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2013년, 노동자의 눈물은 계속됐다 (1) 우리들 대부분이 노동자이다

너의길을가라 2013. 11. 19. 21:03
반응형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 2013년, 노동자의 눈물은 계속됐다


(1) 우리들 대부분이 노동자이다

(2) 노동자들의 외로운 죽음

(3) 비정규직과 알바, 그 비참함에 대하여



우리들 대부분이 노동자이고 근로 빈곤 · 비정규직 · 저임금 노동 · 양극화가 세계를 휩쓰는 것이 현실이지만 종종 노동문제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낡은 질문이고, 노동자의 파업은 알타미라 동굴 벽화처럼 오래된 유물로 취급된다.


- 은수미, 『날아라 노동』



벌써 11월도 ⅔가 지나갔다. 2013년이 고작 한 달 남짓 남았다. 한 해를 돌아본다. 2013년의 대한민국은 행복했을까?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2013년은 어떠했을까? 1970년 11월 31일, 전태일의 분신 이후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좋은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201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소식들이 잦았고, 눈물로 가득찼던 한 해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청소년들 '노동자는 □□다' 물음에 "일개미, 못 배운 자들, 힘들다.." <경향신문>, 2013년 10월 14일


지난 달, <경향신문>은 충격적이지만 더 이상 놀랍지 않은 기사를 실었다. 경기 평택비정규노동센터가 평택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중국인', '동남아' 등 노동자를 육체적 단순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거지', '장애인', '못 배운 자들'이라는 답변도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생들은 '힘들다'라는 답변을 많이 써냈다고 한다. 이것을 평택 지역의 일부 중·고등학생만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이 시대의 대답이다. 


남정수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학생들 가운데 10% 정도만 노동자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 노동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는 한국의 정규교육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도대체 '노동자'는 누구일까? 우선, '노동자'의 사전적 의미부터 알아보자. 


노동자(勞動者) 


1.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2.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발췌 -



노동자란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 뒷 문장의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으며'라는 부분은 현실에 비추어보면 공허하기 짝이 없는 사전적 풀이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사전적 의미의, 올바른 의미의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벌어 살아가는 사람이다. 은수미 의원의 말처럼 '우리들 대부분이 노동자'인 셈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우리는 '노동자'의 개념을 사전의 두번째(2) 의미로 국한해서 사용하고 있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만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 정리는 스스로 '노동자'라고 불리길 기피하는 사람들, 혹은 '화이트 컬러'들의 거리 두기(선 긋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회사원들도 분명 '노동자'이고,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 운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노동자'다. 그 외에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다면 그는 '노동자'에 속한다. 



- <뉴시스>에서 발췌 - 



- <노컷뉴스>에서 발췌 -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자'라는 개념을 육체 노동의 경우로 한정짓는 것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자본'의 힘에 압도당한 '노동'의 비참한 현실이 더욱 악화될 뿐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 (그 일자리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만이 심화될 뿐이다. 비정규직은 더욱 양산될 것이고,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알바들의 눈물은 끊임없이 흐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각개격파' 당할 것이고, 끝내 무기력하게 남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본'이라는 괴물의 힘 앞에 철저히 '종속'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살기좋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노동자'에 대한 인식부터 전환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나 자신을 '노동자'라고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해서 '노동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에야 답보 상태에 있는 사회적 현안들이 풀려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2013년에도 노동자의 눈물은 계속됐다. 이러한 눈물이 2014년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물론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하다. 아니, 어둡다. 아주 깜깜하다. 그렇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우리'라는 그 따뜻한 온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그 온기들로 차갑게 얼어붙은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