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표창원의 사건추적』, 처벌 강화보다는 예방을!

너의길을가라 2013. 11. 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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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

 

 

'상처 받았다(입었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 필자에게 '힐링'이라는 단어는 '기만'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런 냉소적인 태도는 잠시 내려놓기로 하자. 현상적으로 볼 때,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았고(입었고)' 그들에게 표창원 박사는 '힐링' 그 자체였다. 그의 프리허그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합리적 보수주의자 표창원은 진보 성향의 시민에겐 한가닥 희망이었고, '진짜' 보수를 꿈꾸는 시민들에겐 하나의 표본이었다.

 

『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표창원 개인의 자서전 성격을 띈 책이라면, 『표창원의 사건추적』은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라는 그의 직업적 특성을 잘 드러낸 책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책보다는 후자의 책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표창원의 사건추적』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희대의 사건들을 담고 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번 쭉 훑어보기로 하자.


1장. 아동 성폭력

- 김부남 사건, 김보은 양 사건

 

2장. 묻지마 범죄

- 여의도 광장 차량 질주 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신정동 옥탑방 살인사건

 

3장. 어린이 유괴 살인

- 곽재은 유괴 살인 사건,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사건

 

4장. 가족 살인

- 과천 부모 토막살인 사건, 부산 대학교수 부인 살인 사건

 

5장. 여성 살인 사건

- 여대생 공기총 살인 사건, '수지 김' 간첩 조작 사건, 제주 여교사 살인 사건

 

6장. 다중인격자의 살인

- 부천 비디오 가게 살인 사건, 도끼 살인 사건

 

7장. 주한미군 살인 사건

- 윤금이 살인 사건, 이태원 살인 사건

 

8장. 살인 누명

- A순경의 살인 누명 사건, 속초 H콘도 살인 암매장 사건

 

9장. 도둑의 비애

- 조세형 사건, 지강헌 인질범 사건

 

10장. 사기 범죄

- 장영자·이철희 사기 사건,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

 


 



워낙 유명했던 사건들이라 언론을 통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건들이다. 물론 여의도 광장 차량 질주 사건이나 부산 대학교수 부인 살인 사건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 사건들도 있었다. 또, 어슬프게 알고 있었던 사건들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사건을 다룬 후 개념 정리와 사건과 관련된 정보들을 따로 정리한 부분은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됐다. 또, 해외 사례들을 소개한 것도 흥미로웠다.

 

'여느 글'에도 실려 있지만, 표 박사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형사 절차에서 '피해자적 관점'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은 배제된 채, 법조인들에 의해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처벌이 결정된다는 맹점이 있다.


이 책에서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표 박사가 '처벌 강화' 못지 않게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는 끔찍한 범죄들이 발생하면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커진다. 문제는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근원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표 박사는 '범죄 현상과 행동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그 원인을 분석하면, 분명히 효과적인 예방책을 강고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표창원의 사건추적』을 통해 잔인한 사건들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은 어쩌면 불편한 일일 수 있다. 우리가 영화 <소원>을 보는 것이 꺼려졌던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응시해야 한다.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명제에서 나와 내 가족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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