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적자투성이 승마장을 또 짓겠다는 경북도,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너의길을가라 2013. 11. 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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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JTBC> 9시 뉴스는 제휴사인 <대구일보>의 고정일 기자가 취재한 '경상북도의 승마장 과잉 · 중복 투자'를 보도했습니다. '다음 지도'에서 '승마장'을 검색했더니 얼핏봐도 굉장히 많은 승마장이 표시됐습니다. 작은 점으로 표시되는 것도 모두 승마장이니까 대략 50개가 넘습니다. 정확한 숫자와 관련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서 기사를 좀 검색해봤습니다.


나는 운동하러 승마장 간다..42만명이 말타고 '이랴~' <한겨레> 6월 30일


'보조적인 산업육성'

'공익차원에서 레저·스포츠에 대한 부분의 제공'



- <한겨레>에서 발췌 - 



말은 참 듣기 좋죠? 2011년 9월 제정된 '말산업 육성법'에 따라 이른바 '말산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승마사업을 할 수 있는 요건도 상당히 완화(3마리 이상 말을 보유한 농어촌지역 농가가 500㎡ 이상 시설을 갖추고 체육지도자 등 전문인력을 배치)되면서 승마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는 '땅값을 빼고 2억~3억 원을 투자하면 승마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쓰고 있네요. 하루 아침에 '말산업'이 레포츠 분야의 '블루오션'이 된 셈이죠.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승마장은 전국에 132곳이며, 2011년 승마장 이용자는 43만 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신고 승마시설까지 합하면 300여 곳으로 추정) 장태평 한국마사회장은 "말 3마리에 1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으면 승마가 보편화된다고 한다.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 우리 농어촌 경제에도 고용·수익 효과를 가져오는 블루칩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면서 이름에 걸맞게 속 편한 말만 늘어놓았는데요. 



- 출처 : JTBC 9시 뉴스 방송 화면 캡쳐 -



적자 승마장 또 짓겠다니.. <한겨레> 10월 10일

경북 승마장 59곳..'과잉·중복 투자' 논란 <연합뉴스> 10월 10일

경북도 승마장 과다 선정 <대구신문> 10월 22일

경북 승마장 우후죽순, 67곳… 적자 투성이 <경북도민일보> 10월 23일


과연 '말산업(승마장)'이 농어촌 경제의 블루칩이 됐을까요? 불과 4개월 후의 일을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죠. 6월만 해도 말산업의 '장밋빛 전망'을 마구 쏟아냈던 <한겨레>가 적자 승마장을 또 짓겠다고 나서는 지자체를 비판하고 나서게 됐으니까요. 


경북도와 김원석 경북도의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경북 도내의 승마장은 모두 59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도비와 국비를 지원해서 건설한 승마장은 15곳이고, 지원금액은 무려 460억 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김원석 도의원의 말을 들어볼까요? "공공 승마장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구미 옥성승마장의 경우 이용객이 적어 연간 1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승마장 설치를 자제하고 전국 규모의 영천경마공원 같은 대규모 승마장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구미 옥성면의 '구미승마장'은 하루 평균 40~50명이 찾는다고 합니다. 김석정 구미승마장 행정팀장은 "지난해 4억원을 적자 봤는데, 올해도 이 정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적자 금액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상주 국제승마장은 사정이 좀 다를까요? 애석하게도 하루 이용객은 70여 명 남짓! 무려 210억 원을 투자했지만 2억 5천 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 출처 : JTBC 9시 뉴스 방송 화면 캡쳐 -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천 운주산 승마장(47억 원 예산 지원), 영천 성덕대 승마장(15억 원 지원), 봉화 승마장(10억 원 지원)을 비롯해서 칠곡과 울진의 개인 승마장 2곳에도 각각 3억 원 가까이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북도는 경마장을 더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김원석 도의원은 "이미 운영중인 공공 승마장 7곳이 모두 적자투성이인데 또 엄청난 혈세를 들여 승마장을 짓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돈 먹는 하마인 승마장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한 경북도의 대응이 참 재미있습니다. 최웅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승마 인구가 늘어나는 데 견줘 승마장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운영중인 7곳과 현재 건설중인 8곳 외에는 더 이상 승마장을 짓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북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군의 공공승마장은 1개씩을 원칙으로 해 추가 투자를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JTBC>는 이 부분을 꼬집어 비판한 것인데요. 결국 건설중인 8곳은 마저 짓겠다는 경북도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8곳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60억 원, 매년 적자를 채우기 위해 나가는 보조금만 30억 원.. 아, 8곳을 마저 지어면 보조금은 더 나가게 되겠죠? 국정 감사에서도 지적(민주당 소속 김승남 의원)됐던 부분이지만 전혀 시정이 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누적되는 적자는 도의 예산 혹은 국비로 메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정말 안이하고 어이없는 도정 운영이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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