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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개가 원하는 걸까? 강형욱이 지적한 뼈아픈 착각

너의길을가라 2024. 1. 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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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너 좋으라고 그러는 거야."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저 말에 담겨 있는 '과잉보호'는 자녀 입장에서 상당히 불편하다. 당장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라는 의문과 반발이 생긴다. 무엇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문제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스탠더드 푸들 '똘이(수컷, 17개월)'

29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다부진 체격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똘이가 고민견으로 출연했다. 아직 17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똘이는 사람만큼 키가 컸다. 할머니 보호자는 처음에는 대형견을 입양할 생각이 없었지만, 활발하고 깜찍한 똘이에게 반해 데려오기로 결정했다고 얘기했다. 막내딸이 일 때문에 독립을 하면서 현재는 보호자가 똘이를 전담해서 맡고 있었다.

관찰 영상에서 보호자는 똘이의 머리 손질을 하겠다며 빗질을 시도했다. 그러자 똘이는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를 했고, 급기야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똘이의 귀 청소에 도전했지만, 이마저도 완강한 거부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보호자는 똘이가 위생을 위한 기본적인 관리를 모두 거부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이렇게 묻고 싶었다. 누구를 위한 '청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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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호자가 하는 걸 보면 똘이가 어렸을 때는 (힘으로 제압해서) 잡고 했었을 거예요" (강형욱)


박세리는 강압적으로 싫어하는 일들을 반복하니 거부반응이 심각해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경규는 고집과 고집이 맞부딪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반려견이 원하지 않는데 굳이 '미용'을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일전에 강형욱도 밝혔다시피, 그 역시 반려견에게 빗질을 하지 않을뿐더러 따로 목욕을 시키지도 않는다.

미용에 진심인 보호자는 반려견 미용실을 찾았다. 발바닥 털을 밀지 않으면 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똘이는 미용 기구만 봐도 반응을 했고, 미용사에게도 입질을 하기에 이르렀다. 점점 거세지는 입질 가운데 미용사는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강형욱은 미용사의 얼굴과 반려견의 입이 가깝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아찔한 상황을 가슴 졸이며 바라봤다.

"만약에 제가 똘이를 4개월 때 만났다면 발바닥 미용 대신 무조건 산책으로 해결할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산책을 많이 하면 발톱과 털이 자연스럽게 갈려 미용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산책이 답이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면 보호자와 똘이의 산책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보호자는 똘이의 힘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한 번은 똘이이게 끌려가 정글짐에 부딪치는 바람에 기절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똘이는 고양이 등 작은 동물에 대해 공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똘이가 냄새를 맡을 시간을 충분히 줬다. 그럼에도 똘이는 집 안으로 들어서는 강형욱의 손에 입질을 했고, 이에 강형욱은 엄지로 똘이의 목을 눌러 제지에 나섰다. 목소리는 다정하지만 절도 있는 행동으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다. 기가 죽은 걸까. 똘이는 강형욱 앞에 가만히 앉아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제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것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강형욱은 먼저 똘이에게 목줄을 채우게 했다. 리드줄까지 착용 후 핸들링 훈련에 나섰는데, 똘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거친 순을 몰아쉬며 강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그것만 봐도 똘이가 얼마나 '응석받이'로 자랐는지 알 수 있었다. 요구사항은 뭐든 채워졌던 삶을 살았던 똘이는 갑자기 나타난 강자 앞에 어리둥절해졌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본 적은 더욱 없었다.

"빗질은 전 안 해요. 전혀 안 해요. 만약 푸들을 키웠어도 안 했을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본격적인 상담에 돌입했다. 그는 비듬 없이 개를 키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과도하게 청결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반려견의 이빨도 닦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정말이냐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강형욱은 반려인들이 반려견을 자기 소유라고 착각한다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아마도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었으리라.

우리가 흔히 반려견을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그저 '내'가 해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부정하기 힘든 질문이었다. 그만큼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에서 뼈아픈 논점이었다. 지금의 똘이는 좋고 싫음이 분명해질 시기였고, 똘이가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보호자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마냥 '너를 위한 거야'라고 몰아붙이는 건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강형욱은 똘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호자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장난 제지와 산책 시 통제하는 법에 대한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강하게 키워줘야"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강조했다. 과잉보호는 사랑하는 반려견을 망치는 길이기 때문이다. 똘이를 위한 행동들이 때론 옳은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보호자는 눈시울을 붉혔다.

강형욱은 산책 도중 똘이가 고양이 등 작은 동물들에 공격성을 내비치자 엄격하게 제지했다. 그러면서 일명 '개 식용 금지법'을 언급했다. 그는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하고 개들의 권위가 이전에 비해 높아졌고, 반려견들이 더욱 존중받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무슨 말일까. 개를 식용으로 삼는 시대가 끝나고 완전히 '반려'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예전처럼 그냥 봐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권위가 높아진 만큼 고양이를 보고 달려들어 죽일 뻔한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려인들이 더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만 한다. 강형욱은 '나쁜 개는 벌을 받는다. 단 그 벌은 보호자가 받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보호자도 이제 마음을 다잡고 똘이를 단속해야만 한다.

똘이 보호자만의 문제일까. 반려견을 과잉보호해서 응석받이로 만든 것 말이다. 반려견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합리화한 것 말이다. 산책을 하며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여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반려견의 성장을 막아왔던 것 말이다. 이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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