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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임시보호 후 입양한 다견 가정이 불행해진 이유를 지적했다

너의길을가라 2024. 1.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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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개들을 임시 보호하다가 본격적으로 보호자의 길로 접어드는 케이스가 많다. 임시 보호가 끝나면 안락사의 길을 걷게 될 게 뻔한데, 그대로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시 보호를 하는 동안 정도 들었을 테니 차마 포기할 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문제는 그렇게 임시 보호가 반복되는 경우, 그리하여 계획에 없던 '다견 가정'을 이루게 됐을 때 발생한다.

진도 스키(진돗개+허스키) 유리(암컷, 3살 추정)
달미티안 믹스 컵(수컷, 4살 추정)

1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 유리와 컵은 모두 안락사 명단에 올라있던 개였다. 보호자는 먼저 유리를 입양했고, 이어 컵까지 데려오게 됐다. 안락사를 앞둔 상황에서 데려가겠다는 문의가 없어 결국 결심을 했던 것이다. "대형견 두 마리가 오면 쉽지 않을 텐데.."라는 강형욱 훈련사의 말마따나 대형견 두 마리와 함께 지내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켄넬에 잘 들어가서 식사를 하는 컵과 달리 유리는 곧바로 켄넬 밖으로 나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유리는 계속해서 컵을 힐끌거리더니 갑자기 돌격하며 달려들었다. 두 대형견이 이빨을 드러내며 격렬히 맞섰다. 경험상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보호자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뻔했다. 그야말로 살벌한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유리가 컵을 공격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요?" (강형욱)


상황을 지켜보던 강형욱은 질문을 던졌다. 박세리는 "보호자가 유리를 (말리기 위해) 안았"다고 대답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유리는 '컵을 공격하면 보호자가 껴안아 주네?'라는 걸 터득했을 것이다. 즉, '공격성=보상'이다. 그렇다면 공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개는 훌륭하다'의 성실한 시청자라면 '분리 배식을 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보호자는 초보처럼 보였다.

보호자는 합사 초반에는 컵이 유리를 공격했지만, 이제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서 컵이 주눅 들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컵과 유리가 하루에 10번 이상 싸워 일상이 되어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더 큰 문제는 싸움을 말리는 보호자도 수 차례 물려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한편, 놀랍게도 컵과 유리는 둘만 남겨졌을 때는 세상 평온한 관계를 유지했다. 보호자가 없으니 갈등도 없었다.

강형욱은 컵과 유리가 유기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유기견 보호소는 정착된 안정감을 주지 못하게 때문에 컵과 결핍을 가진 개들이 보호자를 만나면 정착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게 된다. 헌데 유리가 덜 정착된 상황에서 컵이 바로 입양되어 왔기 때문에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되어버렸다. 강형욱은 이때 보호자가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야 균형이 잡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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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리더십 발휘를 위해 보호자에게 통제 훈련을 가르쳤다. 우선, 블로킹이 첫 단계였다. 강형욱은 유리가 밖을 경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곧바로 블로킹을 시도하게 했다. 그 순간, 보호자의 발과 유리의 발이 맞닿았다. 강형욱은 '누가 먼저 접촉을 피할 것인가'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다며 기다리게 했다. 잠시 후, 결국 유리가 먼저 발을 떼면서 1차 서열 정리가 끝났다.

이번에는 컵이 외부 경계에 나섰고, 강형욱은 컵에게도 똑같이 블로킹을 하도록 주문했다. 이처럼 서열 정리를 할 때는 반려견 모두에게 훈련을 시도해야 한다. 강형욱은 일반적으로 다견 가정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더 공격한 애가 잘못한 애로 규정되어 벌을 받는데, 이 경우에도 똑같이 모든 반려견을 제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번 유리만 말렸던 보호자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형욱은 선을 넘은 컵과 유리에게 이 집의 리더는 보호자임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반려견들도 정리 정돈된 집을 안다며, 이사 후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보호자의 통제가 확실하다면 반려견 또한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걸 인지하기 마련인데, 지금의 혼돈은 현재의 정리가 안 된 집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강형욱은 사전 관찰 영상 중 문제가 되는 장면들에 대해 집중 설명에 들어갔다. 우선, 전조 증상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싸움을 말리는 데 그치지 않고 결연한 어조로 싸움 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보호자의 휴식 공간을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고 지적했다. 많이 서툴렀던 보호자는 강형욱의 1:1 코칭을 듣고 의욕을 불태웠다.

앞으로 세 가족이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보호자가 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솔루션은 잘 마무리 됐지만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짖음이 별로 없고 일상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유리만 키웠다면 어쩌면 별다른 문제 없는 조용한 집이었으리라. 하지만 하지만 컵이 갑자기 짖거나 경계를 하다보니 유리가 '군기반장' 역할을 했던 것이다.

기죽은 컵 때문에 유리는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하게 됐다. 이제부턴 유리가 맡았던 역할을 보호자가 해야 한다. 강형욱은 ①편애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기 ②단호한 태도로 중재하기 ③동반 산책은 절대 금지를 당부했다. 임시 보호 후 입양을 하는 보호자들의 선의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다만,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견 가정'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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