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솔로몬의 위증』, 오로지 진실을 찾기 위한 아이들의 사투

너의길을가라 2013. 11. 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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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694페이지, 2권 668페이지, 3권 675페이지. 이 두꺼운 책을 추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책이 갖고 있는 엄청난 힘 때문이다. 만약 자리를 잡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것이다. 그 몰입의 정도는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리라.

 

미야베 미유키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변영주 감독이 연출하고 김민희가 열연했던 영화 <화차>의 원작자이기도 하고, 나오키 상을 수상했던 『이유』를 비롯해서 『모방범』,『낙원』등의 작품은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미야베 월드'라는 시대 미스터리 시리즈를 쏟아내면서(정말 쏟아내고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의 집필 능력은 어마어마하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솔로몬의 위증』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9년 여에 걸쳐 「소설신초」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압도적인 연재 기간답게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페이지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각 권 당 600페이지를 거뜬히 넘는다. 처음에는 분량에 놀랄 수 있겠지만, 읽기 시작하면 오히려 페이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이다. 읽기가 아까워진다고나 할까?

 

 

사회파 소설의 대표주자답게 미야베 미유키는『솔로몬의 위증』을 통해 일본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다. 학교가 주요 배경이 되기 때문에 일본의 교육 문제 즉, 학교폭력, 왕따 문제를 비롯해 교육 제도에 관한 문제제기까지 다뤄진다. 시간적 배경이 1990년으로 되어 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과 비교해도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부동산 투기라든지 빈부 격차, 붕괴된 가정 등의 사회적 문제도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그 시시콜콜한 디테일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꼼꼼하다.

 

무엇보다 『솔로몬의 위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이들의 시각과 관점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나가려는 노력과 시도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어른들의 모습이 뜨거운 감동을 자아낸다.

 

이야기의 뼈대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소설은 조토 제3중학교의 뒤뜰에서 발견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의 시신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은 이 문제로 떠들썩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이러한 은폐와 외면은 오히려 사건을 키우게 된다.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찰나, 가시와기 다쿠야가 교내의 유명한 불량학생(오이데 슌지)에게 살해당했다는 고발장이 날아오게 되고, 학교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던 기자에 의해 방송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된다. 이어 또 한 명의 학생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아이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파헤치기로 마음 먹는다.

 

'배심제로 진행되는 모의재판'

 

판사에서부터 검사와 변호인, 배심원까지 재판의 모든 구성을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맡아 진행하기로 한다. 검사 역을 맡은 후지노 료코와 변호인을 맡는 '외부인' 간바라 가즈히코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중학생'의 수준을 간단히 뛰어 넘어 버리지만 상당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과 머리싸움을 지켜보노라면 심장이 두근두근할 지경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의 진실, 그 죽음을 둘러싼 또 다른 진실..

 

최근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배심원들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마음대로 평결을 내린다는 과격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솔로몬의 위증』은 배심원조차 학생들이 담당한다. 당연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과연 학생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재판이 진행되면서 배심원으로서의 위치에 맞게 스스로 각성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마침내 얼마나 성숙한 판단을 내리는지도 알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그럼에도 허술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 치밀한 짜임새. 단순히 소설적 재미 말고도 『솔로몬의 위증』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 꼭 추천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손에 집었다면, 다 읽어내기 전까지는 결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약간의 뻥이 첨가되었음을 알립니다..ㅎ)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밝히려 들지 않아.
죄가 있는 인간일수록 더더욱 그래. 너희는 그걸 몰라."

 

"학교는 사회의 필요악이야. 하지만 지금 같으면, 그리고 이대로 두면 미래에는 ‘필요’가 빠지고 그저 ‘악’으로 전락할 거야. 사회악으로."

 

"이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모두 상처투성이야. 얻을 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다들 노력하고 있는 거야.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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