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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숨막히게 하는 오지랖, '며느라기2' 박하선 안쓰럽다

너의길을가라 2022. 2. 13. 09:47

"자기, 우리 신혼여행 갔을 때 생각 나? 배 타고 낚시하러 갔을 때. 자기는 전날 기분 좋다고 술까지 잔뜩 먹어서 더 힘들어 했잖아.
"맞다. 나 그때 속이 다 비었는데 계속 토해서 죽을 뻔했지."
"어, 그래! 그게 바로 입덧이야."



구영(권율)은 '평균적인 남편'이다. 평균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기는 하나, 분명 '나쁜' 남편은 아니다. 신혼 초 사린(박하선)이 겪는 '며느라기'를 외면한 채 어설픈 중간자 역할을 자처해 한바탕 난리를 겪은 후 여러모로 많이 변했다. 달라진 구영은 '아내' 사린을 아끼고, '며느리' 사린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애쓴다. 환골탈태까지는 아니라도 제법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남자'라는 태생적 한계는 여전하다. 당장 '임신'은 그 한계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여성에게 임신은 일상이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신체적인 변화에서 사회적 변화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다. 하지만 구영은 임신을 한 사린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아빠가 됐다는 생각에 기뻐서 환호할 뿐이다.

임신한 사린(박하선)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를 만든다. 이쯤되면 '평균 이상의 남편'인 듯하다. 입덧을 하는 사린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그런 남편이 존재는 임신부 입장에서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곧바로 그의 정체가 탄로나고 말았다. 구영은 매콤한 게 먹고 싶다는 사린에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열무(태명)가 힘들지 않겠냐며 만류했다. 우선순위가 분명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매운 음식이 임신부(와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얘기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그저 임신부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된다. 그리하여 구영은 뱃속의 태아를 이유로 사린에게 잔소리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굽이 있는 신발을 신는 사린에게 플랫슈즈를 신도록 유도했다. 임신한 것 티내기 싫다는 사린에게 티를 내면 어떠냐며 넘어지면 위험하다고 한소리했다. 사린은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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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한테 프로젝트 넘기는 게 낫지 않겠어? 아니, 난 민대리를 위해서 그러는 거지. 임신 초기야 그렇다고 쳐도 점점 더 배불러 오면 회사 다니기 힘들텐데 차리리 초반에 넘기고 민대리는 적당히 서브해주는 게 어때?"



12일 방송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6회 '그 오지랖 좀 넣어줄래?'에서는 여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오지랖을 꼬집었다. 사린은 출근 후 용기를 내세 부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부장은 갑자기 난색을 표하더니 회사를 계속 다닐 거냐고 묻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출산 휴가와 육아 휴가를 어떻게 할 건지 재차 캐물었다. 결국 대화는 현재 사린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부장은 차라리 임심 초기에 프로젝트를 다른 직원에게 넘기라고 권유했다. 사린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부장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사린은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구영은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자신만 일상이 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 동료들도 임산부에 좋다는 루이보스 차를 들이밀었다.

"오늘 같은 날은 나도 커피 마시고 싶다"는 사린에게 동료는 "임신하면 커피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 팀장(김지성)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가급적 좋은 것만 먹는게 좋지."라며 자신도 첫애가 아토피가 심한데 임신 때 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는 얘기를 꺼냈다. 물론 의학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이런 낭설들은 엄마의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고 죄책감을 끄집어낸다.

"클래식이 태교에 좋다잖아.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들어야지." (구영)
"임신부가 좋아하는 것만 먹을 수 있니? 싫어도 뱃속의 애를 생각해서 먹어야지." (기동)



한편, 시어머니 기동(문희경)은 임신을 축하해 주고 싶다며 사린을 불렀다. 시댁으로 가는 길, 구영은 사린이 좋아하는 신나는 노래를 끄고 클래식을 틀었다. 사린은 또 한번 숨이 막힌다. 애당초 태교 자체가 의학적 근거가 없지만, 임신부의 기분을 망치는 '오지랖'이 태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시댁에 간 사린은 자신의 앞에만 콩밥이 놓인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동은 싫어도 뱃속의 애를 생각해서 먹으라고 말했다. 똑똑한 애를 낫아야 한다며 생선까지 챙겨줬다. 시아버지 남천(김종구)는 첫째네가 딸이니까 너네는 기왕이면 아들을 낫으라고 한다. 기동은 딸이면 좀 어떠냐며 편을 들어주나 싶더니 바로 하나 더 낳으면 된다며 웃었다. 애는 연년생으로 키워야 좋다는 엄마의 말에 구영은 눈치없이 "그럼 하나 더 바로 낳아야 되나?"라며 따라 웃었다.

갑갑해진 사린은 회사는 어쩌냐고 넌지시 거부 의사를 표현했는데, 기동은 "애 낳고 천천히 복직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며 남일처럼 말했다. 공백이 크면 복직이 힘들다고 설명하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예 일을 그만두는 건 어떠냐', '남편 월급으로 알뜰히 살림하면서 애들 키우는 게 낫다'는 말로 사린을 압박했다. 어째서 여성이 쌓아올린 커리어는 임신과 동시에 손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쯤으로 치부되는 걸까.

집으로 돌아온 사린의 기분은 영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영이 잉어즙을 건넸다. 아기 뼈에 좋단다. 극구 싫다는 사린에게 "열무에게 좋은 거라잖아."라며 억지로 들이밀었다. 어쩔 수 없이 꾹 참고 한 입 마셔보려던 사린은 구역질을 했다. 최근 겪은 일련의 오지랖들에 갑갑함을 느낀 사린은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현관문을 나섰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울렁거리고 답답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일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미혼일 때는 결혼 언제하냐고 난리고, 결혼하니까 애는 대체 언제 냫냐고 그러고."
"그러다 애 낳잖아? 그럼 둘째 언제 낳냐고 그런다니까."



혼자 카페를 찾은 사린은 커피를 주문하고 향을 음미했다. 하지만 끝내 마시지는 못하고 생과일 주스를 마셨다. 아, 고달픈 예비 엄마의 삶이 시작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까? 임신부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건 주변 사람들의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오지랖은 임신 이전에도 있었고, 임신 중에도 있고, 출산 이후에도 있을 것이다.

이혼 후 살 집을 구하러 간 미영(최윤라)에게 부동산 중개업자는 '혼자 살 거냐', '어려 보이는데 결혼은 안 했냐', '남편은 어디 있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그리고 기동은 혜린에게 (백은혜) 손녀가 외로워 보인다며 동생 낳을 준비를 하라고 다그쳤다. 도움을 받는 처지인 혜린은 평소와 달리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 오지랖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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