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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2' 박하선, 윤석열 정부에서 웃을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2. 3. 12. 20:18

"여기 테이블들은 옹이가 참 많네. 나무의 몸에서 가지가 자란 자리인데, 사람들이 꺼리기도 하고 가공 과정도 힘들어서 대부분 잘라내거든. 근데 사실 옹이는 나무에겐 영광의 상처 같은 거야. 나무가 크게 자라기 위해선 많은 가지가 필요하고 그만큼 세월이 흐를수록 더 크고 많은 옹이가 생기니까." (사린)



사린(박하선)은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죄책감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고민이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왔다. 상냥한 남편 구영(권율)은 휴가를 쓰고 사린과 함께 바람을 쐬고 오기로 했다. 데이트를 떠나기 직전, 사린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린이 보관 중인 자료가 필요하다는 회사 후배의 긴급한 연락이었다.

사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기 효용감을 느꼈던 걸까. 사린은 자신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카페에 들러 두 손 가득 커피를 사 들고 회사를 찾았다. 하지만 후배는 부장님이 필요없다고 했다며 연락을 미리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거래처 미팅이 있어 나가는 길이라며 황급히 사라졌다. 사린은 사무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정말 손님이 된 기분이었으리라.

지난 12일 공개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10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엄마만 될 필요는 없어' 편의 시작은 (역시나) 우울했다. 사린은 여전히 울상이었고, 그런 사린을 지켜보는 구영의 표정도 어둡기만 했다. 혜린(백혜린)과 구일(조완기)의 육아 전쟁도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에게도 '옹이'가 생겨났던 걸까. 후반부에서는 분명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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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산책을 하고 있는 사린에게 다가간 구영은 미리 준비한 구두를 내밀었다. 사린이 신고 싶어하는 신발 대신 낮은 신발을 신으라고 했던 게 못내 마음에 쓰였던 모양이다. 사린은 구영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에도 민폐를 끼치는 것 같고, 뱃속의 아기에게도 미안했던 모양이다. 사린은 여기까지가 자신의 한계인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미안해, 사린아. 그냥 너를 위해서 했던 모든 행동들이 오히려 사린이 널 더 힘들게 한 것 같아. 누군가의 아내나 며느리가 아닌 민사린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놓고서 결국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어. 사린아, 난 사린이 네가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꼭 엄마로서만 살 필요는 없어. 가구 만드는 거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잖아. 그러니까 계속했으면 좋겠어. 민사린이 민사린으로서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곁에서 열심히 도울게." (구영)


구영은 사린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를 건넸다. 그는 사린을 위해서 했던 자신의 행동들이 오히려 사린을 힘들게 만든 것 같다고 반성했다. 구영의 말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담아내고 있었다. 수많은 남편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내나 며느리가 아닌 OOO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가. 구영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구영은 사린이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꼭 엄마로서만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드디어 구영도 가부장제가 오랜 세월 동안 강요해 왔던 '좋은 엄마'라는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난 듯했다. 좋은 엄마라는 개념은 훨씬 더 다양한 층위에서 존재할 수 있다. 구영은 사린이 사린으로서 행복할 수 있도록 곁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했다. 사린은 이제야 이해를 받은 기분이었다.


한편, 혜린(백은혜)과 구일(조완기)은 막다른 벽에 부딪쳤다. 시어머니 기동(문희경)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기로 결정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나마 대기가 적은 곳을 골랐지만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 혜린은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도착한 혜린은 구일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오래 고민했다며 사직서를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일은 그런 혜린을 만류했다. 그는 "우리 두 사람은 연봉도 비슷하고 정년도 큰 차이 없고. 그럼 더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당신은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나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었으니까."라며 자신이 딸을 돌보겠다고 선언했다.

정말 이상적인 결론 아닌가? (물론 그들에게는 시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세상의 모든 남편이 무영과 구일처럼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고, 현실적으로 어떤 결정이 더 경제적인지 고민하고, 기꺼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율률은 3.4%에 불과하다. (2020년 잠정치)


▲월 100만 원 부모 급여 도입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 및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산모·태아·영유아 건강과 돌봄서비스 확대

그렇다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 5월 이후에는 좀 달라질까. 윤석열 당선자는 엄마·아빠를 위해 어떤 공약을 내세웠을까. 우선, 0개월~12개월 아이 키우는 부모에게 월 100만 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하겠다며 현행 남녀 각각 1년에서 1.5년씩 부부합산 총 3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를 20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실현되기만 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보다 나아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린의 경우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해서 힘들어 했던 게 아니라 육아휴직이 야기하는 경력단절이 더욱 문제였다. 육아휴직이 사실상 엄마에게만 강요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도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고작 3.4%만 제도를 활용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라.

이런 흐름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처럼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도입하는 강수를 두지 않는 한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업무공백에 대한 대체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2030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곧) 여당 대표와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한 당선자가 만들어갈 정부에서 이 문제를 얼마나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고민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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