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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든 건 안 보여?" '며느라기2' 박하선이 화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22. 2.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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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이 점점 더 심해졌다. '임신증후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아침 일찍 중요한 미팅에 참석해야 하는 사린(박하선)은 자신을 깨우지 그랬냐는 구영(권율)의 말을 뒤로한 채 집을 나섰다. 약간의 고민 후 굽이 없는 플랫 슈즈를 신었다. 지하철에 몸을 실은 사린은 음식 냄새를 맡고 속이 울렁거렸다.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중간에 내려야 했다. 결국 사린은 미팅에 늦고 말았다.

먼저 도착해 있던 부장은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사린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계약은 무사히 끝났지만 사린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부장은 또 한번 사린에게 프로젝트를 다른 직원에게 넘기는 게 어떠냐고 운을 띄웠다. 다행히 도 팀장(김지성)이 사린의 편을 들어줘 무마됐지만, 사린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짐짝이 된 기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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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긴. 이미 내가 다 겪어봤잖아.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은 때인 거." (도 팀장)



19일 공개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7화 '누구의 잘못도 아닌' 편은 임신과 육아를 겪고 있는 여성들의 고충을 그렸다. 입덧이 심해진 사린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가 보였다. 도 팀장은 그런 사린에게 "이미 내가 다 겪어봤잖아."라며 위로했다. 고마운 말이지만, 사린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할 뿐이다.

가뜩이나 회사일로 속상한데 시어머니 기동(문희경)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수 없으니 반갑게 인사하며 통화를 시작했다. "입덧 때문에 많이 힘들다며?" 어쩌면 위로인가. "엄마 되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역시 잔소리였나. 결론은 "구영이도 좀 챙겨서 먹이고."였다.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 보기 안쓰러웠다나. 또 한번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기동은 "사린이 너도 자식 낳아보면 알겠지만 엄마 마음이 다 그래."라며 이해를 구했다. 사린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 사린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기 자식의 어려움이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입덧 때문에 고생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며느리에게 아들 밥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어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정녕 엄마의 마음인가.

"당신이야말로 애 본다고 괜히 유세떨고 그러지 마." (남천)
"솔직히 세상에 나 같은 시어머니가 어디 있다고. 시집살이는커녕 애 봐주고 반찬까지 해다주면서 맨날 며느리들 눈치만 보고 산다니까." (기동)


한편, 시어머니 기동에게 딸 미아를 맡기게 된 혜린(백은혜)도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중요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 기동에게 자꾸만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인터뷰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지만, 중요하거나 화급을 다투는 일은 아니었다. 빨리 끊어야 하는 상황인데 기동의 말은 끝없이 이어졌다. 결국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야 했다.

기동은 자신의 말을 끊은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딸을 맡겨 놓고 안부를 궁금해하지도 않다니!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괘씸해했다. 퇴근 후 혜린은 남편 구일(조완기)에게 "어머님한테 미아 맡기는 거 다시 생각"하자고 말했지만, 구일은 혜린의 입장은 외면한 채 "불편한 걸 참는 게 싫은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육아를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심각해질 듯했다.

사린의 기분을 알 리 없는 구영은 아기에게 좋다는 가습기를 사오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사린이 회사에서 돌아오자 태교 동화책을 읽어주겠다며 불러 앉혔다. 심신이 지쳐 있는 사린은 나중에 하자고 에둘러 말했지만, 이미 잔뜩 신이 난 구영은 아기들이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는 걸 좋아한다며 사린을 보챘다. 참다못한 사린은 폭발했고, 결국 구영에게 한마디 하고 말았다.

"무구영, 넌 내가 힘든 건 안 보여? 내가 나중에 하자고 했잖아." (사린)



사린의 말에 구영은 머쓱해졌다. 사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속상한 일 투성이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잠자리에 들며 먼저 잠든 구영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누구의 잘못된 아닌 일인데, 사린은 자꾸만 사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다.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죄송해야 했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했다. 이것이 '엄마'가 된다는 것일까. 이게 맞는 걸까.

이쯤되면 사린은 임신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임신부 중 14~23% 정도가 임신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임신부가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남편과 이 문제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일 게다. 하지만 구영은 사린의 상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하다. 아마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임신은 축복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은 여성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우울해도 우울하다고 말할 수 없다. 통념상 임신은 기쁜 일이니까. 또, 인내는 당연한 일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임신부가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 사회적으로 그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형성되어 있다. 그것이 엄마의 몫이니까. 그래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우울증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사에서는 어떨까. 이미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은 도 팀장과 같은 선배의 존재는 더할나위 없이 고맙다. 하지만 문제는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성들의 연대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이 또한 '각자도생'이 또 다른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낙오자만 양산될 뿐이다. 그건 우리 사회 전체에 있어 불행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며느라기2...ing>는 귀하디 귀하다. 임신이 여성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임신으로 인해 여성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과서와 다름 없다. <며느라기2...ing>는 첫 공개 이후 누적 조회수가 1800만 뷰를 돌파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 이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은 아무래도 여성이겠으나, 부디 남성들도 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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