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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나쁜 엄마지?" '며느라기2' 박하선이 오열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2. 1. 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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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키우는 게 보통이 아니구만." (구영)
"보통? 야, 이 정도면 감사한 거야. 신생아 때는 10분마다 깨서 울어. 진짜 밤에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니까." (구일)
"그래도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잖아" (구영)
"뭐, 그거야 당연한 거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게 무슨 말인지 너도 낳아보면 알 거야." (무일)



구영(권율)은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형 구일(조완기)을 만났다. 구일은 가까스로 잠든 아이가 구영의 등장으로 깨자 울상이 됐다. 집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육아에 대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구영은 유아차를 밀며 아빠가 된 상상을 하다 형에게 사린(박하선)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구일은 축하를 건네고, 구영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빠에게 임신이란 이처럼 반갑고 기쁜 일이다.

지난 29일 공개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4화 '이상한 숲속의 백설공주' 편은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혼란을 겪는 사린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앙증맞은 아기 신발을 사 온 구영은 아들인지 딸인지 몰라 두 켤레를 사왔다며 신이 났다. 쌍둥이도 괜찮겠다는 구영의 말을 들은 사린은 육아로 고생중인 친구가 떠올라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린은 그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나는 종종 아빠가 되고 싶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여자니까 당연히 엄마를 해야 한다는 말이 이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나는 더 이상 그 말을 하지 않게 됐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이상해도 끝까지 이상하지 않은 척했다. 아무도 나에게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사린)


다음 날, 구영과 사린은 산부인과를 찾았다.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사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겁이 나고 두려웠을까. 소고기 맛집을 찾아놨다는 구영에게 사린은 엄마가 만들어 준 잔치국수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가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친정 엄마 엄영희(강애심)를 찾아간 사린은 임신 소식을 전했다. 영희는 기뻐하다말고 표정이 어두운 사린을 보고 놀랐다.

구영이 국수 재료를 사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사린은 "엄마는 나 임신했을 때 어땠어?"라고 질문을 건넸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영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엄마는 너무 행복했지." 아직 채 부르지도 않은 배를 앞으로 내밀며 기뻐했다는 엄마의 말에 사린은 "그냥, 궁금해서.."라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엄마의 채근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 나 너무 이상한 앤가봐. 사실은 나 하나도 기쁘지가 않아. 나 아기한테 너무 미안한데, 솔직히 잘해낼 자신이 없어. 엄마, 나 너무 이상하지. 못됐지. 아, 나 진짜 나쁜 엄마지? 나 왜 이러지?" (사린)



사린은 임신을 했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잘해낼 자신이 없다며 자책했다. 사린은 그런 자신을 '나쁜 엄마'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며느라기2...ing>의 이 장면은 아마도 많은 엄마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던 장면이었으리라. 실제로 여성에게 임신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또 사회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다.

흔히 동화 속에서 결혼이 "왕자와 공주는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았대요."라는 한 문장으로 앞뒤가 잘린 채 전달되는 것처럼, 임신도 '축복'이라는 단어로 손쉽게 요약되곤 한다. 물론 축복 같은 일이지만, 임신 중에 겪는 여성의 어려움이나 출산의 고통, (상당 부분 여성에게 전가되는) 육아의 고충은 생략되고는 한다. 아마도 사린은 '기쁨'을 강요당하는 기분을 느꼈으리라.

"사린아, 왜 아기를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있는지 아니? 아기가 자라는 동안 사린이 역시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을 조금씩 배워가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걱정하거나 자책할 필요 없어. 이제부터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하면 되니까." (영희)



집으로 돌아온 사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또, 임신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들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때 영희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엄마의 위로, 이제부터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하면 된다는 응원에 또 한번 눈물을 왈칵 쏟았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흔히 '산후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많이 알려져 있어 그 시기에만 우울증이 나타난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과 그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우울증이 발병한다고 한다. 지난 2017년 제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수영 교수팀은 우울증 위험도는 임신 초기(12주 이내)가 19.3%로 산후 1달 이내(16.8%)보다 오히려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우울감을 느끼는 엄마에 대해 사회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임신 후 왜 우울해 하는지 본질적인 접근이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그저 뱃속의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식으로 우울감을 배격하게 만든다. 또, 모성이 부족한 엄마로 매도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임산부들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할 수밖에 없고, 사린처럼 죄책감에 빠져들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살아왔거든.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했고. 근데 아이 문제만큼은 정말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거 같아서. 정말 쉽지 않다. 엄마가 된다는 거." (혜린)



평생 자신이 계획한 대로 똑부러지는 삶을 살아왔던 혜린(백은혜)은 아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이 속상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결국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게 됐는데 폐를 끼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 상황들이 그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혜린이 겪는 고충들은 앞으로 예비 엄마 사린이 겪어가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엄마가 될 준비'를 한들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은 냉혹하고 훨씬 더 변화무쌍하다. 당장 신체적 변화에서부터 사회적 지위의 변화, 곤두박질치는 자존감과 우울감과의 싸움 등 엄마가 겪어야 할 일들은 너무도 고달프다. 어린 사린이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되고 싶었던 건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우리 사회가 <며느라기2...ing>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좀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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