 임신 소식을 들은 후부터 사린의 웃는 얼굴을 보기가 어렵다. 입덧이 가고 먹덧이 오면서 한숨 돌리나 했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회사일에 안간힘을 쓰고, 주말에는 시댁 제사까지 챙기느라 무리를 한 모양이다. 결국 사린은 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다. 의사는 일주일 정도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고 권고했다.

구영(권율)은 의자에 앉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전날 밤, 사린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거봐, 구영이 너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모르는 거야. 지금 내 상황이 어떻고, 얼마나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지 넌 모른다고." 아마도 구영은 자신이 놓친 게 무엇인지 고민했으리라. 사실 그것은 구조적 불평등에 해당하는 문제라 남성의 입장에서는 쉽사리 캐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때 사린의 친정 엄마 영희(강애심)가 병원에 도착했다. 구영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영희는 병실로 들어가 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사린을 보듬으며 안심시켰다. 사린은 그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영희는 구영에게 당분간 가게 문을 닫고 사린의 곁에서 몸조리하는 걸 돕겠다며 먼저 집으로 향했다. 구영은 잠든 사린을 말없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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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왜 이렇게 골골한 거야?" (기동)
"애가 매일 출퇴근하면서 일 하려니까 힘들겠지." (구천)
"난 애 셋 임신하는 동안 당신 장사일 도우면서 시부모님까지 모셨어요." (기동)
"그때랑 같나. 아무튼 당신이 잘 챙겨줘."(무천)



5일 공개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9회 '엄마의 자격' 편은 또 한번 먹먹함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집에 돌아오자 영희가 사린을 맞이했다. 영희는 집안일은 물론 사린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잔뜩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린은 그런 엄마에게 다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고생한다고 생각했으리라. 사린의 마음에 부채감이 쌓여갔다.

그때 시어머니 기동(문희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집에 있다는 사린의 말에 기동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사린은 몸이 안 좋아서 하루 쉬기로 했다고 둘러댔다. 며느리 편을 드는 무천에게 한바탕 쏟아부은 기동은 죽을 끓여 사린의 집을 방문했다. 사린을 본 기동의 첫마디는 "설마 애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였다. 사린보다 아이의 안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기동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게, 내가 진즉에 회사 그만두라고 했잖니. 애 낳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이렇게 몸이 약해서 어떻게 해?"라고 쏘아붙였다. 요즘 말로 완전 '킹받는' 상황이다. 사린은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영희도 "걱정끼쳐 드린 것만으로도 죄송하죠."아며 고개를 숙였다. 사린은 마치 죄인처럼 행동하는 엄마의 모습에 또 한번 속상했다.

"이참에 직장 다니는 문제도 다시 생각해봐. 아기 낳고 하면 아무래도 엄마가 집에 있는 게 낫지. 이게 다 사린이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기동)



도대체 어떤 점에서 사린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까. 기동의 말에 사린은 생각에 잠겼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몰려왔던 걱정들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바꿀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래서 무리하면서까지 애썼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미안한 일만 늘어갔다. 늦은 밤까지 사린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역시 잠들지 못한 영희에게 사린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사린은 "그냥 너무 속상해. 임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민폐만 끼치는 것 같"다며 자책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힘들 때마다 이게 다 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에 대한 미움이었다. 사린은 뱃속의 열무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오열했다. 방 안에서 사린의 얘기를 듣고 있던 구영도 눈물을 흘렸다.

<며느라기2...ing>는 시즌1에 비해 단조로워졌다. '시월드'라는 큰 주제에서 '임신'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신이 작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또, 지나치게 어두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이후 사린의 표정은 줄곧 울상이었다. 하지만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이라 당혹스러웠을 테고, 그런 만큼 감당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만큼 임신을 하는 순간부터 여성들의 삶이 고달픈 쪽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며느라기2...ing>는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럼에도 간단히 '임신=축복'으로 등치시키는 게 맞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며느라기2...ing>가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했다. 매주 300만 뷰 안팎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누적 조회수 2000만 뷰를 가뿐하게 돌파했다.

임신부들이 겪는 실질적인 고민과 어려움, 임신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과도함 부담과 희생, 그리고 그런 양태로 구조화된 불합리한 현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며느라기2...ing>는 큰 가치가 있다. 다가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구조화된 현실 속에서 외면받는 고통과 아픔들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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