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또 보호자를 울린 '개는 훌륭하다' 강형욱의 '낭만적인 솔루션'

너의길을가라 2024. 1. 9. 14:54
반응형

강형욱 훈련사의 솔루션을 지켜보다보면 감탄을 넘어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문제의 본질을 기가 막히게 낚아채기 때문이다. 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도 강형욱은 보호자를 울리고야 말았다. 강형욱 특유의 '낭만적인 솔루션'이 보호자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보호자가 안고 있던 상처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심리 치료사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믹스견 덕구(수컷, 6살)

아내 보호자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덕구를 처음 만났다. 생후 3개월 때 입양을 결정해 6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한때 우울증을 앓기도 했던 아내 보호자에게 덕구는 은인이자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결혼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덕구가 남편 보호자에게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남편 보호자가 아내 보호자에게 접근하면 짖어댔고, 심지어 물기까지 했다.

보호자들과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던 덕구는 알람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남편 보호자가 서둘러 알람을 꺼도 살벌하게 짖었다. 남편 보호자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빨을 드러냈다. 남편 보호자가 놓고 간 물건을 가지러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난리법석을 떨었다. 남편 보호자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물린다고 피해를 호소했으나, 아내 보호자는 덕구가 그랬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했다.

늦깎이 신혼부부를 갈라놓는 덕구, 남편 보호자를 향한 입질의 원인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반려견에 대해 잘 모르는 남편 보호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행동을 크게 하거나, 성급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덕구는 남편 보호자와 둘만 남자 배변 실수를 했다. 강형욱은 "굉장히 무서워하는 태도"라며 걱정 섞인 눈빛으로 지켜봤다.

남편 보호자는 그런 덕구의 모습을 '이중적'이라고 오해했다. 덕구는 제작진 등 외부인에게도, 아내 보호자의 친정 아버지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형적인 원맨독 성향을 보이는 덕구와 남편 보호자의 관계 개선은 가능할까. 강형욱은 이경규와 박세리가 덕구를 만나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관찰하며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덕구와 원거리를 유지했다.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아내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집중했다. 경계심이 많은 고민견들을 대할 때 강형욱이 취하는 '의식' 같은 행위이다. 10분 쯤 지났을까. 덕구는 잔뜩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강형욱에게 접근했다. 강형욱은 덕구가 충분히 냄새를 맡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제 솔루션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반응형

"저는 일부 이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저는) 친해지려고 과하게 가까워질수록 거리를 두는 편이거든요, 무서워서. 어떤 반려견들은 급작스럽게 친해지려 하지 않아서 차라리 그냥 놔두는 거예요. 그럼 더 단단해지는 관계가 돼요." (강형욱)


덕구의 꼬리가 조금 전보다 내려갔고, 긴장이 풀린 기색이 역력했다. 바닥 냄새를 맡는 덕구를 본 강형욱은 "(덕구가) 변화된 상황에 익숙해지려 노력 중"이라 설명했다. 강형욱의 출입을 받아들인 덕구는 현관 경계를 끝내고 소파로 이동했다. 드디어 거실로 들어온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에게 "해결하기 쉬운 문제"라며, 이미 답을 가지고 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에게 남편 보호자를 소파까에 데려다 주고 5초 앉았다가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요청했다. 아내 보호자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도록 조치한 것이다. 덕구가 강형욱을 향해 짖자 이번에는 중간에 끼어들도록 했다. 이 때는 '내 손님이야!'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짖을 때마다 안아줬던 아내 보호자가 블로킹을 하자 덕구는 곧바로 기가 죽어버렸다.

이어서 하네스를 이용한 교육이 진행됐다. 아내 보호자는 하네스를 잡고 덕구를 소파에서 내렸다. 느낌상 '멱살잡이'에 가까웠다. 덕구는 다시 소파로 살며시 올라갔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아내 보호자는 강형욱의 지시에 따라 덕구를 다시 소파 아래쪽으로 내렸다. 몇 번 정도 반복했을까. 소파 밑으로 '쫓겨난' 덕구는 갑자기 남편 보호자와 강형욱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가 거절할 때마다 덕구가 얻는 것이 있”다며, 그건 바로 "사회적인 관계를 쌓을 기회"라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아내 보호자가 덕구의 기회를 가로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평생동안 익숙해진 습관대로 덕구는 아내 보호자에게 안아달라고 투정을 부렸다. 그것이 덕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기 떄문이다.

지난 6년 간 사람에게 짖어도 예뻐해준 아내 보호자 때문에 덕구는 매번 새로운 딴죽 대상(지금은 남편 보호자)을 찾아왔다. 짖어야만 아내 보호자가 예뻐해 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단호한 블로킹은 거절이 아니라 덕구를 도와주는 것이라 각인시켰다. 그러면서 덕구를 응성받이로 키운 아내 보호자를 향해 "사랑한다 말하지만 오히려 망치고 있었"던 것이라 꼬집었다.

“이게 맞는 표현일지 몰라도 보호자님이 보호자님을 민다고 생각하세요.” (강형욱)


강형욱은 이 훈련이 '아내 보호자의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지난 6년 동안 덕구가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던 아내 보호자를 도와줬다면, 이제는 아내 보호자가 덕구를 도와줄 차례라고 덧붙였다. 강형욱은 어린 날의 나에게 '일어나', '저리 가'라고 말하듯, 덕구를 블로킹하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강형욱이 이미 찾아왔던 답이었다.

아내 보호자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시절에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도 덕구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힘든 시간을 버텨냈던 그는 분신과도 같은 덕구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저 감싸주며 자신과 동일시해 왔던 것이다. 아내 보호자는 그런 자신의 태도가 덕구를 의존적인 응석받이로 자라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덕구를 위해 새로운 관계로 거듭나야 할 때였다.

강형욱은 주 보호자를 남편 보호자로 교체할 것을 추천했다. 따라서 밥, 산책 등 기본적인 케어는 남편 보호자의 몫이 됐다. 이는 향후 아이가 태어날 때를 준비해 덕구의 사회성을 길러두기 위함이었다. 간단한 블로킹 훈련만 진행했을 뿐인데도 덕구는 첫 만남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앞으로 보호자들이 덕구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길 응원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