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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 패밀리'의 숨겨진 진실, 강형욱의 당부를 잊지 마세요

너의길을가라 2020. 3. 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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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르는 게 위험한 개를 만드는 지름길이라서 그래요. 산책 못하잖아요. 솔직히 못하죠?"

KBS2 <개는 훌륭하다>를 시청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가령, '만약 개가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보호자들이 자신의 반려견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을까. 비록 개들은 인간의 언어를 쓰지 못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곧바로 인지할 수 없지만, 분명 그들은 쉼없이 보호자를 향해 외치고 있다. 아니, 울부짖고 있다.

'나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보호자, 당신을 정말 사랑하지만 이건 너무 괴로워!'
'답답해 죽을 것 같아. 제발 산책 좀 보내줘!'

강형욱 훈련사는 대형견 6마리를 키우(고 있다기보다 방치하고 있)는 보호자와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산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물었다. 물론 답을 알고 있었다. 보호자는 예전에는 1주에 두 마리씩 꼭 데리고 나갔다고 둘러댔지만,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요즘엔 2주에 한번 정도 나가는 거 같아요." 강 훈련사는 고개를 떨군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잘한 게 아니라니까요?"
"몸이 하나이다 보니까.."
"영상을 보면서 보호자님한테 뭘 도와드려야 하나.. 솔직히 그랬어요. 한국에서 기르기가 힘들어요. 그런 친구(로트와일러)가 4마리나 있으니까. 거기에 오브차카에 핏불테리어까지.."


화면을 지켜보던 이경규도 대형견을 이렇게 많이 키우는 건 처음 본다며 놀라했고, 지상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마당이 있다고 해도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완전히 노출된 곳에서 여러 마리의 개를 (방치하는 형태로) 기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솔직히 말하는데 큰일나요. 공격적인 개가 안 나올 수 없는 환경이라니까요."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개들이 보호자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는데, 하루종일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지금의 환경은 그들에게 너무 고통스러울 거라 설명했다. 온종일 보호자가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할 수 있는 건 반기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호자는 한 명이라 모두에게 풍족한 사랑을 줄 수도 없었다. 강 훈련사는 개들의 애정이 단순히 밥을 주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머루'같은 오브차카는 첫 번째 보호자를 마지막 보호자라고 생각하고 혼신을 다해 지키려고 노력을 해요. 그리고 로트와일러 친구들은 내 보호자가 누구건 상관없이 어마어마한 사랑에 빠지거든요. 한집에서 살면서 밥도 주고 산책도 하고 TV도 같이 보고 이런 관계 속에 있으면 개들이 잘 보여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말을 들은 보호자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반려견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몰려왔던 모양이다. 그라고 왜 잘 기르고 싶지 않았겠는가. 자신의 여건 속에서 아등바등 이를 쓰고 있었던 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돌이키기 힘들어졌다. 보호자는 대형견을 맡아서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안고 가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보호자의 솔직함과 앞으로의 의지를 확인한 강 훈련사는 그제서야 훈련을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물론 더 이상 반려견의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강 훈련사는 훈련의 첫 단계로 머루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머루는 강 훈련사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무릎을 강타했다. 이후에도 머루는 틈만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줄을 잡고 있는 보호자의 힘이 미덥지 않았던 강 훈련사는 기둥에 줄을 묶고 훈련을 재개했다. 머루가 강 훈련사에게 달려들려고 하면 보호자가 몸을 사용해 가로막는 방식이었다. 이 훈련을 통해 머루에게 보여줘야 하는 건 보호자가 낯선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지만, 아직까지 보호자의 모습은 (머루에게)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때 강 훈련사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내 반려견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면 키울 수 없는 겁니다."


훈련은 계속됐다. 이번엔 보호자가 빠지고 강 훈련사와 머루만 남았다. 여전히 머루는 진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계심이 가득했다. 강 훈련사가 등을 보이며 접근하자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거칠고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강 훈련사는 그 공격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다만, 의식적으로 손을 쓰지 않았다. 자칫 손을 사용하면 개에게 공격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머루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입마개를 뚫고 나온 날카로운 이빨이 강 훈련사의 바지를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머루의 공격적 반응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건 사회성 훈련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머루가 공격적 태도를 취할 때마다 사람들은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고, 보호자 역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아서 고착화된 것이다. 강 훈련사와 머루의 대치는 1시간 가량이나 지속됐다.

얼마나 더 지났을까. 갑자기 머루가 강 훈련사의 손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 훈련사는 머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고 또 참은 결과, 그 인내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머루는 강 훈련사에게 마음을 열었다. 다른 사람과 한번도 어울려본 적이 없었던 머루는 강 훈련사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성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문제는 머루 말고도 또 있었다. 철천지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로트와일러 '쉐리'와 핏불테리어 '블리' 말이다. 쉐리와 블리는 여러 차례 싸움을 벌였고, 그로 인해 쉐리는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끔찍한 사건이었다. 과연 이들은 왜 이토록 서로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냈던 것일까? 관찰을 위해 쉐리와 블리를 한 공간에 두자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쉐리와 블리는 전혀 싸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강 훈련사는 교육을 즉각 중단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간이 독립적이지 않은 지금의 견사는 문제가 많았다. 그 때문에 개들은 더욱 예민하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본격적인 견사 공사에 앞서) 합판으로 개들의 시야를 가려주는 조치만으로도 개들은 훨씬 안정적으로 변화했다.

이번에도 <개는 훌륭하다>는 '보호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훈련사는 '내 반려견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면 키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환경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주었다. 경쟁적인 구도, 전쟁통과 같은 환경은 개들을 흥분시키고 심지어 공격성을 띠게 했다. 이를 깨달은 보호자는 앞으로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런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지금의 '맹견 패밀리'의 환경 자체는 결코 장려할 만한 게 못된다. 강 훈련사도 '내 마음 속에선 불법'이라 강력히 말하지 않았던가. 그는 집에서 사랑을 듬뿍 주며 기르지 않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견은 인간의 말을 못하기에 보호자들은 그들의 언어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려견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바라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반려견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부디 강형욱의 '마지막 당부'를 잊지 말자. 반려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보호자를 애타게 사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갖고 '좋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당신의 반려견을 실망시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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