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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3대장이 한 집에.. 강형욱은 다견 보호자의 착각을 지적했다

너의길을가라 2023. 1. 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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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형견 3대장’이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했다. 보더 콜리, 시베리안 허스키, 래브라도 레트리버가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알다시피 이들은 체력이 좋고 활동적이며, 호기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견종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이경규와 장도연은 한숨을 내쉬었고, 강형욱 훈련사도 입술을 앙다물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더 콜리 사랑(암컷, 10개월)
시베리안 허스키 쁘니(10개월, 암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봉순(암컷, 11개월)

자매 보호자는 원래 옆집에서 따로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동생 집에서 사실상 같이 살고 있었다. 대형견 세 마리가 한 집에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대형견 3마리를 입양하고 된 걸까. 힘든 시기를 보내던 동생 보호자는 (본인의 설명으로) ‘운명’처럼 반려견 입양을 결정했다. 하지만 언니 보호자가 보기에는 ‘준비가 덜 된 채로’였다. 여기에서 끝이라면 좋았을지 모르겠다.

봉순이가 외로워 보인 동생 보호자는 입양처를 다시 찾았고, 애처롭게 울고 있는 사랑이를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언니 보호자의 아들이 쁘니를 간절히 원해 결국 두 마리를 더 데려오게 된 것이다.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덜컥 저지른 일이었다. 처음에는 인형처럼 작았던 개들의 몸집이 점점 커졌고, 활동량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많아졌다. 물론 그걸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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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보호자가 출근하자 언니 보호자는 철통 보안에 나섰다. 중문에 경첩을 달아 옷걸이를 꽂아두고, 철망을 세우고, 장애물을 놓았다. 탈출왕 봉순이 때문이었다. 봉순이는 하루에 8번까지도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언니 보호자가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간 사이, 세 마리 개들은 탈출을 공모했다. 제작진이 출입구 쪽에 펜스를 설치해 놓지 않았다면 그들은 분명 밖으로 탈출했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산책은 어떨까. 예상대로 힘겨워 보였다. 봉순과 사랑, 두 마리의 목줄을 잡은 동생 보호자는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소리를 지르며 통제하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두 마리가 함께 뛰자 감당할 수 없었다. 봉순이와 사랑이는 조금 얌전해졌다가도 다시 달려 나갔고, 동생 보호자는 금세 기진맥진해졌다. 도심이라 차와 오토바이가 많아 더욱 위험해보였다.

도대체 왜 두 마리를 한꺼번에 산책시키는 걸까. 통제할 여력이 없어 보이는데 어째서 무리수를 두는 걸까. 보호자들은 따로 산책을 시키기도 했으나 혼자 남은 사랑이의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설득력 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결국 동생 보호자는 봉순이의 줄을 놓쳤고, 그 바람에 산책은 난장판이 됐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산책 후, 쁘니는 봉순을 매섭게 노려봤다. 보호자들은 겁이 나서 말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동생 보호자는 쁘니를 말리다가 물려 13바늘을 꿰맨 적이 있었다. 잠시 후, 쁘니는 봉순을 공격했고, 귀를 물린 봉순은 피를 흘렸다. 공격성이 있는 쁘니를 분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자들은 쁘니가 분리불안이 심해 3일 동안 사료에 입도 대지 않아 함께 둘 수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다견을 키울 때 착각하는 게 있는데, 서로 우애가 깊어지길 바라는 건 아주 큰 착각이에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보호자 상담을 시작했다. 우선, 쁘니를 언니 집에 두고 키우면 된다는 심플한 답을 제시했다. 보호자들은 분리하면 쁘니가 밥을 먹지 않는다며 걱정을 토로했지만, 강형욱은 먹을 때까지 그냥 두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스트레스는 산책을 통해 해소시키면 될 일이라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보호자들의 주장처럼 하루종일 세 마리를 같이 둘 이유는 없어 보였다.  

강형욱은 쁘니가 봉순이나 사랑이와 어울리고 싶은 게 아니라 (언니) 보호자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견 보호자의 흔히 갖는 ’착각‘에 대해 언급했다. 충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개들끼리의 우애 좋은 생활은 보호자의 욕심이다. 개는 보호자를 좋아할 뿐 개끼리 좋아하지 않는데, 보호자 마음대로 세 마리의 관계를 오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더불어 강형욱은 쁘니의 공격성은 고민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히려 반려견 사이의 싸움을 부추기는 환경을 지적했다. 지금처럼 한 공간에 세 마리를 붙여 놓는 것보다 다른 공간에서 각자 살게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함께 지내는 게 바보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강형욱은 “바보 같은 짓이라기보다 가족이라 여기며 인간관계와 똑같이 생각하는 게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보호자들을 힘겹게 했던 탈출 문제도 간단히 해결이 가능했다. 강형욱은 개들이 문고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블로킹을 통해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또, 만약을 위해 높이 1.8m에 잠금장치는 위쪽에 있는 맞춤 보조문을 제작할 것을 권했다. 솔루션 과정을 지켜보던 이경규는 “개들이 가진 문제는 없”다며 미숙한 보호자들을 염려했다.

“선택하셔야 해요. 훈련을 포기하고 본인 마음을 추스를 건지, 손 놓지 않고 사랑이를 책임질 건지”


산책 훈련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봉순이가 사랑이를 괴롭히자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블로킹을 지시했다. 하지만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고, 결국 강형욱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갑자기 사랑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강형욱에게 달려드는 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손을 물렸을지도 모를 아찔한 상황이었다.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동생 보호자는 당황한 채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본 적 없던 사랑이의 공격성에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강형욱은 “앞으로도 이렇게 놀라기만 할 거예요?“라며 다그쳤다.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자각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사랑이의 공격성은 ’보호 공격성‘이었는데, 보호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다만, 동생 보호자의 각성은 필요했다.

”개를 키우는 순간 대장이 되어야 해요. 개랑 친구가 되려고 하면 개를 잘 키울 수 없어요.” (강형욱)

강형욱은 동생 보호자가 개를 키우면서 많은 부분을 언니 보호자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엄마 아빠처럼 염려하고 두려우해야 하는 부분을 언니에게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니 보호자에게 당분간 언니 보호자의 집에 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제는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동생과 봉순, 사랑이를 위한 길이었다.

솔루션을 받아들인 동생 보호자를 위한 훈련이 시작됐다. 문을 열 때 봉순이가 반응을 보이면 블로킹을 통해 제지했다. 만약 반응하지 않고 잘 참으면 예뻐해주며 보상을 줬다. 또, 유독 소파에 집착하는 사랑이에게도 똑같이 블로킹을 통해 제지에 나섰다. 다견 가정의 경우 소파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어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 처음에는 거절을 거절했던 사랑이도 점차 새로운 질서에 적응했다.

산책 훈련도 이어졌다. 봉순이가 뛰쳐 나가려 하면 줄을 당기고 기다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령한 봉순이는 조금씩 무작정 달리면 안 된다는 걸 인식해나갔다. 하지만 봉순이의 목줄을 잡아 본 강형욱은 통제 우선의 훈련 대신 산책이 먼저라는 진단을 내렸다. 줄 당김은 충분한 산책으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끌려가지 않는 건 동일하게 유지하되 냄새 맡는 건 허용하자는 취지였다.

훈련의 효과는 뚜렷했다. 어느덧 봉순이는 안정적으로 산책을 할 수 있게 됐다. 180도 달라진 산책에 동생 보호자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언니 보호자도 안심이 된다는 표정이었다. 단호해진 동생 보호자는 언니 보호자에게 의지하던 이전의 생활에서 벗어나 ’대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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