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지승호의 인터뷰,『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너의길을가라 2013. 11. 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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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지루하다. 인터뷰이(인터뷰를 받는 사람)은 확실히 그럴 것이다. 매번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정해진 매뉴얼을 반복하듯 같은 대답을 기계처럼 늘어놓아야 하니까. 인터뷰어(인터뷰 하는 사람)는 어떨까? 인터뷰가 처음이라면 유명한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가슴이 벅찰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이지, 인터뷰 자체에 대한 설렘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질문은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질문, 예리한 송곳같은 질문, 정작 그 인터뷰를 소비할 사람들이 궁금한 질문은 할 수 없는 것이 '인터뷰'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는 대본 자체에 충실한 하나의 지루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국내 유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사랑하면 궁금하듯 … 인터뷰 상대에 ‘빙의’될 만큼 연구” <경향신문>


하지만 '지승호'의 인터뷰는 다르다. 지승호는 인터뷰 전업작가이다. 그의 인터뷰는 통속적이지 않다. 인터뷰이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성실함'을 뛰어넘어 집요하기까지 하다. 인터뷰이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섭렵해서 질문을 만들어낸다. '작가를 만나기 전엔 그의 모든 작품은 물론 평론가들의 평, 네티즌들의 댓글, 미니홈피의 감상평까지 찾아 읽는'다고 하니 그 준비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오히려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것 같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라고 당황하지 않을까?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승호는 인터뷰의 왜곡을 피하기 위해 방대한 녹취를 그대로 옮겨버리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의 인터뷰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철학자 강신주와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도 페이지가 무려 600쪽에 이른다. 그야말로 철학자 강신주의 모든 것이 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장 인문정신은 당당하다

2장 사랑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3장 철학적 시 읽기와 김수영

4장 제자백가를 통하라

5장 유가를 넘어서

6장 길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7장 철학, 한국 사회를 보다

8장 자본주의에 맞서라

9장 음악이 필요한 시간

10장 인간을 위하여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주동안 무려 50시간의 인터뷰가 책에 담겨있다. 시인 김수영, 제자백가, 사랑과 자유, 자본주의, 종교.. 그가 책을 통해 이야기해왔던 혹은 강연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줄기차게 말해왔던 그의 철학이 날것 그대로 실려있다. 강신주는 지승호와의 인터뷰가 일종의 '중간 점검'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17권의 단행본을 내면서 끊임없이 내달려왔던 그에게 한 번쯤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의 강연이나 팟캐스트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를 읽는 내내 '음성 지원'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책을 통해서만 철학자 강신주를 만났던 사람들은 '말'로 전달하는 보다 상세하고 구수한(?) 설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글'은 정제되고 축약적일 수밖에 없지만, '말'이라고 하는 도구는 보다 덜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친근하고 친밀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전달력도 클 수밖에 없는데, (지승호의 인터뷰가 늘 그렇듯)『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는 그런 장점이 도드라진다. 


물론 책에 대해 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의 표지가 덜 세련되게 나온 것도 그렇지만, 다듬거나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인터뷰가 몽땅 옮겨진 탓에 중언부언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물론 반복된다는 건,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일 것이고 강조하고 싶은 대목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반복은 당연한 것이고, 인터뷰이를 이해하기에는 좋은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살면서 보니까 모든 사람이 3 : 4 : 3으로 나뉘어요. 내 편 3, 중도 4, 죽었다 깨어나도 나랑 안 맞는 사람 3. 그 중 4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잘못해서 4를 놓치면 내 편인 3만 남아요. 그리고 그 3이 다시 전체가 돼서 3 : 4 : 3으로 또 쪼개져요. 글이란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속단해서는 안 돼요. 제 입장과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절대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되고, 쪼개서도 안 돼요. 내 편의 지지, 그거 의미 없어요."

"인간은 스스로가 굉장히 당당하고 자유로워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요. 자유롭다는 것은 자기가 스스로의 주인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만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어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어야지, 자유로워야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요. 스스로 자유로워야 자신을 긍정할 수 있고,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어요. 자유와 사랑은 결과적으로 같이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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